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꿈드림원예힐링센터 유예진 대표
▲ 꿈드림원예힐링센터 유예진 대표 
ⓒ 강나연

관련사진보기


"이 시간이 제일 행복했어요."

비로소 마음의 문을 연 아이가 말했다. 열 번에 걸친 긴 수업 끝에 맺은 결실이었다. 복지 상담 선생님과 신입 상담사 유예진은 눈물을 흘렸다. 가정폭력으로 마음의 문을 닫고, 친구 문제로 입을 닫았던 아이였다. 반응이 없던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내비치도록 도와줬다는 걸 느낀 순간, 유예진 상담사는 '이 일에 진심으로 임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식물로 상처받은 사람들을 치유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지난 8월 30일 '전북특별자치도청년마음건강센터'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원예 심리상담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파스텔톤으로 꾸며진 강의실은 꽃향기가 물씬 풍겼다. 이곳에 모인 12명의 청소년은 각자 마음에 드는 식물을 골라 흙을 다듬고 화병에 꽃을 옮겨 심었다. 이들은 식물의 이름을 짓고 각자의 다짐을 팻말에 써넣었다. 자신이 가진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전북특별자치도청년마음건강센터 지난 8월 30일 ‘전북특별자치도청년마음건강센터’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원예 심리상담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 전북특별자치도청년마음건강센터 지난 8월 30일 ‘전북특별자치도청년마음건강센터’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원예 심리상담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 강나연

관련사진보기


지난 3월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한 '2023년 청소년 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중·고등학생 5만 2880명 중 37.5%가 스트레스를 인지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많은 청소년들이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청소년의 정신적 웰빙을 지원하는 현장을 찾았다.

유예진 꿈드림 원예힐링센터 대표는 원예 심리상담을 통해 상처받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식물을 매개로 그들의 정서적 치유를 돕고 있다. 원예 심리상담을 통해 얻는 치유의 과정과 효과, 그리고 이 상담이 특히 도움이 되는 대상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 처음 원예 심리상담을 접했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원예 심리상담은 제가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상대방에게 의지하려다 보니 상처받는 일이 많았지만, 식물과의 관계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식물의 생명력 자체가 저에게 마음의 평안을 주었어요. 친언니를 갑자기 떠나보냈을 때도 정말 힘들었지만, 식물을 가꾸며 스스로 달랠 수 있었죠."

- 원예 심리상담사를 직업으로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원예 심리상담은 스스로를 치유한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저는 운동선수로 활동하다 직장 생활을 하게 됐어요. 평소 승부욕이 강한 성격이라 항상 누구보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죠. 결국 일하는 도중 숨이 막히는 증상을 겪으며 쓰러졌고, 공황장애 진단을 받게 됐어요. 약물 치료를 권유받았지만 장기 복용에 대한 부담이 있어서 스스로 마음을 치유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어요. 그때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식물이 떠올랐고, 원예를 통해 조금씩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어요. 그렇게 원예 심리상담사의 길을 걷게 됐어요."

- 원예 심리상담 대상자는 주로 누구인가요.
"많은 사람들이 원예 심리상담 대상자는 마음에 상처가 있는 사회적 약자에 한정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겉으로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도 각자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죠. 상처를 받은 모든 사람이 식물을 통해 치유할 수 있다면, 결국 누구나 원예 심리상담의 대상자가 될 수 있어요."

피토니아 핑크스타 원예 활동 한 청소년이 마음에 드는 식물을 골라 흙을 다듬고 화병에 꽃을 옮겨 심고 있다.
▲ 피토니아 핑크스타 원예 활동 한 청소년이 마음에 드는 식물을 골라 흙을 다듬고 화병에 꽃을 옮겨 심고 있다.
ⓒ 강나연

관련사진보기


- 원예 심리상담은 어떤 효과를 받을 수 있나요.
"원예 심리상담으로 자연과 마주하며 생명력을 실감하고 안정감을 얻을 수 있어요. 특히 도시에서 생활하며 자연의 힘을 잊고 지내는 사람들에게 큰 의미가 있죠. 식물을 키우는 사람은 죽은 식물을 떠나보내며 슬퍼하기도 하고, 새로운 식물을 잘 키워내기 위해 노력하기도 해요.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만남과 이별에 성숙한 태도를 배우며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수 있어요."

- 원예 심리상담을 진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으신가요.
"복지 상담 프로그램에서 만난 한 중학생 아이가 기억나요. 제가 이 일에 마음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하게 했거든요. 처음에는 그 아이가 말을 못 하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폭력적인 가정환경과 친구 관계 때문에 말하지 않는 거였어요. 무엇을 시켜도 반응하지 않아 그냥 옆에 앉아 있거나 제 손을 빌려 같이 활동하곤 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수업 횟수가 늘어날수록 아이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어요. 감정을 표현하는 수업에서 처음에 한 글자, 두 글자씩 쓰기 시작하더니 점점 더 표현을 늘려가더라고요. 그리고 마지막 회차가 되었을 때 그 아이가 마침내 말했어요. '이 시간이 제일 행복했다'라고요. 아이를 보내놓고 복지 선생님과 같이 엉엉 울었어요. 이런 변화를 볼 때마다 제가 하는 일이 정말 가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 원예 심리상담은 다른 상담과 어떤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원예 심리상담의 가장 큰 차별점은 '생명'을 다룬다는 점이에요. 살아있는 식물을 돌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신도 돌보는 경험을 하게 되죠. 식물은 말로 감정을 표현할 순 없지만, 새싹이 돋고 꽃이 피고 시들어가는 과정에서 그들의 감정을 전달해요. 마치 '저를 바라봐 주세요', '사랑해 주세요' 말하는 듯하죠. 사람과 소통하듯 식물과도 교감할 수 있어요. 한 생명과 함께 교류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게 큰 차별점이라 생각해요."

- 원예 심리상담으로 도움을 받고 싶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식물을 통해 자신을 다시 발견하고 회복해 보라 하고 싶어요. 우리는 식물을 직접 돌보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요. 원예 심리상담은 식물과의 교감으로 자신의 감정을 마주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포함해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식물을 돌보면서 자연스럽게 자신도 돌보게 될 거예요. 그 과정에서 많은 위로를 받고 치유를 경험할 수 있어요. 결과를 급하게 기대하기보단 매일 식물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을 통해 마음의 변화를 느껴보세요."

- 앞으로의 목표가 있나요.
"제 목표는 원예 치유 농장을 만드는 거예요. 농장에 자연과 함께하는 다양한 체험 행사를 기획하고 싶어요. 도시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연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거죠. 편안한 환경에서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마음의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자연과 교감하며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치유할 기회가 되길 바라요."

덧붙이는 글 | 강나연, 송태원, 유혜린, 박영규 총 4명의 기자가 공동 취재 후 작성한 기사입니다.
4명의 기자 블로그에도 게시 됩니다.

강나연 https://blog.naver.com/nana_onair
송태원 https://blog.naver.com/songt97
유혜린 https://blog.naver.com/hlrin
박영규 https://blog.naver.com/urban_yeong


#원예심리상담#대안치료#유예진대표#전북특별자치도청년마음건강센터#꿈드림원예힐링센터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안녕하세요. 유혜린 기자입니다.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글을 씁니다.

정치 사회 분야에 관심이 많은 기자 지망생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