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암살을 시도하다가 붙잡힌 용의자가 총기 불법 소지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미국 법무부는 16일(현지시각) 라이언 웨슬리 라우스를 유죄 선고를 받은 중죄인에게 금지된 총기 소지 및 일련번호를 지운 총기 소지 등 2건의 혐의로 기소했다.
중범죄자 총기 소지 혐의는 최대 징역 15년과 3년의 보호 관찰, 일련번호가 없는 총기 소지 혐의는 최대 징역 5년과 3년의 보호 관찰을 선고할 수 있다.
골프장서 12시간 숨어... '경호 실패' 논란
미국 언론이 공개산 기소장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경호하던 비밀경호국(SS) 요원이 지난 15일 오후 1시 31분께 골프장 가장자리를 걷다가 나무가 늘어선 곳에서 소총으로 보이는 물체를 보고 사격했다.
나무 뒤에 숨어있던 용의자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달아났다가 오후 2시 14분께 고속도로에서 체포됐다. 용의자가 타고 있던 차량은 도난 신고가 접수된 다른 차량의 번호판을 달고 있었다.
용의자가 있던 장소에서는 디지털카메라, 가방, 음식을 담은 검은 플라스틱 봉지 등이 발견됐다.
당초 용의자는 AK-47 계열의 소총으로 무장한 것으로 보도됐으나, 기소장에는 조준경을 장착하고 있는 SKS 계열 소총으로 적시됐다. 또한 이 소총의 일련번호는 지워진 상태였다.
용의자는 앞서 2002년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대량살상무기 소지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았고, 2010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훔친 물건 보유, 신분 위조 등 여러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았는데 이는 모두 중죄에 해당한다.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은 "모든 법 집행 파트너와 긴밀히 협력하고, 이 사건을 조사하는 데 사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수사 당국이 라우스의 휴대전화 기록을 조회한 결과 그는 사건 현장 인근에 15일 오전 1시 59분부터 오후 1시 31분까지 거의 12시간 머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다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경호국이 왜 암살 위협을 미리 감지하지 못했느냐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머크스 "왜 바이든-해리스 암살 시도 없나" 망언
공화당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장 많은 공격과 위협을 받고 있다"라며 "그는 어떤 대상자보다 각별한 관심과 보호가 필요하다"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암살 시도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자신의 대선 경쟁자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용의자는 바이든과 해리스의 레토릭(트럼프에 대한 수사법)을 믿었고, 그 믿음에 따라 행동했다"라며 "그 레토릭이 나를 총에 맞도록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이 자신에 대해 비판적이고 선동적인 말을 한 것이 암살 시도로 이어졌다면서 "나는 그들보다 더 자극적인 언어를 사용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반면에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미국에는 정치적 폭력이 설 자리가 전혀 없다"라며 "미국은 총구가 아닌 투표함으로 평화롭게 서로의 차이를 해결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에 대한 암살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할뿐더러 이 나라를 찢어놓을 뿐"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또한 "비밀경호국 국장 대행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평가하고, 우리 전직 대통령(트럼프)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경호 체계를 더 조정할 필요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 경영자(CEO)는 이날 자신이 소유한 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바이든이나 카멀라를 암살하려는 사람은 없다"라고 썼다가 논란에 휘말렸다.
머스크는 자신이 올린 글에 대해 비판이 일자 즉각 삭제한 뒤 "맥락을 모르고 일반 텍스트로 전달하면 농담은 훨씬 덜 재밌다는 것이 밝혀졌다"라고 둘러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