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조형물을 철거해 논란을 일으킨 용산 전쟁기념관 관람객들 사이에서 "못마땅하다", "상징성이 큰 공간에서 독도를 왜 빼냐" 등 지적이 터져 나왔다. 외국인 관람객들 역시 "조형물을 치우지 않았더라면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외국인 관람객들의 이해를 높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아이들 손 잡고 온 부모 "원래 어딨었나"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만난 관람객들은 전날 전쟁기념사업회 측 해명에도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독도 조형물이 전시돼 있던 자리에서 만난 대학생 이서준(18, 남)씨는 "공간이 넓어서 (전쟁기념관 측 해명에) 납득이 안 간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변만 둘러봐도 외국인과 어린이 관람객이 많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기회였는데 왜 굳이 없앴는지..."라며 "전쟁기념관처럼 상징성이 큰 공간에서 독도 조형물을 빼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전쟁기념관 측은 지난 22일 홈페이지를 통해 "노후화로 인한 훼손이 있었고 안전사고 우려와 관람 동선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며 "적절한 보수 작업 및 전시 공간 내 배치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해명했다.
이씨의 설명처럼 이날 전쟁기념관은 평일 오전임에도 가족 단위 관람객과 외국인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초등학교 5학년 딸과 중학교 1학년 조카를 데리고 온 나인실(47, 여)씨는 기자에게 되레 "독도 조형물이 원래 어디에 있었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역사를 알려줄 겸 방문하려고 전쟁기념관을 검색했는데 뉴스를 접하고 안타까웠다"며 "전쟁기념관이 언급한 철거 사유는 핑계로 보인다"고 했다.
나씨는 "웬만한 조형물은 몇십 년간 전시하도록 제작되는 것 아니냐. 설령 보수가 필요하더라도 철거 시작 시점과 종료 시점, 재설치 시점을 명시하는 게 맞다"며 "관람 동선이 불편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면 최소한 관련 민원 내용과 건수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초등학교 3·5학년인 두 아들과 경남 사천시에서 온 박수봉(51, 남)씨 부부도 "현재 정부의 역사기관장 인사, 대일 외교 등을 보면 아주 기본적인 것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독도 조형물은 (우리 영토를 설명함에 있어) 제일 중요한 조형물이다. 계속 유지돼야 하는데 (철거가) 못마땅하다"고 말했다.
외국인들 "우리도 이해하기 쉬웠을 텐데"
미국인 관람객 레베카(29, 여)씨와 제리(30, 남)씨는 기자가 '독도를 아냐'라고 묻자 "모른다. 한국 땅이냐"라고 되물었다. 독도에 대한 설명과 최근 조형물이 철거된 사실을 듣고는 "전쟁기념관이 독도 조형물을 치우지 않았더라면 외국인 관람객들도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쉬웠을 것"이라면서 "조형물과 객관적으로 쓰인 작품 설명을 함께 전시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온라인 상에서도 "민원을 작성하자"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지난 21일 'X(옛 트위터)'에 "전쟁기념관 홈페이지 들어가서 로그인하고 (고객의소리 페이지에) 민원을 작성해 달라. 독도 팔아먹으려고 작정했나 보다. 서울 지하철도 그러더니 전쟁기념관도 이러네"라고 적었다. 해당 게시글은 현재까지 1만 2000회가량 공유됐다.
전쟁기념관을 운영하는 전쟁기념사업회 측은 23일 <오마이뉴스>에 "현재 전화 및 홈페이지 내 '고객의소리'를 통해 민원이 접수돼 파악 중"이라면서 "대략 수백 건 정도 민원이 제기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독도 조형물 보수 작업을 먼저 진행한 뒤 향후 전시 위치를 정할 것"이라며 "어디에 전시할지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사업회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약 286만 명이 전쟁기념관을 방문했다. 휴관일을 제외하면 하루 평균 약 1만 명이 다녀간 셈이다.
독도 조형물은 2012년부터 전쟁기념관 2층에 전시돼 있다가 지난 6월 예고 없이 철거됐다. 이 사실이 최근 뒤늦게 알려지면서 서울 지하철 역사 독도 조형물 철거 사례와 맞물려 논란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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