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관 소재지인 천안시가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 관장 뉴라이트 역사관 논란으로 연일 들썩인다.
이 와중에 시민들의 대의기구인 천안시의회가 입길에 올랐다. 천안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 의원 12명이 발의한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 사퇴촉구 결의안'에 제동을 건 것이다.
김형석 관장의 역사관이 독립운동 정신을 훼손할 우려가 있고 임명 과정에서도 공정성 논란이 있어 임명 철회와 사퇴를 요구하는 게 이 결의안의 핵심 뼈대였다.
하지만 이 결의안은 담당 소위원회인 의회운영위에서 3일과 4일 이틀에 걸쳐 의제에 올랐지만 소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앞서 적었듯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결의안이 민생과 관련한 사안이 아니다"라는 게 국민의힘이 내세운 주된 논리였다.
지난 4일 열린 천안시의회 의회운영위 제2차 회의에서 권오중 의원은 "민생과 관련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강진 원내대표는 더 나아가 "독립기념관장은 실무적 차원의 일만 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고, 그 이상의 위상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결의안이 과연 천안시민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고, 본회의장에서 의결을 한다는 것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지점에서 '민생'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민생은 말 그대로 국민 생활이고, 국민 생활을 돌보는 건 정치 본연의 임무다.
국민의 일상 중 으뜸은 먹고 사는 문제다. 하지만 민생은 먹고 사는 문제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보다 사회구성원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올바른 의식을 함양하고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는 게 진정한 민생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국민의힘 시의원들의 인식은 실로 실망스럽다. 더구나 이들이 독립기념관이 소재한 천안시의 민의를 대표하는 시의원들이라는 점에서 분노마저 느낀다.
더 나아가 "독립기념관장이 실무적 차원의 일만 하는 사람"이라는 김강민 원내대표의 말에선 절망감 마저든다.
김 원내대표의 말이 부분적으로는 옳을 수 있다. 그러나 김형석 관장이 취임 전 무슨 말을 했나? <친일인명사전>을 입에 올리며 "내용에 오류가 있다. 잘못된 기술에 의해 억울하게 친일 인사로 매도되는 분들이 있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발언이 알려지자 김강진 원내대표는 5일 오후 기자에게 "김 관장 임명을 두고 여야 대립이 첨예하다. 게다가 민생과 직접 관련 없는 결의안을 본회의장에서 낭독하는 게 천안시민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입장을 전해왔다. 김 원내대표의 해명에 다시 한 번 절망을 느낀다.
마침 지난 4일 오후 25개 독립운동가 기념사업회가 꾸린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과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은 독립기념관 들머리에서 한 데 모여 김 관장 퇴진 촉구 범시민대회를 열었다. 이날 대회에 참석한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을 관장은 발령 직후, 취임식도 하기 전에 한 말이 <친일인명사전을 손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친일인명사전은 이명박 정권 때 나왔는데, 아무런 문제 제기가 없었다. 어떤 기관장이나 극우파도 불만이 있더라도 틀렸다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임 소장의 발언은 김형석 관장의 역사관이 왜곡됐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이 지점에서 김 원내대표에게 되묻고 싶다. 뉴라이트 성향 김 관장 임명이 여·야가 대립하는 문제인가?
당장의 금전적 혜택만이 민생인가?
독립기념관법 제1조는 "외침을 극복하고 민족의 자주와 독립을 지켜 온 우리 민족의 국난 극복사와 국가 발전사에 관한 자료를 수집ㆍ보존ㆍ전시ㆍ조사ㆍ연구함으로써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민의 투철한 민족정신을 북돋우며 올바른 국가관을 정립하는 데에 이바지함"을 설립 목적으로 명시해 놓고 있다.
그러나 그간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난 김 관장의 역사관은 독립기념관 설치 근거인 제1조를 정면으로 위배한다.
천안의 대표상징물이자, 전국적인 명소인 독립기념관에 설치근거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인사가 관장으로 왔으니, 시민의 대의기관인 시의회가 문제를 제기하는 게 민생 아닌가? 그저 천안시민들에게 당장의 금전적 혜택이 돌아갈 선심성 정책만 남발하는 게 민생일까?
국민의 한 사람이자 천안시민으로서, 거룩한 독립정신을 기리는 독립기념관을 지키는 건 당연한 의무다. 여야를 떠나 시민의 대의기구인 천안시의회 역시 이 같은 의무를 기꺼이 감당해야 한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뉴라이트 논란이 민생과 관련 없다는 건 당장의 논란을 피하겠다는 꼼수처럼 보이기도 한다.
국민의힘은 지난 4.10총선에서 천안 지역구 세 곳 모두 민주당에게 패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정책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진정으로 국민의힘이 지역에서 정책정당으로 입지를 다지려면 독립기념관장 뉴라이트 논란을 피해가선 안 된다.
보다 근본적으로 민족혼을 지키고 이를 오늘에 더 발전시키도록 노력하는 게 진정한 민생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주 한인매체 <뉴스M>,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