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개방한 청와대에서 각종 수당에 대한 임금체불이 발생해 노동청이 근로 감독을 실시, "시정 지시 조치"까지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7월 23일 청와대재단(이사장 윤병세)으로부터 시설관리 업무 등을 수주한 A 회사에 대해 근로 감독을 진행해 "(재직·퇴직자를 대상으로) 연차수당, 연장근로수당, 근로자의 날 휴가수당의 과소지급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이에 따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업체에 "시정"을 지시했다. 다만 임금체불 규모(인원·금액)를 묻는 질의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근로감독관은 근로감독관집무규정 21조에 따라 위법 사항이 확인될 경우 사업장에 시정을 지시할 수 있다. 사업장이 기한 내 이를 따르지 않으면 '범죄 인지' 보고 후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청와대는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산하 청와대재단이 관리하고 있다.
"자부심 갖고 일했는데, 모든 하청업체 조사해야"
근로 감독 청원을 제기한 김아무개씨는 지난 2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청와대는 역사적으로 특수한 곳이기에 저와 동료들은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일했다"며 "그런데 정작 근로자들은 최저시급에 준하는 돈을 받고 있는 데다가 임금체불이라는 회사의 횡포에 아무 소리도 못 하고 지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발생한 후) 사측(A 회사)과 청와대재단이 서로 책임을 미루면서 노동자들의 사기를 꺾었다"며 "청와대재단과 계약한 모든 하청업체를 대상으로 부당한 대우는 없었는지 근로 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된 과소 지급은 사용자가 임금을 덜 주는 것을 말한다. 하은성 노무사(샛별 노무사사무소)는 "과소 지급은 하청업체의 잘못된 관행"이라며 "(노동자가) 신고할 계기가 생기지 않도록 야금야금 착취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올해 추석을 앞두고 '상반기 1조 원이 넘은 임금체불을 잡겠다'며 대대적인 근로감독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정작 정부기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번 사례처럼) 정부가 법을 지키지 않는데 누가 법을 지키려 하겠나. 재단은 신속한 자체 감사는 물론, 문제가 발생한 업체가 재입찰할 경우 우선협상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단 "몰랐다, 재발 방지 노력"
청와대재단 측은 지난 2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문제를 계기로 지난달부터 하청업체를 대상으로 '용역 근로자 보호지침'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확인하고 있다"며 "문제가 된 부분들은 당연히 시정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매달 기성금을 A 회사에 지급하면서 제대로 근로자에게 급여가 들어갔는지 총액 정도만 점검했고, 세부 내역을 받지 못해 (과소 지급 문제를) 몰랐다"며 "A 회사를 제외한 다른 업체들은 제대로 지급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용역 계약에서 이런 점을 후속 조치하도록 검토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문체부 측은 "사실관계 파악이 먼저"라며 "청와대재단이 임금체불 사건의 사실관계를 정리 후 보고하면 향후 대응을 검토할 것이다. 만일 위법 사항이 있다면 시정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A 회사는 이날 <오마이뉴스> 질의에 "사실관계를 알아본 뒤 답변하겠다"고 말했지만 더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5월 10일 취임 직후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겼고, 기존 대통령실이 있던 청와대를 전면 개방했다. 이후 청와대를 관리하기 위해 문체부 산하에 청와대재단이 설립됐다.
한편 윤 대통령은 추석을 약 3주 앞둔 지난 25일 "임금체불 사업자를 엄벌하고 임금체불 해소 방안을 마련하라"고 참모진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다음달 13일까지 50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