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비약을 소지했다가 공항에서 억류됐어요."
"어떤 나라에 방문했다고, 입국이 어렵대요."
"지하철을 타는데 계속 소지품 검사를 해요."
중국에 먼저 다녀온 사람들이 하던 얘기다. 중국은 참 애증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나라다.
반 만년 역사에서 양국은 주로 다투는 관계였다. 그러나 때로는 한국이 큰 도움을 받은 적이 있기도 하다. 또 우리나라는 한자 문화권이라 사서삼경 내지 사기(史記)나 삼국지와 같은 고전들이 많이 읽히고, 대부분의 단어가 한자어라 중국이 크게 낯설지는 않다. 하지만 직접 겪거나 전해 들은 중국과 중국인들의 행동양식을 보면 이질감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중국여행을 결정할 때는, 치안이 좋지 않아 위험하지는 않을지, 음식으로 장난을 치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서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도 그랬다. 고전의 영웅과 현자들이 활동했던 그 무대를 직접 밟아 느껴보고 싶었지만, 막연히 두려웠다. 그렇게 홍콩이나 대만을 여행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하지만 죽기 전에 꼭 보고 싶은 대륙 곳곳의 문화와 자연유산들이 계속 뇌리에 맴돌며 나를 설득했다. 결국 나는 목숨을 걸고(?) 중국 여행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단 한 번만 가려 했던 중국 본토 여행을, 우습게도 지난 6~7월 동안 3번이나 다녀오게 되었다.
대부분이 간편결제... 여행 전 미리 어플 설치하면 편해
여행 후기를 보면 중국에서는 현금을 아예 받지 않아 불편했다는 볼멘소리가 꽤 많이 보인다.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필자의 경험으로는 대도시나 관광지에서 만큼은 현금을 잘 받았다.
다만 간혹 방문하고 싶었던 음식점이나 상점 또는 자판기에서 간편 결제수단인 위챗페이(微信支付) 또는 알리페이(支付寶)만을 받는 경우가 있었다. 또 반대로 현금만을 받는 곳도 적지만 있었다. 해당 결제처의 규정으로 인해 융통성을 발휘해 주지 않으니 유념해야 한다.
미리 여행을 떠나기 전에 소액 환전과 더불어 앱(App)을 설치하고 체크카드 등 결제수단을 등록하고 가는 것이 좋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대처가 쉬우니 모두 준비해 가자.
필자는 보통 해외여행을 할 때에는 미리 환전한 현지 화폐를 사용한다. 카드를 사용할 경우에는 오입력이나 바가지 등으로 피해를 볼 것이 염려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용 수단인 페이가 일상화되어 사용이 반강제인 중국이 못마땅했으나 막상 다녀와 보니 그저 기우에 불과했다.
인상 깊었던 점이 한 가지 떠오른다. 많은 수의 상점이 전산 결제 장비(POS)가 없다. QR코드를 출력해 걸어 놓고 그것을 통해 페이로 지불하라고 한다. 그래서 결제를 완료한 뒤에 주인에게 확인을 요청하는데도 주인이 도무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손님인 내가 보채도 확인을 하지 않고, 왜 빨리 나가지 않는지 이상하게만 쳐다본다.
나는 혹시나 전산 오류로 결제가 안 되었을 때, 차후 입국심사에서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까 걱정이 들었지만 찜찜한 채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소비자인 내가 성화니 참으로 웃기는 노릇이었다. '예상외로 중국은 제법 신용 사회였던 것이다.'
중국은 사회적으로 사기나 폭리를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도 전혀 보지 못했다. 물가는 어디를 가든 저렴하게 일정했고, 비싼 것이 당연한 공항 물가와 생활 물가의 차이도 거의 나지 않았다. 대중교통 비용은 500~600원에 불과해 대단히 저렴했다.
보조배터리 압수당한 사연... 공공장소에서는 자주 소지품 검사
중국은 역사적으로 침략을 하기도 했지만, 이민족의 침입에도 자주 시달려왔다.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는 서구 열강의 괴롭힘도 당했다. 또 넓은 영토에 생각을 달리할 수 있는 소수 민족들이 적지 않은 수로 분포해 있으니 생각처럼 체제가 굳건하지 못한 편이다. 전술한 사유들이 '안전'이라는 가치에 민감한 사회 분위기를 만들게 된 것은 아닌가 싶다. 사람이 워낙 많다보니 예측불허의 괴인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한 몫할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 대부분 무비자 내지 간소화된 절차로 입국할 수 있는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불편한 일이지만 중국은 입국허가, 즉 비자(VISA)를 미리 발급받은 뒤에야 여행을 할 수 있다. 만약 받지 못했다면 비행기를 타지 못 하거나, 입국을 거절당하게 된다.
중국 공항에서는 우산처럼 위협이 될만한 물건이 있다면 미리 꺼내 놓으라고 한다거나, 보조배터리의 용량을 살펴본다. 나는 5만 밀리암페어 용량인 벽돌 한 장 크기의 보조배터리를 들고 갔다가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압수당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전혀 문제 삼지 않았기에 조금 당황스러웠으나, 기분은 별로 상하지 않았다.
앞서 썼듯이 애초부터 목숨을 내놓고 간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그 밖에 우리나라의 공항이었다면 조금은 여유로울 수 있는 신체 검색도 조금 깐깐한 편이라, 살집이 있는 편이라면 동성(同性)의 직원이 세밀히 확인할 수도 있다.
입국을 한 뒤에는 지하철을 탈 때 또는 관광지에 입장할 때 자주 소지품 검사를 한다. 다소 번거롭기는 하지만 크게 부담은 없다. 공항처럼 엄격하지 않고, 엑스레이 검사대에 소지품을 통과시키기만 하면 된다. 몇 번 하다 보면 자연스레 적응이 된다.
처음에는 이 일련의 모든 절차들이 너무 기분을 상하게 하고 불편하게 만들었다.
자유로운 사회인 우리나라에서는 신체나 소지품을 수색하는 것은 대단히 예외적
인 일이기 때문에, 이해하려 해도 거부감이 안 들래야 안들 수가 없었다.
하지만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가 있다. 중국 여행 도중 지하철을 타려 하는데, 입구에 험상궂은 사내 여러 명이 허리춤에 손을 얹고 길을 막았다. 많은 사람들이 옴짝 달싹하지 못하게 되었다. 현지인도 어쩌지 못하는데 외국인인 나로서는 가만히 있을 수밖에. 그런데 잠시 뒤 빨간 완장을 찬 공안(경찰)이 호루라기를 불며 다가오니, 놀랍게도 그들은 줄행랑을 치며 해산했다.
미국 지하철은 역무원이 없거나 아니면 있더라도 일에 관심이 없어보는 직원 소수만 있어, 행실이 불량한 거동수상자가 있어도 제지할 수 없는 경우가 잦았다. 그런 탓에 나의 안전은 스스로 지켜야만 했다. 현장에서 도망치는 것 말이다.
그러나 중국 지하철에는 공안 또는 역무원이 불필요할 만큼 다수 상주하여 단 한 번도 위험함을 느끼지 못했다. 애당초 거수자였다면 지하철을 탈 수도 없었을 것이다. 상반되는 미국 등 해외에서의 경험을 통해서, 우리나라 여성들이 밤길을 걸으며 목숨의 위협을 느낀다는 말이 무슨 느낌인지 남성인 내가 이해하고 공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중국은 밤거리를 걸어도 전혀 무섭지 않다. 유동인구도 많지만 공안을 꽤 자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공안이 외국인에게 시비를 거는 법도 없다. 행여나 말을 걸더라도 비자를 보여주면 될 뿐이다.
내가 중국을 여행하는 내내 그 누구도 돌출행동을 하지 않았다. 온라인상에서 보았던 공공장소에서 볼 일을 봤다는 사람, 행인에게 행패를 부리던 사람 등은 대단히 예외적인 경우였던 것이다.
중국은 한국이나 일본처럼 치안이 상당히 좋은 편임을 몸소 느꼈다. 다시는 이전처럼 중국인을 색안경 끼고 보지 않겠다는 다짐을 아로새겼다.
중국에서 기분이 상하고 불편했던 모든 절차들이 나의 안전을 지켜주고 있었음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고, 지금도 계속 곱씹고 있다. 자유(自由)라는 가치를 극단적으로 추구한다면 스스로에게 해방감을 선물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탓에 나의 안전(安全)은 내팽개쳐질 수 있다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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