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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창녕군 길곡의 심각한 녹조 경남 창녕군 길곡면의 낙동강에 녹조가 창궐했다. 소낙비도 한 차례 내렸지만 녹조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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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낙동강 현장을 찾았다가 녹조가 창궐한 현장 소식을 신속히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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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은 지금 거대한 녹조공장... 이런 일은 정말 없었다 https://omn.kr/29rzn
다시 낙동강을 찾았다. 지난 현장조사가 상류와 중류 중심이었다면 16일~17일 이틀에 걸쳐 필자가 사는 낙동강 중류인 대구에서부터 낙동강이 바다와 만나는 낙동강 하구까지를 둘러봤다. 낙동강 전역이 완전 녹색이었다. 하늘에서 본 낙동강은 거대한 녹조 제조공장을 방불케했다. 강물이 온통 녹색페인트와 같았다. 마치 녹색페인트 제조공장에 와 있는 거 같았다.
낙동강은 거대한 녹색페인트 제조공장
그 녹색페인트 제조공장의 녹조가 과연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까 궁금해 낙동강이 바다와 만나는 곳까지 찾아갔다. 낙동강이 흘러흘러 바다와 만나는 곳. 바로 부산 다대포해수욕장까지 달려간 이유다. 2년 전 낙동강의 녹조가 이곳 기수역까지 흘러와 녹조로 뒤덮인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17일 새벽 나가본 바닷가엔 많은 사람들이 해변을 걷고 있었다. 관광객보다는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 운동 삼아 맨발로 해변을 걷고 있었는데 그 인원이 상당했다. 다행히 아직 낙동강 하굿둑을 본격적으로 열지 않아서인지 이곳 다대포까지 녹조가 창궐하진 않았다. 그러나 만약 이곳까지 녹조가 발생한다면 이곳에서 운동하는 저 수많은 사람들이 녹조 독에 노출되게 되는 셈이다. 그것을 생각하면 아찔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아미산전망대에 올라 낙동강 하구를 감상하고 하굿둑이 있는 상류로 이동했다. 낙동강하굿둑전망대에서 바라본 낙동강 하굿둑은 녹색이 완연했다. 짙은 녹조가 하굿둑으로 막힌 낙동강의 최남단 이곳까지 창궐한 것이다. 마침 녹색 물살을 가르고 어선 하나가 하굿둑 정박지로 들어왔다. 녹조 독을 가까이서 흡입하게 되는 그 어민의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아무튼 이런 상태에서 하굿둑을 개방하면 저 녹색페인트와 같은 녹조 강물이 아래로 내려가 바다와 만나고 아까 본 다대포해수욕장 앞 해변까지 녹조가 떠밀려 오게 되는 것이다. 녹조는 또 적조의 먹이가 돼 바다의 적조마저 불러올 수 있다. 진퇴양난의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진퇴양난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강을 강답게 만들어 관리할 필요가 있다. 낙동강을 원래대로 흐르는 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 일단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 낙동강 하굿둑도 일부 개방하기도 했다. 개방이 더 확대되어야 하지만 현재는 답보 생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단 하굿둑만의 문제가 아니라 낙동강에 들어선 8개의 초대형 보를 열어 낙동강을 낙동강답게 흐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강이 정상으로 기능을 해서 녹조 같은 것이 얼씬도 못하게 된다는 소리다.
강은 흐르면서 자정작용을 하게 된다. 흐르는 강물은 모래톱을 지나고 습지를 지나고 각종 수생식물대를 지나면서 맑아지게 된다. 맑은 강물이 흘러흘러 우리 인간에 건강한 식수를 공급해왔던 것이 오랜 세월 낙동강이 영남인들에게 선사한 선물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이명박이란 분이 나타나 그 강을 막아세운 것이다. 낙동강 창궐한 녹조의 역사는 정확히 4대강사업의 역사와 같이한다. 4대강 보를 완공해 수문을 닫은 바로 그 해부터 녹조는 창궐했던 것이다. 인구에 회자되던 녹조라떼라도 신조어도 그 무렵 탄생했다.
취수장과 양수장도 온통 녹조
그 녹조가 낙동강 전역에 창궐한 것이다. 강을 따라 올라가면서 만난 낙동강이 온통 녹색이었다. 강 본연의 검푸스름한 물빛의 강물을 만난 곳이 한 곳도 없다. 심지어 낙동강과 만나는 지천에까지 녹조는 영향을 미쳐서 지천의 상류로 녹조가 거슬러 올라가기까지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낙동강을 따라 올라가면서 본 모든 곳이 녹색페인트 제조공장과 같았다. 부산과 김해 일대의 강 어민들의 어선 정박장인 대동선착장에도 짙은 녹조가 창궐했다. 강을 따라 올라가면서 계속해서 같은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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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금취수장 앞 녹조 창궐 부산시민들의 수돗물 원수를 취수하는 물금 취수장의 취수구 주변이 온통 녹조로 뒤덮였다. 물을 뿌려서 녹조를 막아보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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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민들의 식수인 수돗물을 만들기 위해서 낙동강 원수를 취수하는 물금취수장 취수구도 녹조로 둘러싸였다. 녹조를 밀어내기 위해서 연신 물을 뿌려대고 있었지만 몰려드는 녹조를 제어하지 못했다. 그 모습이 안쓰럽다 못해 애처롭고 급기야 화가 치밀어 오른다. 보와 하굿둑을 열어 낙동강을 흐르게 해주면 될 일을 "어떻게 저렇게 눈 가리고 아웅하는 행동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녹조는 부산을 지나 양산, 창원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창원 시민의 수돗물 원수를 공급하는 본포취수장 앞도 짙은 녹색의 녹조가 창궐했다. 그 옆은 양수장도 있다. 농업용수를 공급해주는 본포양수장에서 퍼올려진 강물이 수로를 통해 흘러가는데 그 물이 녹색이다. 녹조 물이 수로를 따라 그대로 논과 밭으로 흘러들가고 있는 현장이 그대로 포착된 것이다.
녹조는 강을 따라 더 상류인 창녕군 길곡면의 아름다운 낙동강도 녹색 강물로 가득 채워놓았다. 강이 흐르지 않으니 거대한 녹조공장이 가동되고 있는 셈이다. 갑자기 소나기가 퍼부었지만 그 세차게 내리는 소나기도 창궐한 녹조를 전혀 제어하지 못했다.
녹색페인트와 같은 녹조 강물은 양수장의 취수구를 통해 그대로 빨려들어가고 있는 것은 낙동강 전역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그 녹색 물로 벼와 채소들이 자라고 있고 그렇게 생산된 농작물이 우리 식탁에 오르고 있고, 그 농작물이 전국으로 퍼져나간다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강을 막은 결과가 너무 치명적이고 그 위험을 우리가 고스란히 되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왜 우리가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가. 왜 이런 강을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현장에 녹색의 강을 보고서도 왜 이곳에선 강력한 문제제기가 일어나지 않은지가 의아할 따름이다.
영남이라는 보수의 도시에서 보수 정권이 한 일이라서 항의조차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는 현실이 너무 기가 막힌다. 만약 이같은 일이 수도권에서 발생했다면, 만약 한강이 지금 낙동강처럼 됐다면 모르긴 몰라도 폭동이 일어날 것이다. 서울시장이 아니라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부터 하면서 사태를 당장 수습해갈 것이다. (그래서 한강의 상황이 중요하다. 한강의 집중 녹조 모니터링이 필요한 이유다.)
영남인은 2등 국민인가, 낙동강을 흐르게 하라!
"우리 영남인은 2등 국민인가?"라는 자조썩인 한탄이 나오는 배경이다. 수돗물에서 녹조 독이 나오고, 그 물로 기른 농작물에서도 녹조 독이 나오고, 심지어 낙동강 주변 아파트 거실에서도 녹조 독이 나왔다고 하는데도 영남인들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정치적 색채를 떠나 목숨과 건강이 달린 문제다. 언제까지 눈치만 보고 있을 것인가. 당장 "영남의 젖줄 낙동강을 살려내라!"라고 외쳐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야 영남이 살 수 있는 것이다. 정치적 계산이 아니라 우리 삶이다. 삶을 위해서 눈치 그만 보고 잘못 가고 있는 것을 제자리로 바르게 돌려놓는 그야말로 상식적이고도 이성적인 행보가 필요한 것이다.
강을 강답게, 낙동강을 낙동강답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강은 흘러야 한다"는 고래로 전해지는 이 만고의 진리 앞에서 당당히 "낙동강을 흐르게 하라!" 주장해야 하는 것이다. 낙동강이 살고, 그곳의 뭇 생명들이 살고, 바로 우리가 살기 위해서 말이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