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항아리'를 아시나요?
MB 정부가 통일 재원을 마련하겠다며 2012년에 야심 차게 추진했던 사업입니다. 당시 MB 정부 과거 어머니들이 어려울 때를 대비해 쌀을 항아리에 조금씩 비축한 것처럼 막대한 통일 재원을 미리 준비하겠다며 통일 후 초기 비용을 계산해 통일항아리를 통해 55조 원을 적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현직 이명박 대통령이 1호 기부자로 자신의 한 달 월급을 전액 기부를 했다며 언론은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연예인들의 릴레이 영상에 국토대장정 행사까지 전방위적인 홍보가 이뤄졌습니다.
당시 TV방송에선 유치원 아이부터 학생, 직장인, 국군 장병들의 통일항아리 성금 모금 소식을 앞다퉈 전했습니다.
모은 돈은 고작 9억 원, 홍보비가 더 많이 든 '통일항아리'
'통일항아리'로 모은 돈은 얼마나 될까요? 2012년 사업 첫 해에는 6억 3000만 원의 기부금이 모아졌고, 이듬해에는 약 7억 6000만 원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통일항아리'는 시들해졌고, 2024년 기준 통일항아리 기금은 약 9억 원 규모로 알려졌습니다.
55조 원을 목표로 시작됐지만 기금은 10억 원도 채 모금되지 않은 문제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그동안 사용된 홍보사업비가 더 많았다는 점입니다.
2013년 당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민주당 김성곤 의원이 통일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통일항아리 홍보사업에만 1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습니다. 당시 모금액은 7억 원대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었습니다.
통일항아리 기금을 관리하는 사단법인 '통일을 생각하는사람들의모임'은 그동안 모은 기금을 남북협력기금의 민간 기부금 계정에 적립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애초부터 남북협력기금 내 민간기부금 계정을 만들어 장기적립하려고 했으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과연 10억 원도 안 되는 통일항아리 기금이 통일 비용 재원 마련에 얼마나 큰 보탬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통일항아리-통일은 대박-북한자유인권펀드... 보수 정권의 이상한 통일정책
MB가 '통일항아리'를 만들어 돈을 모았다면 박근혜씨는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말을 외쳤습니다. 박씨가 대통령이었던 2014년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했던 '통일 대박'은 박근혜 정부의 통일정책의 상징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후에 검찰은 최순실씨가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정호성 부속비서관, 이재만 총무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회의에서 이 문구를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른바 '8.15 독트린'을 밝혔습니다. 자유주의 철학을 반영한 새로운 통일담론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통일을 위한 3대 전략 모두 국내 정치용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첫 번째로 나온 "가짜뉴스, 사이비 지식인은 반자유 세력, 반통일 세력"이라는 발언을 보면 통일을 무기로 야당과 비판세력을 억압했던 독재정권이 떠오릅니다. 두 번째로 제시한 '북한 자유 인권 펀드 조성'이나 세 번째로 나온 '국제한반도 포럼 창설'도 과연 효용성이 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통일항아리', '통일은 대박', '8.15 독트린'은 보수 정권에서 나온 통일 정책입니다. 진보 성향 대통령들이 실질적인 남과 북의 만남을 추진한 것과 비교하면 국내 정치 돌파구로 통일을 내세웠을 뿐 알맹이는 없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