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발생 두 달을 넘긴 아리셀 참사 유가족들이 종교 성직자들을 만나 그동안 털어놓지 못한 심리적 고충을 털어놓았다.
아리셀 산재 피해 가족협의회(아래 가족협)·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는 4일 오전 10시 30분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서울지구에서 그리스도교(천주교)·불교 종교인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유가족들은 참사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들을 잃었던 슬픔을 토로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사측 책임자와 윤석열 정부, 그리고 익명의 그림자 뒤로 숨어 유가족들을 조롱한 이들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드러냈다.
또한 참사 직후 유가족들과 함께 슬픔을 나누며 참사의 진상을 밝혀내기 위해 무더운 여름날 함께 거리에서 연대에 나서준 종교인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종교인들이 참사의 아픔에 무감각한 윤 정부와 사측에게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계속 내 줄 것을 부탁했다.
김태윤 가족협 공동대표를 포함한 유가족들은 "노동자 23명을 죽여놓고도 박순관 아리셀·에스코넥 대표이사는 유가족들에게 한 번이라도 찾아와 '죄송하다'고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또 "고용노동부·국방부도 회사 뒤로 숨어버렸고 참사의 진상을 밝혀주겠다던 정치인들도 지금 와서 책임을 회피하려고 외면하고 있으니, '저 조선족·중국인들이 국가를 위해 일하다 죽었냐'고 비아냥까지 듣는 유가족들이 누군가를 믿기 어려울 지경"이라면서 울분을 터뜨렸다.
법정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위원은 "지금까지 유가족들이 윤 정부의 방관과 사측의 개별 교섭 접근 등 횡포에 맞서 하나로 단결해 사측 책임자 구속을 이끌어 냈다"면서, "희생자들을 온전히 추모하고 보낼 수 있도록 유가족들이 앞으로도 굳은 의지를 가지고 이웃들과 함께 손잡고 길을 걸어가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김시몬 한국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도 "사회적 아픔을 알리지 않았던 언론과 각자도생에 매몰돼 무관심한 우리들 때문에 박 대표가 유가족들 앞에 서지 않고 숨는 비겁함을 보였다"면서, "유가족들의 정당한 행동은 모두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열어내는 기틀임은 틀림없으며, 종교인들도 유가족들이 지치지 않도록 곁에서 기도하고 행동하겠다"고 위로했다.
한편 가족협·대책위는 간담회 이후 용산 대통령실 앞과 고용노동부 서울지청에서 피켓팅과 선전전을 이어나간 뒤 오후 7시 화성시청에서 시민추모제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