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의 새로운 대선 후보로 나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공세에 대응하지 못하고 허둥대며 대선에서 패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적했다.
보수 성향의 미 유력지 WSJ은 7일(현지 시각) 사설에서 공화당이 이대로 가면 대선을 넘어 상·하원 선거에서도 패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장 큰 문제라고 분석했다.
WSJ은 "조 바이든 대통령 임기 동안 미국 국민의 실질 임금이 줄어들고 국경 혼란이 전국으로 확산했다"라며 "현 정부가 진보적 문화 정책을 강요하며 분노가 일었고 유럽과 중동에서는 전쟁이 터졌으며, 서태평양에서는 중국이 위협하고 있다"라고 바이든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상황이 유권자들이 변화를 바라게 만들었으나, 대선을 석 달 앞두고 해리스가 등장하면서 바이든에 대한 트럼프의 우세를 지워버렸다"라고 평가했다.
"해리스 등장에 흔들린 트럼프, 효과적인 공격 못 해"
WSJ은 "해리스에게는 바이든의 노쇠한 이미지가 전혀 없다"라며 "59살인 해리스의 젊음은 10년 넘게 대선판에 머물렀던 78살의 트럼프와 비교된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해리스 부통령이 미래를 강조하면서 자신이 변화를 일으킬 인물로 강조하고 있다면서 "만약 트럼프가 바이든 행정부의 실정과 진보주의를 묶어두려 한다면 해리스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WSJ은 "트럼프 선거 캠프도 이를 잘 알고 있지만, 트럼프가 문제"라면서 "트럼프와 열성적인 지지자들은 이런 우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트럼프의 지지율은 50% 미만에 묶여 있는데 이는 그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며 "이들은 트럼프가 뉴스에 나올 때마다 2020년 대선 때 그를 찍지 않았던 이유를 떠올린다"라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가 해리스의 등장에 마음이 동요하면서 효과적인 공격을 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남편이 유대인인 해리스가 '유대인을 싫어한다'고 했고 인종 정체성을 언급했다가 중도층의 반발을 샀고, 해리스가 '지능이 낮다'거나 '멍청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트럼프는 자신에 대한 탄핵 시도와 재판에 대해 불만이 많은 듯 유세에 나설 때마다 개인적 분노를 쏟아내고 충동적으로 허둥대면서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일관된 메시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라며 "재선에 성공하면 무슨 일을 할 것인지를 공약하지 않는 것도 해리스에게 도움이 된다"라고 지적했다.
WSJ은 "트럼프의 이런 전략은 바이든을 상대로 통했지만, 그 경쟁은 이미 끝났다"라고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 "해리스와 새로운 러닝메이트(팀 월즈 부통령 후보)가 급진적이란 것을 유권자들에게 잘 전달해야 한다"라며 "그래도 트럼프가 대선에서 패할 수 있지만, 지금보다는 잘할 수 있다"라고 맺었다.
바이든 "트럼프 패하면 평화로운 권력 이양 확신 없어"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평화로운 권력 이양이 이뤄질지에 대해 확신이 없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 CBS 뉴스가 공개한 인터뷰 발췌본에서 '대선이 끝난 후 평화로운 정권 이양이 이뤄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트럼프가 패할 경우 전혀 확신이 없다(not confident at all)"라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는 자기가 한 말을 진지하게 여기지만, 우리는 그의 말을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다"라며 "대선에서 패하면 피바다(bloodbath)가 될 것이란 그의 말은 진심"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연설에서 자신이 대선에서 패할 경우 "미국 전체가 피바다가 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무역 정책 때문에 미국 자동차 산업이 무너질 것이라는 의미라고 해명했으나, 민주당은 2021년 1월 6일 트럼프 당시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을 부추겨 폭력 사태를 일으키고 부정 선거를 주장했던 것을 되풀이할 의도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 포기 선언 후 처음으로 언론과 만난 이 인터뷰는 오는 11일 방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