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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이 30일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국회 과방위의 감사원 감사요구 의결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8일 방송통신위원회가 '2인 체제'로 공영방송 이사를 선임한 과정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요구하는 안을 야당 주도로 의결한 바 있다. 2024.8.30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이 30일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국회 과방위의 감사원 감사요구 의결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8일 방송통신위원회가 '2인 체제'로 공영방송 이사를 선임한 과정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요구하는 안을 야당 주도로 의결한 바 있다. 2024.8.30 ⓒ 연합뉴스

"그냥 '이지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진숙 대타'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미리 배포한 입장문에도 없던 일본어투까지 써가며 작정 발언을 했습니다. 그는 8월 30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지난 8월 28일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 등에 대한 감사원 감사 요구안'을 통과시킨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야당 위원들을 비판했습니다.

'이지메(いじめ)'란 "자기보다 약한 자를 육체적·정신적으로 괴롭히는 것"(엣센스 일한사전)이란 뜻을 지닌 일본어 표현으로, 국립국어원은 '괴롭힘'이나 '집단 괴롭힘'(국어순화용어자료집)으로 다듬어 쓰도록 했습니다.

방통위 공무원들 어려움 호소에 야당 탓한 김태규

김 대행은 이날 과방위 소속 야당 위원들이 방통위 한 간부를 '집단 괴롭힘'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 8월 10일 기사("힘들게 하는 것도 좀 적당히"… 방통위 직원들, 국회에 호소)에서 방통위에서 과방위 여당 위원에게 보낸 문건에서 "위원회 결정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을 뿐인 방통위 사무처를 너무 힘들게 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해당 문건에는 "방통위 사무처 직원들이 여름휴가는커녕 주말에 나와 에어컨도 안 나오는 사무실에서 고생하는 상황이 안타까움", "국회 스스로가 갑질의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도록, 직원들을 힘들게 하는 수준도 적당해야 한다고 생각함", "법을 만드는 입법 기관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함"이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지난 8월 21일 국회 과방위 방송장악 3차 청문회에서 이 문건의 성격과 출처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고, 결국 해당 문건을 작성한 강아무개 방통위 혁신기획담당관(과장)이 지난 8월 28일 국회에 직접 출석하기도 했습니다.

김 대행은 8월 30일 입장문에서 "오죽했으면 그런 말을 국회에 가는 문건에 추가했겠습니까. 아파서 아프다고 했다고 호되게 더 당한 꼴"이라며 "정무직을 불러 압박하고, 고위공무원단을 압박하더니 이제는 급기야 실무책임자인 과장까지 불러서 압박합니다, 좀 더 가면 아예 주무관까지 부를 태세입니다"라며 야당을 비판했습니다. 언뜻 보면 김 대행이 이 간부와 사무처 직원들을 감싸는 것처럼 보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공영방송 이사 속전속결' 이진숙·김태규가 방통위 '늘공' 괴롭힌 장본인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에서 열린 방문진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3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불출석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직무대행의 명패가 발언대 아래에 놓여 있다.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에서 열린 방문진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3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불출석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직무대행의 명패가 발언대 아래에 놓여 있다. ⓒ 유성호

방통위는 이동관을 시작으로 김홍일, 이진숙으로 위원장이 3차례 바뀌었습니다. 앞서 둘은 국회 탄핵소추 직전 스스로 물러났지만, 이진숙 위원장은 지난 7월 31일 취임하자마자 김태규 부위원장과 함께 공영방송 이사를 선임했습니다. 과방위 야당 위원들은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을 제출하는 한편, 방송 장악 청문회를 3차례 열어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을 집중적으로 따졌습니다.

하지만 정작 두 사람은 2차 청문회를 제외한 나머지 청문회를 보이콧했습니다. 결국 방통위 사무처 간부와 직원들이 어려움을 겪게 만든 원인 제공자는, 취임한 지 하루 만에 규정과 절차도 무시한 채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강행한 그 두 사람입니다.

지난 8월 28일 국회 과방위에 출석한 강 과장은 "(여당 위원에게 보낸 문건에 그런 내용을 포함시킨 건) 생각이 짧았다"면서도, "계속되는 청문회라든가 매주 진행되는 국회 때문에 직원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로감이 심했던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습니다.

강 과장은 정보통신부를 거쳐 방통위에서 20년 넘게 방송통신 관련 업무를 맡아온 공무원으로, 지난 2월 부이사관으로 승진했습니다.

국회에서 증언하는 강 과장을 보면서 떠오르는 인물이 있습니다. 지난 8월 8일 숨진 김아무개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부패방지국장 전담직무대리(부이사관)입니다. 김 국장은 지난 3월부터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사건, 이재명 대표 응급헬기 이용 사건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맡았고, 지난 7월 2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도 출석해 한 차례 답변했습니다.

공교롭게 김태규 대행은 지난 7월 31일 방통위원으로 임명되기 직전까지 권익위 부위원장이었고, 지난 6월 10일 김건희 명품백 사건 종결 처리에도 가담했습니다.

김 대행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자신이 권익위 있을 때 고충담당 부위원장이었다면서, 당시 악성 민원인이 많은 고충담당 직원들도 심리검사 신청자가 없었는데, 방통위 직원 가운데 심리검사 신청자가 101명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공무원이 쉽사리 내가 그렇게 맘이 힘들다 아프다 나서지 않는다, 그런 공무원들이 101명이 나섰다는 거다. 이 조직 300명이 안 된다. 오죽하면 그 많은 인원이 검사에 나섰겠나"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공무원들의 고충이 그저 야당 탓일까요?

권익위 국장 사망 이후 사의만 밝힌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정승윤 부패방지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지난 7월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지난 1월 2일 부산에서 흉기 습격을 당한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가 서울대병원으로 헬기 이송되어 치료받은 것이 과도한 특혜라는 신고에 대한 전원위원회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정승윤 부패방지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지난 7월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지난 1월 2일 부산에서 흉기 습격을 당한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가 서울대병원으로 헬기 이송되어 치료받은 것이 과도한 특혜라는 신고에 대한 전원위원회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 권우성

지난 8월 26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김 국장 죽음을 놓고 권익위를 상대로 현안 질의가 진행됐지만, 정작 그의 직속상사이자 김건희 사건 종결 처리 등을 주도했던 정승윤 부위원장은 끝까지 국회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대신 김 국장 사망 전날 함께 식사했던 권익위 간부들에게 질문 공세가 이어졌습니다. 그러자 여당 위원은 최종 결정권자는 놔두고 실무자들만 혼낸다고 야당 위원을 나무랐습니다(관련기사 : 권익위 국장은 왜 사망 전날 인사 담당 간부를 만났나 https://omn.kr/29y2a ).

청문회든 국정감사든 국회 상임위에서 소속 기관 대상 질의가 있는 날마다 공무원들은 한바탕 전쟁을 치릅니다. 특히 방통위나 권익위처럼 여야 간에 첨예한 정치적 쟁점이 발생하면, 소속 공무원들은 휴가는 물론 휴일도 반납하고 밤샘 근무하기 일상입니다.

지금은 야당 쪽 공세가 더 강해 보이지만, 한상혁 방통위원장, 전현희 권익위원장 등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기관장이 계속 남아있던 시절 방통위와 권익위 실무자들을 혼낸 건 오히려 여당이었습니다. 심지어 검찰은 지난해 2월 'TV조선 재승인 의혹' 사건과 관련해 승인심사 실무자였던 방송정책국장과 방송지원정책과장 등 방통위 고위 간부를 구속기소했습니다.

그래서 권익위 김 국장의 죽음이 더 안타깝습니다. 그는 권익위 전신인 부패방지위원회 시절부터 20년 넘게 반부패 업무를 맡았고, 최근 반부패 정책 관련 연구로 행정학 박사 학위도 받았습니다. 부이사관 승진 7년 만에 권익위 1국으로 꼽히는 부패방지국장 전담 직무대리를 맡아 '고위공무원단' 승진도 눈앞으로 보였습니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그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건 부패방지국장을 맡자마자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이재명 대표 관련 사건 그리고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민원사주'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연이어 맡으면서 업무량도 많았고 권익위 안팎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많았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무엇보다 김 여사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에 대한 권익위 종결 처리가 지금까지 자신의 소신과 다르다고 지인에게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국회에선 사망 직전 그와 관련한 부당한 인사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등장했지만, 아직 명확히 확인된 건 없습니다. 하지만 김 국장 사망 이후 사의를 밝힌 정승윤 부위원장은 여전히 권익위에 남아 진상 규명에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국회 불출석하고 실무자를 방패막이 내세운 어공들

공무원 사회에는 김태규, 정승윤 같은 '어공'(어쩌다 공무원)과 김 국장, 강 과장 같은 '늘공'(늘 공무원)이 있습니다. 판사 출신인 김태규 직무대행은 윤석열 대통령 지지모임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에서 활동했고, 검사 출신인 정승윤 부위원장은 윤석열 대선캠프 정책본부 공정법치분과위원장과 대통령직 인수위 전문위원을 맡았던 '친윤' 인사입니다.

결국 대통령에 잘 보이려고 오랜 관행과 규정, 절차도 무시해가며 큰일을 저지르는 건 늘 '어공'이고, 그 뒷감당은 늘 '늘공'의 몫입니다. 정작 국회 청문회처럼 '어공'이 책임질 자리에는 슬그머니 빠지고 '늘공'을 방패막이로 내세웁니다.

그러면서도 '어공'은 늘 기자들 앞에서는 '늘공'을 진짜 위하는 척, 야당을 비판합니다. 과연 '늘공'을 진짜 괴롭히는 것 누구일까요?

#김태규#정승윤#방통위#권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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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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