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의 17년은 장애인도 노동하며, 감옥같은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당당한 시민으로 살자고 한 계단씩 쌓아온 권리의 역사입니다. 우리는 세상이 바뀔 때까지 투쟁하자고 약속했습니다. 17년 동안 전장연은 당사자의 목소리로, 아래로부터 차별철폐를 외쳐왔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출범 17주년 기념식과 2025년 정부 예산안 입장 발표 기자간담회가 지난 5일 오전 11시 국회의사당역 지하 1층에서 열렸다. 권달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전장연은 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위한 연대 활동을 통해 우리의 존재를 각인시켜 왔다"며 "앞으로도 이 사회에서 차별이 없어지는 그날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전장연의 17년 투쟁 현장을 담은 영상을 시청한 후에 참석자들은 전장연 17주년 축하케이크에 촛불을 같이 끄며 축하의 뜻을 전했다.
"올해로 17주년을 맞는 전국장애인연대 출범의 축하를 전하며 정의당으로서 전장연은 나침반과 같았습니다. 전장연이 싸우는 곳이 사회운동의 최전선이었습니다. 우리는 늘 전장연을 쫓아가며 그러면서 정의당이 가야 할 길을 배웠습니다. 전장연은 17년간 정말 치열하게 투쟁을 하면서 한국사회의 시간을 많이 앞당겨 왔습니다."
권영국 정의당 당대표는 최근 패럴림픽 특사단 파견과 탈시설 투쟁의 역사를 언급하며 준비한 축사를 전했다.
"오늘 지하철에서는 장애인 권리를 주장하는 투쟁이 있었습니다. 시민의 발이 되어주어야 할 지하철이 누군가에게는 높은 벽, 권리싸움의 장이 되었습니다. 전장연은 포체 투쟁을 통해 장애인이 같이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고, 오세훈, 윤석열 정부가 잘못했다고 외쳐왔습니다. 그렇게 함께 살아가는 길에 동참할 수 있게 해준 것에 감사를 전합니다. 이제는 전세계적로 투쟁의 장을 넓혔습니다. 그 투쟁을 응원합니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공동대표도 전장연 활동에 대한 감사를 축사에 담았다.
이백윤 노동당 대표와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도 영상으로 축하메시지를 전했다. 두 대표는 각각 "장애인운동을 가로막는 장벽을 부수고, 장애인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는 시스템을 바꾸는 길에 노동당도 함께 하겠다" "장애인 기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는 "장애인 비장애인 함께 사는 사회, 차별없는 사회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서면 축사를 전했다.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당연해 보이는 것에 질문을 던지고, 세상이 동의할 때까지 투쟁하는 것이 '전장연하다는 말'이다.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는 계단을 타고 오르내려야 하는데 전장연의 투쟁을 통해 저상버스 등의 대안을 만들어냈다"며 "앞으로도 전장연하는 일이 계속되고, 정의로운 답변을 얻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가브리엘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대표는 본인의 감회와 함께 축하의 뜻을 밝혔다.
"17년 전에 저는 HIV질환으로 인해 시각장애가 생겨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저도 장애인이 된지 17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HIV인권운동가이자 장애인으로 전장연 투쟁을 통해 장애인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권리를 주장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전장연은 제 운동의 이정표가 돼왔습니다."
이종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는 "제도개선에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의 존엄의 문제를 알리고,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는 전장연의 17주년을 축하하고, 그 투쟁의 길에 같이 하겠다"며 영상축사를 전했다. 17주년 행사는 '어깨꿈밴드',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와 이경희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의 축하공연으로 마무리되었다.
2부로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는 박경석 대표는 8월 17일부터 8월 31일까지 파리 패럴림픽 특사단 활동에 대해 브리핑했다. 특사단 40여 명은 노르웨이 오슬로, 독일 베를린, 프랑스 파리에서 한국 장애인운동의 오늘을 이야기하며 포체투쟁, 장애인영화제, 기자회견, 거리 이벤트를 진행하였다.
박경석 대표는 "오슬로 지하철에서도 포체투지를 했는데 그곳 분위기는 우리와 달랐다. 모두들 관심을 갖고 한국 장애인운동, 현실에 대해 귀기울여 주었다. 독일 통일의 광장에서 소녀상을 지키는 독일분들과 함께 하기도 했고, 루브르박물관에서는 다잉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며 "전장연이 집중하는 것은 제도와 정책에 앞선 장애인의 실존성에 대한 질문"이라고 말했다.
박주석 전장연 정책국장이 이어서 9월 2일 국회로 제출된 2025년 세부예산안에 대해 발제했다. 박경석 국장은 "정부가 약자복지라고 말하면서, 배제와 격리, T4예산 강화, 22년부터 25년까지 장애인권리예산을 지속적 거부하고 있다"며 "탈시설 예산은 감액하고, 장애인 권리 예산을 거부하고, 장애인들의 주요교통수단인 장애인 콜택시에 대해 차량만 지원하고, 인건비는 지원을 안해 결국 운영을 어렵게 하는 등 윤석열 정부가 선거 이전 공약에서는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약속했지만 당선 이후에는 정확히 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경증장애인들은 능력과 경쟁 시장 중심 고용정책을, 중증장애인들은 노동권 보장 생색내기, 근로지원인 예산 역대 최저 증액, 최중증 장애인 권리약탈 시범 사업 강화 예산, 장애인연금 예산 삭감, 의료급여 부담금 대폭 상승 등 후퇴한 장애인 인권 현실을 드러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거주시설 예산과 탈시설 예산의 격차가 2024년 112배에서 2025년 126.7배로 커졌고, 정부의 장애인 관련 국정과제 예산들이 대부분 지자체로 '예산 떠넘기기'가 되었고, 활동 지원, 자립생활 필수 예산들이 역대 최저 증액되었으며, 근로지원인 지원 수와 지원단가도 사실상 동결되었다고 지적했다.
2시간을 넘긴 1, 2부 행사가 끝난 후 참석한 전장연 회원들과 시민들은 장애인들의 기본적 시민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New Citizenship, Against Ableism'을 구호로 외치며 계속된 투쟁과 연대를 약속했다.
전장연은 2007년 9월 5일 출범했다. 전장연은 장애운동청년연합회(1991~1993), 전국장애인한가족협회의(1993~1998)의 진보적인 장애인운동의 역사를 계승한 단체로 평가받고 있다.
전장연은 2001년 오이도역 지하철 리프트 추락참사 계기로 장애인이동권 투쟁을 이어, 2007년 조직 건설 이후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운동,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제도화 투쟁,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장애인수용시설폐지의 3대 적폐 폐지 광화문역 지하농성(1842일), 장애인권리입법 및 T4철폐 여의도 농성(1269일 진행중), 출근길 지하철 행동, '장애인권리약탈자 고발 포체투지'등의 활동을 계속 해오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장애인언론 바마이너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