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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서초경찰서(자료사진).
서울서초경찰서(자료사진). ⓒ 권우성
 
서울서초경찰서가 '넥슨 집게손 사건' 피해자 A씨 고소 사건을 불송치(각하)하며 성차별 논란이 불거진 데 대해 <오마이뉴스>에 "명예훼손 (무죄) 사건을 보면 '(피해자가) 자초한 점이 있다'는 판례가 많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A씨 회사 등에서) 오해를 받게끔 대응이 이뤄져 사람들이 의견을 표명한 것"이라며 "고소 당한 글을 보면 주어가 없고 자기 의견을 표명한 게 대부분이고, 의견 표명은 명예훼손으로 보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집게손 피해자' 고소를 각하한 서초경찰서 수사팀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서초서 "A씨 신상 공개? 애매하다"

<오마이뉴스>는 경찰이 "페미니즘에 동조했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피해자 A씨가 고소한 온라인상 신상공개, 명예훼손, 모욕 등 사건을 모두 불송치했다고 지난 5일 보도했다. (관련기사 : [단독] 경찰, '집게손 피해자' 고소 각하...이유 황당 https://omn.kr/29olm)

피해자 측은 "페미니즘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도를 넘는 모욕을 당하는 것이 정당한가"라며 반발하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경찰이 사상검증 혐오꾼들에게 편승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때문에 경찰로 '성차별 수사를 즉각 시정하라'는 취지의 집단 민원이 쏟아지면서 평소보다 민원 양이 2배 이상 늘었다.

A씨는 지난 6월 14일 ▲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 스토킹처벌법 ▲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 모욕 혐의로 41건의 온라인 게시글을 서초경찰서에 고소한 바 있다.

서초경찰서는 이 사건을 불송치하며 작성한 수사 결과 통지서를 통해 A씨가 이른바 '집게손' 그림을 그리지 않았음에도 이전에 페미니스트에 동조하는 듯한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피의자들이 고소인을 대상으로 비판하는 것은 그 논리적 귀결이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 가해진 온라인 집단괴롭힘을 "비판" 또는 "다소 무례하고 조롱 섞인 표현"으로 규정하고, "실익이 없어" 해외 공조 등을 하지 않았다고 밝혀 "성차별", "2차 가해" 등의 지적이 쏟아졌다.

해당 사건을 수사한 서초경찰서 수사14팀은 보도 다음날인 6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고소당한) 글의 내용이 명예훼손이나 모욕 등 범죄구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았다"며 "(기자가) 고소인(A씨)과 접촉해 글의 내용을 한 번 읽어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11월경 언론 보도를 통해 넥슨 집게손 사태가 사회적 논란이 됐고, 피해자가 속한 회사에서 '해당 이미지를 피해자가 그렸고, 사직서를 받았다'는 사과문을 게시했다"며 "이 사과문 발표 이후 3~4일 이내 글을 작성한 네티즌들은 고소인이 (집게손을) 그렸다고 볼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사건 직후 커뮤니티에 A씨 신상이 공개된 점을 두고도 "누구를 특정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애매하다"며 "수사 결과를 (단편적으로) 보면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수사 중간에 여러 사유가 있었다"라고 부연했다.

피해자 측 "페미니즘 글 썼으면 공격 받아도 괜찮나?"

A씨 측 범유경 변호사는 이날 <오마이뉴스>에 보내온 서면 답변을 통해 "(회사의) 사과문은 공표 직후 삭제됐고, 나중에 언론보도를 통해 피해자가 (집게손을) 작업하지 않은 사실도 밝혀졌다"며 "(고소 대상이었던) 표현의 경우 형사처벌이 있던 선례를 기준으로 선별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 A씨가(집게손 사건 발생) 한참 전에 쓴 페미니즘 관련 글로 인해 공격을 받는게 문제가 없다는 식의 논리가 왜 성립하는지 의문"이라며 "결과적으로 (A씨를 모욕하며 쓴 글이) 허위사실임이 밝혀졌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청년진보당은 이날 오후 논평을 통해 "이번 각하 결정은 경찰이 나서서 실체 없는 억지 사상검증에 동조하여 국민안전을 저버린 것으로 혐오와 차별, 여성에 대한 폭력을 용인한 것에 대해 공식 사과하라"고 질타했다.

정의당도 입장문을 내고 "서초경찰서의 수사결과통지서는 사실상 페미니스트 또는 페미니즘에 동조한 사람은 온라인 괴롭힘을 받아도 상관없다는 명백한 차별선언"이라고 꼬집었다.

권익위에 관련 민원 증가... "나도 언제든 당할 수 있는 일"
 
 서울서초경찰서가 '넥슨 집게손 사건' 피해자 고소를 각하한 사실이 보도된 다음날인 6일 오후 4시께 국민권익위원회 '한눈에 보는 민원 빅데이터'에 경찰청 민원 키워드로 관련 단어들이 노출돼 있다.
서울서초경찰서가 '넥슨 집게손 사건' 피해자 고소를 각하한 사실이 보도된 다음날인 6일 오후 4시께 국민권익위원회 '한눈에 보는 민원 빅데이터'에 경찰청 민원 키워드로 관련 단어들이 노출돼 있다. ⓒ 국민권익위원회
 
온라인에선 서초경찰서의 각하 결정을 규탄하는 집단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국민권익위원회 '한눈에 보는 민원 빅데이터'에 따르면, 경찰청에는 1514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오마이뉴스> 보도로 고소 각하 소식이 알려진 전날의 민원도 총 2311건이었다. 지난 7월 22일부터 이날까지를 기준으로 하루 평균 1000여 건의 민원이 접수된 것을 고려하면 평소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급증한 민원의 키워드는 서초경찰서가 불송치 이유로 언급한 '논리적 귀결'부터 '넥슨 집게손', '신상 공개', '페미니즘 행보', '성적 모욕', '직무 유기', '집게 손가락', '수사 실익' 등이었다. 접수된 민원 키워드를 분석해 알려주는 '오늘의 이슈' 에는 '서초경찰서 수사14팀 규탄', '넥슨 집게손 고소건 민원제기'가 각각 2위와 5위를 기록했다.

민원에 참여했다는 조아무개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건을 묵과하면 저를 포함한 다른 여성들도 사이버스토킹, 모욕, 명예훼손을 겪고 신고했을 때 각하되는 상황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이어 "넥슨 집게손 사태 이후 진상 고객의 억지 요구를 큰 소리로 우기면 손해를 감수해서라도 들어주는 기업이 다수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이제는 경찰에서도 그것이 사회적인 풍토라고 말하고 있다. 미약하나마 민원 등을 통해 피해자와 연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집게손#사상검증#넥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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