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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7일, 4박 5일간 농촌RMO(Region Management Organization)연수단으로 일본 시마네현을 다녀왔다. 이번 연수는 농촌읍면단위의 활동가 중심으로 26명이 함께 했다.

 26인의 농촌읍면단위 활동가가 일본 시마네현에서 농촌RMO연수를 하였다.
 26인의 농촌읍면단위 활동가가 일본 시마네현에서 농촌RMO연수를 하였다.
ⓒ 국민총행복전환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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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자들은 모두 전국 각지의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기반을 갖고 활동하는 사람들로서 각자의 경험과 고민을 공유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일소공도연구소의 구자인 박사가 전체적인 기획을 했고, 시마네대학의 한 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하였으며, 전체적으로 매우 알차고 의미있는 일정이었다.

특히, 내발적발전론으로 유명한 시마네대학의 호보 다케히코(保母武彦) 명예교수와 오랜기간 지방자치문제에 관심을 두고 활동해 온 이케가미 히로미치(池上洋通) 선생이 80대 노구인데도 전 일정을 함께하면서 부가설명을 해 관련 정책의 내용이나 추진 배경 등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지역을 지키는 따뜻한 손길들

RMO란 '지역의 생활과 삶을 지키기 위해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설립하고, 지역 내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협의 조직이 정한 지역 경영의 지침에 근거하여 지역 과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조직'(총무성)이며, 농촌 RMO는 '여러 마을이 모여 마을의 기능을 보완하여 농지 보전 활동, 농업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 활동과 함께 생활 지원 등 커뮤니티 유지에 기여하는 활동을 하는 조직'(농림수산성)으로 정의한다.
 연수단이 진지한 모습으로 농촌RMO 활동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수단이 진지한 모습으로 농촌RMO 활동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국민총행복전환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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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와 과소화에 따른 인구 감소가 심각해지는 일본은 중앙정부의 여러 부처에서 RMO와 관련한 다양한 정책을 만들고, 각 정책들을 상호 연계하여 통합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중앙과 지방이 역할을 분담하여 지역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RMO의 설치와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에 힘입어 2019년 5236개이던 RMO는 2021년 6064개, 2023년 7710개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시마네현에서 피어난 민관협력 시스템

이번에 방문한 지역(시마네현 야스기시, 운난시, 오난쵸)의 경우, 일본 내에서도 RMO가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지역이다. 특히, 운난시(雲南市)의 경우 2004년 11월, 6개 정촌(町村)이 합병하여 탄생한 신시(新市)로서 인구 33,749명(2024.2.1.)으로 우리나라의 청양군 정도의 크기이며, 지역 전체가 중산간 지역이자 과소 지역이다.

서로 다른 정촌의 합병으로 만들어진 지자체이기 때문에 지역 전체를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큰 과제였고 특히 시청에서 멀리 떨어진 지구의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되었다. 이에 합병 이전에 '커뮤니티․주민자치 프로젝트'를 수립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합병과 동시에 '지역자주조직(RMO)' 설립을 추진해 2007년에는 30개의 지구(초등학교 권역) 단위 조직 설립을 완료하였다. 2008년에는 '운난시 지역만들기 기본조례'를 제정하여 "주체인 시민이 스스로의 책임하에 주체적으로 참가하고, 시민과 의회 및 행정이 협동에 의한 마을 만들기"를 추진하고 있으며, 그 중심적 역할을 RMO가 담당하고 있었다.

 농촌RMO에서 운영하는 시설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농촌RMO에서 운영하는 시설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국민총행복전환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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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RMO는 ①자기 지역은 자기가 다스린다. ②'지연(地緣)'으로 연결된 다양한 사람, 조직, 단체가 연계, 협력하여 시너지효과(지역의 總力)를 발휘한다. ③이벤트형에서 문제해결형으로 나아간다. ④지역력(개성)을 살리는 것을 중시한다 등을 기본이념으로 '새로운 공공(公共)의 창출'을 통한 지속가능한 마을만들기를 지향하고 있었다.

RMO는 기존의 생애 학습 중심이던 '공민관'의 기능을 마을만들기, 지역복지서비스 공급까지 확장한 '교류센터'로 개편한 경우와 지역 주민의 사회·경제·문화적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활동 거점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행정에서는 지역 내 존재하는 다양한 시설(공민관, 폐교, 온천시설 등)의 운영을 RMO에 위탁(지정관리자로 지정)하고, 위탁수수료를 교부금으로 RMO에 지원하고 있었다.

RMO는 이러한 위탁사업 외에도 행정과 협약을 맺고 중산간 지역 직불금 중 지역지원분 집행, 시민버스 운행, 수도공사 대행, 간이수도 관리, 농산물 가공과 판매, 도농(체험)교류, 생활편의품 공급 등의 독자 사업을 통해 새로운 고용 창출과 자체적인 운영비를 조달하고 있었다. RMO에 따라 다르지만, 지역밀착형 제3섹터 방식의 ㈜요시다후루사토무라의 경우, 자본금 1500만엔, 주주 37명에 82명(파트타임 포함)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었다.

막연한 환상보다는 스스로 실천 가능한 일부터

정부의 일방적인 지원이나 시혜에 의해 지역이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의 주체적인 노력과 참여를 조장하고, 주민의 자발성과 창의성이 발휘되도록 하는 행정의 개입 방식이야말로 우리가 배워야 할 소중한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과 성과에도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지역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점 또한 솔직한 고백이다.

몇 년 후 우리 농촌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착잡했다. 그래도 인상적인 것은 마을 주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찾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무리하지 않게, 즐겁게 해 간다'는 어느 RMO 대표의 발언이 마음 속에 큰 울림으로 남았다. 되지도 않을 '인구 늘리기'라는 허상을 쫓아 행정력을 낭비하는 우리 지자체의 행태에 비추어 보면 확실히 다른 접근이었다. 인구 늘리기가 아니라 '한 사람이 남더라도 그 사람이 즐겁고 행복하게 살도록 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RMO의 모토는 우리도 받들고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닌가 싶었다.

- 행복의성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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