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9일 영주댐 전역이 심각한 녹조로 뒤덮였다. 조류대발생이란 기록이 경신되고 있다.
 9일 영주댐 전역이 심각한 녹조로 뒤덮였다. 조류대발생이란 기록이 경신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 슬기로운 천막생활, 낙동강에 가다 5 9일 영주댐 현장 상황을 그대로 담았고, 영주댐 앞에서 필자와 금강에서 달려온 금강낙동강영산강보철거시민행동의 임도훈 상활실장과의 현장 토크가 이어졌다.
ⓒ 김병기

 
영주댐 녹조가 심각하다. 7월 말 벌써 조류대발생 수준인 남조류 세포수 100만 셀을 훌쩍 넘어 190만 셀이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보였는데, 이후 계속된 폭염에 지난 9일 다시 찾은 영주댐은 그야말로 녹조가 '폭발적'으로 증식하고 있었다

9일 하늘에서 보니 어느 곳 하나 멀쩡한 곳이 없이 댐의 모든 곳이 녹조로 완전히 뒤덮였다. 주변 산지의 초록과 구분이 안돼 어느 곳이 산이고 어는 곳이 강인지조차 구분이 어려울 정도였다. 가까이 다가가면 악취마저 진동했다.

'녹조공장' 영주댐... 에어로졸 정말 걱정
 
 영주댐에 녹조가 창궐한 가운데 좌측에 새로 조성된 금강마을이 들어서 있다. 이들 주민들은 녹조 독 에어로졸을 일상적으로 들이마시게 된다.
 영주댐에 녹조가 창궐한 가운데 좌측에 새로 조성된 금강마을이 들어서 있다. 이들 주민들은 녹조 독 에어로졸을 일상적으로 들이마시게 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영주댐 주변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영주댐을 건설하면서 수몰민이 된 529세대 중 일부가 댐 주변에 새로운 마을을 짖고 이곳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새로운 금강마을과 동호마을 그리고 제일 큰 평은마을이 생겨났고, 그곳에 고향을 떠날 수 없는 수몰민들이 정착해 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삶은 녹록지 않다. 댐으로 인해 생기는 잦은 안개도 문제일 것이지만, 녹조 에어로졸의 직접적인 피해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녹조공장이 된 영주댐에서 올라오는 녹조 에어로졸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지난해 영남의 환경단체들의 연대체인 낙동강네트워크와 환경운동연합은 부경대와 창원대 연구팀과 함께 금강마을과 평은마을 주변의 공기를 포집해 이곳 공기중에 녹조 독이 들어있는 것을 밝혀낸 바 있다. 2023년 10월 12일 영주댐 금강마을에서 포집한 공기중에서는 녹조 독인 마이크로시스틴이 1.47ng/m3이 검출됐고, 역시 같은 날 평은마을에서는 1.96ng/m3이 검출됐다. 이는 연구진이 비교 대상으로 삼는 미국 뉴헴프셔주 강 공기 중 마이크로시스틴 최저 농도의 각각 113배, 150배 높은 수치다.

지난해는 비가 많아서 녹조가 그리 심각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그 양상이 천양지차라 에어로졸로 날리는 양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이 되고 그로 인해서 이곳 주민들의 건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섬처럼 보이는 곳이 수몰된 금강마을 터다. 지금은 뒷산의 일부만 남았다. 이곳에 선조들 묘소가 일부 남아 있다.
 섬처럼 보이는 곳이 수몰된 금강마을 터다. 지금은 뒷산의 일부만 남았다. 이곳에 선조들 묘소가 일부 남아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정든 고향이 수몰당해 궁여지책으로 댐 주변에 마을을 형성에 살고 있는 이들이기에 녹조 독이 에어로졸로 날리는 현실은 이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하루빨리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인데 그러기 위해선 주민들 스스로의 강력한 요구 터져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민들의 움직임은 없는 상황.

사태가 해결될 것을 기대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녹조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없다. 2016년 시험담수 때부터 영주댐의 녹조 문제가 대두됐고, 그 이후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해서 영주댐 유역의 축사와 농경지 등에 대한 관리를 하고 있지만 녹조는 숙지기는커녕 더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측 저 멀리 새로 조성된 평은마을이 보인다. 평은마을 주민들 또한 에어로졸로 날리는 녹조 독을 일상적으로 흡입하게 된다.
 우측 저 멀리 새로 조성된 평은마을이 보인다. 평은마을 주민들 또한 에어로졸로 날리는 녹조 독을 일상적으로 흡입하게 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내성천 중류에 들어선 영주댐, 예견된 재앙

구조적인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댐이 내성천의 중류에 들어서다 보니 상류에서 봉화와 영주를 거칠 수밖에 없고 그곳의 인간 삶터에서 나오는 각종 오염원 모두를 차단하기엔 역부족인 것이다. 수몰지 안의 예전 농경지에 오랜 세월 동안 쌓여 있던 인과 질소 성분이 계속해서 우려 나오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 상태에서 댐을 지어놓으니 연중 1급수가 흘렀던 내성천이 영주댐으로 인해 창궐한 녹조로 급수를 매길 수 없는 수질 상태를 양산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영주댐의 목적은 낙동강 수질개선이다. 댐을 짓지 않고 놔뒀으면 1년 내내 내성천의 깨끗한 강물이 흘러 낙동강의 수질을 개선시켜줬던 것인데 낙동강 수질개선용이란 이름으로 영주댐을 지어서 오히려 낙동강의 수질을 더 오염시키게 생긴 것이다. '영주댐 무용론'으로 영주댐 해체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댐에는 녹조가 그득하고, 장마가 지난 지 얼마인데 아직까지 댐 아래에선 탁수가 여전히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내성천엔 아직 탁수가 흐르고 있다.
 댐에는 녹조가 그득하고, 장마가 지난 지 얼마인데 아직까지 댐 아래에선 탁수가 여전히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내성천엔 아직 탁수가 흐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애초에 이런 댐을 제안하고 이런 댐의 필요성을 제시한 관료와 학자들을 찾아내 그 책임을 철저하게 물어야 한다. 그런 자들로 인해서 결국 1조1천억원이 든 영주댐이 목적을 상실한 댐이 됐으니 그 돈은 공중으로 날려버린 셈이고, 영주댐으로 인해 국보급 하천 내성천만 망가지고 있으니 그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들에게 구상권이라도 청구해야 할 것이다."

이날 금강에서 달려와 함께 동행한 금강낙동강영산강보철거시민행동 임도훈 상황실장의 말이다.

임도훈 상황실장의 말대로 하루빨리 영주댐 해체를 선언하고 그 책임을 철저하게 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야 이런 말도 안 되는 '삽질'이 다시 반복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임 실장은 덧붙이길 "앞으로 '토건 삽질 실명제'를 도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 삽질로 인해 피해가 생기게 될 경우 구상권을 발동해 책임을 묻도록 말이다"라고 했다.

이곳 주민들의 의지 여부에 문제 해결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영주댐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사태 해결을 위한 경력한 요구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금강마을 앞에 영주시에서 관광객들을 위한 교량을 건설해뒀다.
 금강마을 앞에 영주시에서 관광객들을 위한 교량을 건설해뒀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자신들의 삶터의 가치 하락을 걱정하는 심정 충분히 이해하지만 어쩌면 자신의 건강이나 목숨과 직결되는 문제를 너무 쉽게 판단하는 것 같다. 건강을 잃고 나면 돈이 무슨 대수일 것인가. 그러니 이 사태에 대해 능동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

환경운동연합 이철재 정책위원의 설명이다. 이 정책위원은 녹조 사태가 점점 알려지면서 일게 될 이곳의 가치 하락, 즉 땅값 하락이라는 이곳 주민들의 현실적 우려에 대해서도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지대의 가치 하락을 걱정들 하실 것인데 인식을 전환해서 오히려 댐을 해체하고 이 일대를 예전 모습으로 복구해서 내성천을 되살려 가령 내성천을 국립공원으로 만든다면 이곳의 가치는 더 상승할 것으로 본다. 그렇게 하면 내성천도 살리고 사람도 사는 윈윈 전략이 되지 않을까 싶다. 수몰된 마을도 되찾을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해체된 댐의 역사를 쓸 때가 됐다. 그 1호가 영주댐이 되길 희망해본다."

영주댐 녹조 대란 사태... 결국 주민들이 나서야

영주댐 논란의 실로 오래된 논쟁 사안이다. 영주댐은 지어질 때부터 논란이 많았다. 댐이 지어지기 전부터 이 댐으로 인해서 실효성은 없고 오히려 국보급 하천 내성천의 생태만 망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던 것이다.
 
 수자원공사 영주댐관리단에서는 녹조 우심지역에 회전식 수차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화전식 수차를 돌리게 되면 녹조 에어로졸이 더욱 확산될 것이다. 위험천만한 짓이다.
 수자원공사 영주댐관리단에서는 녹조 우심지역에 회전식 수차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화전식 수차를 돌리게 되면 녹조 에어로졸이 더욱 확산될 것이다. 위험천만한 짓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그 우려는 생각보다 더 심각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낙동강 수질개선용으로 지어진 영주댐에는 조류대발생이라는 끔찍한 사태가 발생하고 있고, 내성천은 그 원형을 점점 더 심각하게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철재 정책위원의 설명대로 과감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무용한 댐은 하루빨리 해체해서 강의 가치를 되살려주는 것이 그 강과 그 주변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이로운 결과를 불러오게 된다는 생태적 각성, 이것이 절실히 필요한 것 같다. 그러니 이곳 주민들 인식의 전환을 기대해본다. 결국 주민들이 나서야 이 문제가 풀릴 것이므로.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영주댐녹조#조류대발생#내성천#금강마을#에어로졸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