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낮 서울 중구 회현동에 위치한 A빌딩 1층. 도심 한가운데 여느 빌딩 1층에 있을법한 카페 옆에 널찍한 주차 공간이 눈에 띈다. 천장 위로 'BMW 미니 전기차 충전소'라는 표시 간판이 걸려 있었다. '전기차 충전소'라는 표시가 돼 있었지만, 이 곳은 '충전소' 그 이상이다. BMW 코리아(대표 한상윤)가 내놓은 새로운 개념의 충전소다. 이름도 BMW 차징 허브 라운지(BMW Charging Hub Lounge)'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과 화재 사고로 위기를 맞고 있는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BMW 코리아는 '더 안전하고, 더 효율적인' 충전 인프라 구축에 적극이다. 올해 말까지 전국에 걸쳐 2100기에 달하는 충전기를 보급한다. BMW 차량 고객뿐 아니라 일반 전기차 소비자들에게 개방된다. 정부 기관 등이 아닌 민간 기업에서, 수입차 업체가 이같은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에 나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세계 첫 도심 한복판에 200kW급 전기차 충전시설 만들다
특히 BMW 코리아의 인천 영종도 드라이빙센터 건립에 이어 전기차 충전 인프라 투자는 국내 자동차 산업과 업계 전반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BMW 코리아가 지난해 말부터 진행해 온 '차징 넥스트(Charging Next)' 프로젝트를 보면, 올 9월까지 1600기 충전기를 전국에 설치한다. 예정대로 올해 말까지 2100기의 충전기가 전국에 설치되면, 국내 수입 자동차 업체로서는 가장 많은 충전시설을 갖게 된다. 투자금액만 수천억 원에 달한다.
이는 올해 8월까지 국내에서 전기차만 누적 2만여 대를 판매한 메르세데스-벤츠의 행보와도 대비된다. 벤츠코리아가 그동안 국내에 설치한 전기차 충전기는 350기에 불과하다. 내년까지 추가로 150기를 설치해, 오는 2025년 누적 500기의 충전시설 확대를 계획하고있다. BMW 코리아의 4분의 1 수준이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최근 전기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걱정과 우려를 잘 알고있다"라면서 "전기차 그 자체뿐 아니라 충전 과정과 시설 등에서도 최고의 안전과 효율성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충전 시설을 보면, BMW코리아의 전기차를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일부 공공기관의 낡고, 불편한 충전 시설과는 전혀 달랐다. 도심 한 가운데 카페와 결합한 충전 시설은 처음이다.
위기의 전기차 시장, BMW코리아가 극복하는 방법… 벤츠보다 4배 많은 충전시설
회사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과 함께 휴식을 결합한 라운지형 급속 충전소는 세계에서 처음"이라며 "아직 공식 오픈 전인데도, 일부 BMW 전기차 고객이 찾아와 큰 기대감을 나타낼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했다. 그는 "경주와 주문진 등 전국 각지에 이같은 충전시설을 개장했고, 차량 고객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유동 차량이 많은 도심 중심부에도 이같은 차징 스테이션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카페가 포함된 실내 라운지를 나오면, 200kW급 급속충전기 6기가 마련돼 있다. 충전기는 LG전자와 함께 개발한 것으로, 플러그앤차지(Plug & Charge, PnC) 방식이다. 이는 전기자에 충전 케이블을 연결하면 자동으로 차량 정보를 인식해, 충전과 결제가 한번에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이를 위해 BMW코리아는 지난 2022년 4월 한국전력과 시스템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11월부터 공식 서비스에 들어간다.
충전 구역의 안전 설비도 대폭 강화했다. 각각의 충전기 옆에는 배터리 전용 AVD 소화기와 소화포로 구성된 소방킷이 배치돼 있었고, 스프링클러를 3중으로 설치하고, 열화상 CCTV 등도 24시간 운영된다.
회사 관계자는 "향후 350kW급 초고속 충전기를 설치하고, 하부 냉각 소화장치 등도 도입할 예정"이라며 "차징 라운지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위기의 전기차 시장'이라고들 한다. 그동안 많은 기업과 시장은 '위기'를 겪어왔고, 극복해 왔다. '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여, 극복해 나갈지는 기업의 몫이다. 강한 기업의 조건이기도 하다. BMW 코리아의 전기차 충전시설에 대한 '통큰 투자'에 주목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