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강제성' 문구 사용을 거부했음에도 정부가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찬성한 데 이어 외교부가 일본 대표의 발언을 번역 과정에서 변경해 일본에 유리한 내용으로 둔갑시킨 사실이 드러나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 산하 공공기관이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반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2022년 7월 29일, 정부 공식 누리집의 '정책뉴스'에는 "우리가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를 반대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총 8장의 카드뉴스로 이루어진 게시글은 문화체육관광부 소속기관인 해외문화홍보원에서 제작한 것이다.
"한국, 일본이 강제노동 역사 공식 인정하는 것이 중요"라고 했는데...
"우리가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를 반대하는 이유"라고 첫 장을 시작한 해당 카드뉴스는 두 번째 장에서 "일본이 조선인 강제 동원 역사를 배제한 채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려고 한다"라며 "사도광산이 '제2의 군함도'가 되지 않도록 국제사회의 협력을 이끌어 낼 때"라고 적혀있다.
세 번째 장에서는 사도광산에 대해 "일본 니가타현에 있는 사도 섬 내의 광산. 일본 에도시대엔 금광으로 유명했지만, 태평양 전쟁 당시 전쟁 물자 조달을 위해 구리, 철 등 채굴. 이 과정에서 1200명에 달하는 조선인이 강제 노역을 강요당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입장에선 조선인 1200명이 사도 광산에서 혹독한 노동을 강요당한 45년의 역사가 중요하다"면서 "일본이 교묘히 배제한 역사까지 공식적으로 인정하길 요구하는 셈"이라며 일본의 등재 추진을 비판했다.
해당 카드뉴스는 "일본은 '난징대학살' 등재를 막기 위해 '등재를 반대하는 국가가 있다면, 심사 중단하고 대화를 촉구한다'라는 세계기록유산 조항을 도입했다"면서 "그런 일본이 한국의 반대를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하지만 해당 조항은 한국이 사도광산의 등재를 찬성함에 따라 유명무실해졌다.
또한 "오죽했으면 일본 내에서도 이렇게 지적했다"면서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한 일본 내부의 비판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한국의 의견을 무시하고 세계유산 등재를 강행한다면 '이중 잣대'라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것" (2022년 2월 4일, <도쿄신문>)
"세계유산은 그 보편적 가치를 국제사회와 공유해 후세에 전하는 데 의의가 있다. 국제기구와의 약속을 완수하지 않은 채로는 일본의 자세를 의심받게 된다" (2022년 2월 2일, <아사히신문>)
카드뉴스의 마지막 장도 "2015년 군함도 등재 이후 강제 노역 사실을 국제사회에 알리라는 약속을 일본은 아직도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일본이 올바른 역사를 기술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협력을 이끌어 낼 때"라며 강제노동의 역사를 지운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막고 일본의 과거사 반성을 위해 국제사회의 협력을 이끌어야 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반대 카드뉴스에 외교관 초치까지 했었는데 갑자기 찬성한 윤 정부
이처럼 윤석열 정부는 지금으로부터 2년 전만 하더라도 강제노동을 명시하지 않았고 군함도의 세계유산 등재 이후 일본이 과거사 반성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명백히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이외에도 외교부는 2023년 1월,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을 또다시 세계유산으로 등재하자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우리 정부는 전시 강제노역의 아픈 역사를 포함한 전체 역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유네스코 등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할 것"이라며 주한 일본 대사대리를 초치해 공식 항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거의 반대 입장과 달리 현재 외교부는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항의는커녕 일본의 입장에 일반적으로 양보하며 오히려 계속 말을 바꾸고 일본에 유리하게 번역을 수정하는 등 국내 반발을 무마하려는 행태만을 보이고 있다.
한편 해당 카드뉴스를 제작한 해외문화홍보원은 1971년 해외공보관으로 시작한 기관으로 올해 2월 폐지된 뒤 문체부 내 조직으로 편입, 이에 따라 문체부 내 국제문화홍보정책실이 신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