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토록 오랜 시간 오매불망 기다려왔던 팔현습지의 수호신이자 터줏대감인 수리부엉이 부부가 자신들의 집으로 다시 돌아온 것입니다. 자신들의 집 팔현습지 하식애에서 금호강과 팔현습지를 굽어보면서 당당히 이곳을 지켜주는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던 수리부엉이 부부가 5개월 만에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팔현습지 수호신 수리부엉이 부부의 5개월 만의 귀가
'팔현습지의 친구들' 중 한 명인 필자는 그 귀한 존재인 그들에게 이름까지 직접 지어서 불러주었습니다. 팔현습지의 팔현을 따서 '팔이'(수컷)와 '현이'(암컷)라는 이름을 각각 지어 불러왔고, 그 이름은 지금 널리 통용되어 지금은 정말 이들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녀석들이 지난 5월경부터 보이지 않았으니 거의 5개월 만에 이들이 그들의 집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그토록 오매불망 기다렸던 팔현습지의 수호신 수리부엉이 부부 팔이와 현이가 드디어 팔현습지에 다시 돌아온 소식을 추석연휴가 시작되는 15일 듣고 보니 마치 큰 추석선물이라도 받은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그날 오후에 바로 현장을 찾았습니다. 5시가 조금 넘은 시각 당도해 보니 팔현습지 하식애에는 이미 수목들이 웃자라 있어서 녀석들을 찾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특유의 위장술까지 지니고 있기에 자주 보아온 사람이 찾지 않으면 잘 찾을 수도 없습니다.
어렵게 녀석들이 앉아 쉬고 있는 모습을 직접 확인하고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카메라에 담을 때도 어찌나 조심스러웠던지요. 시각과 청각이 특히 발달한 수리부엉이는 그 앞에 얼쩡거리는 사물이나 소리 때문에 그들의 낮시간 잠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야행성인 그들은 낮에는 이렇게 그들의 은신처에서 잠을 자고 밤이 되면 본격적인 사냥을 하면서 그들이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우리 인간에게도 잠이 중요하듯 이들이 잠자는 시간은 보호받아야 마땅합니다. 이들 지난 5개월 이곳을 떠나게 된 것도 이곳의 소란스러움 때문일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의 부주의와 새 사진을 찍는 사진가들이 떼로 몰려온 그 소란스러움 등 때문에 이들은 이곳을 떠났고 거의 5개월 만에 다시 팔현습지에 나타난 것입니다. 그 5개월간 어디서 어떻게 지냈는지가 너무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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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현습지 수호신 수리부엉이 '팔이' 팔현습지 수호신 수리부엉이 부부 중 수컷 '팔이'의 모습이다. 소리를 잘 들어보면 다른 곳에서 암컷 현이가 팔이를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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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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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만에 다시 보니 깃털이 조금 더 짙어지고 살도 약간 더 오른 듯해 어디서 굶으며 배고프게 지낸 것 같지는 않아 보여 너무 다행스럽습니다.
멸종위기종들의 숨은 서석처 팔현습지를 국가습지로
이제 팔현습지의 수호신들도 돌아왔으니 이곳이 국가습지로 지정돼야 하는 건 너무나 지당하고, 그것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수리부엉이는 국가유산청이 보호하는 천연기념물이기도 하고, 환경부가 보호하는 멸종위기종(2급)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이 '적색 리스트'로 지정해 보호하는 국제적 보호종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곳이 안정적인 서식처라는 것이 적어도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명확히 확인됐기 때문에 멸종위기종의 서식처 또한 천연기념물로도 지정될 수 있습니다. 멸종위기종들에겐 너무나 중요한 공간이니 이 일대를 국가가 나서서 지켜줘야 합니다.
따라서 하식애 앞으로 딱 붙인 8미터 높이의 교량형 보도교(보행겸 자전거도로)를 1㎞나 건설할 계획인 환경부발 탐방로 사업은 절대로 불가한 사업입니다. 멸종위기종과 그 서식처를 지키고 보전해야 하는 환경부가 나서서 이들의 생태환경을 교란시키는 사업을 절대로 벌일 수 없는 이치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이 기어이 이 사업을 벌인다면 그것은 환경부이기를 스스로 포기선언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이것은 큰 국민적 저항을 불러올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따라서 '팔현습지의 친구들'은 환경부발 엉터리 삽질을 반드시 막아내고 수리부엉이 부부를 비롯한 각종 야생동식물들의 집인 팔현습지를 지켜서 후대로 보전해나가겠다고 천명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이제 녀석들이 다시 돌아왔으니 두 번 다시 녀석들을 떠나보내게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팔현습지 하식애 앞에서의 소란스러움을 철저히 차단하고 소규모의 조용한 탐조 문화를 철저히 만들어가야 할 거 같습니다. 그 길에 팔현습지를 찾는 모든 이들이 함께 협조해주셔야 할 것이고 말입니다.
이에 대해 일찍이 팔현습지 하식애와 왕버들군락지를 각종 멸종위기 야생동식물들의 최후의 보루 즉 '숨은 서식처'(Cryptic habitat)라 명명한 바 있는 <한국식물생태보감>의 저자인 생태학자 김종원 전 계명대 교수는 다음과 같이 제안했습니다.
"묵언, 느린 발걸음, 작은 손짓만 허용됩니다. 자존의 시민사회 유럽인의 행동입니다. 소란, 바쁜 걸음이나 뛰는 행위, 큰 행동은 금물이고, 일몰 이후 출입은 금지해야 할 것입니다."
금호강 팔현습지에 수리부엉이 부부 팔이와 현이의 귀가라는 반가운 소식을 추석 선물로 드리면서 추석인사를 대신합니다.
*** 팔현습지를 국가습지로 지정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함께해주십시오. (
팔현습지를 국가습지 서명 바로 가기)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