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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1살 신예진은 '희망'이라는 꽃말의 데이지를 품고 2023년 2월 26일부터 2024년 2월 25일까지, 365일동안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했습니다. 여행하며 만난 '삶의 이유를 찾는 여정'을 <너의 데이지>를 통해 풀어나갑니다. '데이지(신예진)'가 지난 1년 동안 여행하며 만난 사람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 연재기사입니다.[기자말]

한 달간의 인도 여행을 마치고 이스라엘로 넘어왔다. 여행자 커뮤니티 카우치서핑를 통해 Moatsem(아래 모타)와 사해에서 만났다. 

팔레스타인인이지만 스웨덴에서 택시 기사로 일하는 모타는 휴가를 맞아 팔레스타인 구역에서 부모님을 만난 뒤 사해에 왔다고 한다. 우린 사해를 둘러보고 즐긴 뒤 함께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돌아가기 위해 모타의 차를 팔레스타인 구역에 주차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나누는 분리장벽 이스라엘 국가 안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쪽에 위치한 서안지구의 분리된 팔레스타인을 만들었다.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테러로부터 이스라엘 주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2002년에 서안지구와 이스라엘을 둘러싼 분리장벽을 쌓았다. 잿빛의 분리장벽은 마치 콘크리트 감옥처럼 보였다.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나누는 분리장벽 이스라엘 국가 안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쪽에 위치한 서안지구의 분리된 팔레스타인을 만들었다.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테러로부터 이스라엘 주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2002년에 서안지구와 이스라엘을 둘러싼 분리장벽을 쌓았다. 잿빛의 분리장벽은 마치 콘크리트 감옥처럼 보였다.
ⓒ 신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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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구역에 가까워져 오니 잿빛의 분리 장벽이 보인다.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테러로부터 이스라엘 주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2002년에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와 이스라엘을 둘러싼 분리 장벽을 쌓았다. 

1948년 발생한 1차 중동전쟁을 시작으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4차례에 걸쳐 갈등을 이어왔다. 무장한 이스라엘 군인을 지나치며 이스라엘에 있을 때와는 사뭇 다른 긴장감을 느낀다. 장벽이 마치 콘크리트 감옥과 같다고 생각하는 찰나, 이스라엘 군인이 차창 너머로 우리를 향해 총구를 겨눈다. 

예상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란 나는 다급하게 모타에게 군인이 총구를 겨누는 이유를 물었다.

"그야 우리가 팔레스타인 사람이기 때문이지."

단지 팔레스타인인이라는 이유로 위협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놀라는 나에게 모타는 자신이 유년 시절에 친구가 미사일로 죽는 장면도 목격했다고 말한다. 이스라엘 군인을 지나치며 이야기를 더 물으니, 그는 씁쓸한 표정과 함께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탕탕탕'... 총소리를 들으며 자란 유년 시절

끊임없는 전쟁 속에서 태어나고 자란 모타는 어려서부터 조종사를 꿈꿨다. 공항이 없는 팔레스타인에서 다른 나라로 가는 방법이 그에게 주어진 최선이었다. 학생비자를 받아주는 곳을 찾던 중, 스웨덴에서의 교환학생 기회를 잡아 출국길에 올랐단다. 

그러나 스웨덴에서 전공을 살리는 것의 어려움을 느껴 택시 운전사로 일을 시작해 여기까지 왔다. 스웨덴에서 결혼해 가정을 꾸렸지만, 그의 부모님은 비자 문제로 스웨덴에 오지 못한다. 모타가 말하는 휴가마다 부모님을 찾아뵙는 이유를 듣던 중에, 밖에서는 갑자기 총격 소리가 울렸다. 급기야 삼엄해진 분위기에 놀란 채로 창문 밖을 보며 나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물었다.

"군인이 팔레스타인 아이를 겨냥해 위협을 주기 위해 총을 쏜 거야. 아이가 돌을 던졌거든."

단순히 돌을 던진 아이를 위협하기 위해 탄환을 발포했다는 사실, 이는 오랜 갈등이 얼마나 첨예하게 대립하는지 보여주었다. 충격과 함께 머릿속에 울리는 총성 소리는 여전히 진행 중인 팔레스타인-하마스 전쟁을 연상시켰다.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는 나를 보며 모타는 '그야 우린 팔레스타인인이니까.'를 다시금 언급한다.
 
 
 
이스라엘로 가기 위해 팔레스타인이 지나야 하는 검문소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에 가기 위해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특별 허가증을 받아 검문소를 통과해야 한다. 팔레스타인 구역에서 예루살렘으로 넘어가기 위해 모타와 함께 넘어가며 찍은 사진이다.
▲ 이스라엘로 가기 위해 팔레스타인이 지나야 하는 검문소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에 가기 위해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특별 허가증을 받아 검문소를 통과해야 한다. 팔레스타인 구역에서 예루살렘으로 넘어가기 위해 모타와 함께 넘어가며 찍은 사진이다.
ⓒ 신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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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으로 가기 위해 팔레스타인인 모타는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특별 허가증을 받아 검문소를 통과했다. 관광객 신분의 나는 절차 없이 버스로 쉽게 왔던 길이지만, 모타는 그럴 수 없었다. 

그는 다른 나라에 가기 위해서도 인접 국가 요르단 공항에 가서 출국수속을 밟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둘러싼 오랜 갈등을 알고 있었지만, 직접 갈등을 보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고작 한 발의 총성에도 놀란 나는 총성 소리를 들으며 자란 모타의 삶 앞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그에게 삶의 이유를 물었다.

 
이스라엘 정부 검문소를 통과하는 모타의 모습 모타(왼쪽)는 예루살렘으로 가기 위해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특별허가증을 받아 검문소에 통과해야 한다. 팔레스타인인이라면 모두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 이스라엘 정부 검문소를 통과하는 모타의 모습 모타(왼쪽)는 예루살렘으로 가기 위해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특별허가증을 받아 검문소에 통과해야 한다. 팔레스타인인이라면 모두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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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이유는 나의 아이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삶을 위해서야. 훗날 팔레스타인이 자유로워지는 삶이지. 훗날 아이들과 함께 나의 국가 전부를 방문하고 싶어."

지난 7월 말, 하마스 일인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된 후 격해진 갈등 양상은 또 다른 전쟁의 가능성을 암시한다. 땅을 둘러싼 대립은 모타를 비롯한 수많은 이들의 삶을 바꾸었고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총성 소리 너머 스웨덴에서 아내와 함께 있는 아이들을 떠올리며 미소 짓는 모타를 바라본다. 비참한 현실 속에서 저마다 가족을 돌보고 일상을 살아가는 이의 모습이 보인다.

참혹해 보이기만 하는 분리 장벽 사이에서 돋아날 초록빛 새싹을 떠올린다. 가까운 미래조차 갈등이 어떻게 펼쳐질지 알 수 없지만, 분리 장벽 속 새싹은 모타에게도, 우리에게도 삶의 소중한 존재를 위해 오늘도 살아가는 이유를 알려준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의 원본 이야기는 기사 발행 후 기자의 브런치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daisypath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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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유를 찾기 위해 1년간 떠난 21살의 45개국 여행, 그 길 위에서 만난 이야기 <너의 데이지>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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