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광주에서 발생한 전세사기 피해액이 58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올해 6월 2일 사이에 광주에서 발생한 전세사기 사건으로 재산 피해 584억 원(피해자 213명)이 발생했다.
문제는, 관련 피해는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인식하고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선 상황에만 확인된다는 데 있다. 피해가 예정돼 있거나 피해자가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에 있으면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지역 시민단체인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아래 광주청지트)가 광주 청년들의 전·월세 피해 사례 조사에 나섰다. 지역 주거 피해 사례 84건을 확인한 광주청지트는 "전세사기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다양한 피해 사례를 포괄한 주거 피해 문제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대응할 체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13일, 광주청지트 박수민 이사장을 인터뷰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지역 청년들의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민단체 광주청지트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수민입니다. 저희 단체는 지역 청년에게 재무 상담을 제공하고 불법 금융 피해를 확인하고 대응하는 활동을 합니다."
- 최근 지역의 주거 피해 사례를 확인하셨습니다.
"지난 6월 5일부터 최근까지 84명의 피해 사례를 확인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최근 사회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전세 사기의 범주를 넘어선 주거 피해를 확인했습니다.
주거 피해 유형은 다양했지만 저희가 피해의 시작점에서 공통적으로 확인한 건 불법 광고였습니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공간에서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하는 청년 주거정책이 있는 것처럼 홍보해 피해자를 모집했습니다.
이후 전·월세를 내걸고 모집한 피해자에게 매매를 유도하거나, 이자 지원을 약속하며 계약을 맺게 한 후 이자를 지원하지 않는 등의 사례가 있었습니다. 거주 기간 발생하는 이자를 줄 테니 살기만 하면 된다며 계약을 강하게 유도한 후 실제론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입니다."
- 최근 광주시가 지자체 사칭 광고 관련 대응에 나섰습니다.
"광주시가 법적 대응을 경고한 후 '청년 지원', '청년 정책'으로 오인할 수 있는 용어 사용이 줄었습니다. 지자체가 의지를 가지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생각됩니다. 경기도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가 설치된 후 지역 불법대부 업자들의 영업 활동이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광주에서도 주기적으로 관련 광고물을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주거 피해를 입은 청년들은 피해 상황에 어떻게 대응했나요?
"이 문제는 피해자가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나서지 않으면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피해를 입은 청년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은 온라인입니다. 그런데 온라인에는 이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글이 많습니다. 그래서 대응을 포기하거나, 답답한 마음에 차라리 빚을 갚는 게 더 쉽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안전한 주거 정보에 대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특히 계약 과정에서 상대 사업체가 안정적인 경영 구조를 가진 사업체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업체의 체납 사실이나 보증보험 가입 여부를 손쉽게 알 수 있게 해야 합니다."
- 주거 피해 청년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개인이 꼼꼼하지 않아서, 자세히 살펴보지 않아서 피해를 입었다는 사회적 시선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시선이, 많은 피해자로 하여금 자신의 문제를 드러내지 못하게 한다는 데 있습니다.
제가 피해자들과 함께 관련 전문가 및 기관을 만났을 때도 비슷한 인식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예컨대 '이자를 지원해 준다는 말을 진짜로 믿었느냐', '딱 봐도 사기인 거 같은데 왜 몰랐느냐' 같은 말이 그랬습니다. 이 같은 인식은 범죄를 저지른 집단 대신 피해자를 비난함으로써 이 문제를 손쉽게 개인화합니다. 피해자들에게는 주거 피해가 피해 상황에 비해 더디게 해결된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회적 인식이 피해자들에게 추가적인 피해를 주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와 같은 인식은 이 문제는 공적 제도가 개입해야 할 문제라는 인식을 방해하기 때문에 변화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 피해자들이 겪는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면요?
"주거 계약의 경우 상당한 개인정보를 제공하게 됩니다. 가족관계에 대한 정보나 개인의 주민등록 관련 문서 및 직장 관계 정보까지 넘기게 됩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문제제기를 하게 되면 개인정보를 통한 보복을 당할 수 있겠다는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가 상담한 어떤 피해자는 방문한 사무실에서 개인정보 관련 서류들이 사무 공간에 흩어져 있는 모습을 봤다고 했습니다. 계약을 맺은 후 상대방이 무서워서 계약을 취소하고 싶어졌음에도 그냥 진행하는 상황도 있습니다.
얼핏 들어선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현장의 상황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주거 불안 상태에서 안정적 주거를 급하게 찾다가 피해를 입는 사례도 많습니다. 피해자들은 제대로 된 지원책을 갈구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현장의 피해에 비해 행정의 대응이 느리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피해자가 느끼는 인식과 이 문제에 대응해야 하는 행정의 인식 사이의 간극이 넓은 것 같습니다. 지역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논의할 수 있는 통로가 부재한 상황입니다. 청년 주거 피해 문제가 발생하면, 개별의 피해 속에 감춰진 구조적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해야 하는데 지역의 특수한 상황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주거 문제는 삶의 토대이기 때문에, 주거 피해를 입은 피해자는 각종 사회 문제에 고스란히 노출되곤 합니다. 광주광역시 주거 기본 조례에는 '주거복지기금의 조성'에 대한 규정이 있습니다. 광주시장은 시민의 주거 안정과 주거 수준의 향상을 위해 주거복지기금을 설치할 수 있다는 규정입니다. 이 규정을 포함한 각종 근거를 충분히 활용하여, 중앙정부와 별개로 지자체 차원에서도 특별하고 요긴한 대응을 하면 좋겠습니다.
저희 광주청지트는 다음 활동 계획으로 광주의 주거 피해 문제와 관련한 간담회를 추진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