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경쟁력을 어떤 기준으로 따져볼 수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인구수다. 그 다음은 위치, 교통, 기업이 자리하고 있는지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재정자립도며 산업과 생활의 기반이 되는 시설들도 도시를 보는 주요한 지표가 된다.
화성시는 여러모로 팽창하는 도시다. 경기도 남단에 위치한 이 도시는 인구수가 전국에서 손꼽힐 만큼 빠르게 늘어난다. 출산율이 바닥을 뚫고 내려가고 초고령화가 진즉에 진행된 이 나라에서 매년 태어나는 아이 수가 전국 최고 수준이란다.
도시 평균연령은 무려 38.9세, 전국에서 가장 젊다. 2000년대 초 겨우 20만 명을 헤아렸던 인구수는 20여년 만에 100만 명을 넘겼다. 폭발적인 성장을 맞이한 비결은 산업에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비롯,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공장이 두루 포진한 덕택에 독보적인 소득과 재정을 자랑한다.
그러나 과연 화성이 그만한 도시인가. 화성과 동탄은 행정구역만 같을 뿐, 문화와 역사, 산업적 배경이 전혀 다르다. 동탄 주민 대부분은 지역과 애착이 형성되지 않은 이주민으로, 화성시민보단 동탄주민이란 정체성을 형성했다. 급성장하는 도시는 제게 맞는 행정과 문화적 자산 또한 얼마 갖추지 못하였다. 그를 자극하는 무엇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권력감시와 담론형성, 진짜 언론의 길
지역언론이 그 답이 될 수 있을까. <화성시민신문>은 취재기자 역할을 전담하는 윤미 편집국장과 촬영 및 유튜브 채널을 맡는 권영일 피디, 상근자 2인 체제로 운영되는 지역 언론이다. 2020년 문을 연 뒤 올해로 5년 차를 맞았다.
매주 꾸준히 지역 내 문제를 다룬 취재기사를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매일같이 공공성 있는 회의 및 간담회 영상을 유튜브 라이브로 송출한다. 지역 내 권력감시와 담론형성을 통해 언론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게 이들의 목표다.
지난 6일 오전 9시, 서울에서 2시간이 걸려 화성을 선거구에서 당선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사무소를 찾았다. 윤 국장과 권 피디가 거물초선이라 불리는 이 의원을 인터뷰하는 자리에 동행하기로 한 것이다.
화성을 지역구로 하는 국회의원부터 시·도의원까지 정치인들을 돌아가며 인터뷰하는 시리즈를 새로 단장키로 했다며, 그 첫 순서로 이 의원을 선정했다고 했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이 의원을 다룬 콘텐츠 여럿이 유튜브에서 상당한 조회수를 기록한 것도 한몫을 했을 테다.
언뜻 보기에서 특별하게 생긴 거치대에 휴대폰 네 대가 각기 올려졌다. 가운데 놓인 태블릿 안에 각 기기가 찍고 있는 화면이 사분할로 구획되어 떠올랐다. 원격으로 네 대 카메라를 조종하는 권 피디의 모습에서 프로의 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카메라 앞에 이 의원과 나란히 앉은 윤 국장이 연달아 가벼운 질문들을 던졌다. 중앙정치부터 지역정치까지, 화성을 지역의 현안이며 향후 과제를 하나씩 묻고 그 답을 들었다.
윤석열 정권에 대해 적나라한 비판을 한바탕 내놓은 뒤 이 의원은 질문에 본격적인 답을 하기 시작한다. 화성과 동탄의 상황을 '튼 살'에 비유하는 답변이 정치인의 수사답다. 급격한 성장에 미치지 못하는 민망한 구석들이 화성 곳곳에 내재해 있다. 인구수 100만, 특례시 승격을 코앞에 두고 있다지만 공무원 1인 대비 시민수가 동급 도시에 비해 많고, 학급당 학생수 과밀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신분당선을 타고 20여분 만에 서울 강남에 진입할 수 있는 성남을 예로 들며 교통 접근성 문제 또한 제기한다. 외벌이 경력단절 여성이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일자리를 확충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뚜렷한 방안은 마땅치 않지만 지역 의회 정치진출을 고려하라는 제안이 자못 신선하다.
아이를 길러내고 다시 사회진출에 도전하는 책임을 다한 여성으로서 정치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것. 왜 아니겠는가. 지역과 개인 뿐 아니라 정치적 자산이 부족한 개혁신당에게도 기성 정치세력과 다른 인재의 충원이 갈급할 터다.
암울한 현실과 당면한 과제 사이
이제 막 당선된 지역 정치인과 <화성시민신문>의 첫 인터뷰는 가볍게 인사를 나누는 선에서 마무리된다. 이로부터 이 언론은 이 의원을 비롯해 지역 내 정치인의 활동을 전하고 견제하는 보도를 지속할 결심이라 전한다.
윤 국장의 차를 얻어타고 사회적기업이 세를 들어 있다는 아파트 단지 내 사무실로 이동하는 길이다. 지역매체의 암울한 현실에 대해 가감 없는 이야기를 듣는다. 기사와 영상을 끊임없이 생산하면서도 시민들이 기사에 관심이 없다는 말을 꺼내놓는 마음이 오죽할까.
서울에서 전문지 기자로 일하다 결혼을 하고 터전을 옮기며 지역매체 창간에 발을 담갔다는 그녀다. 그로부터 만 4년이 지나는 동안 후원자는 얼마 늘지 않았고 경영은 여전히 쉽지 않다. 창간 준비기간 1년을 두고 <옥천신문>을 비롯해 지역에서 성공적 모델로 꼽히는 매체 여럿을 찾아다녔지만 하나같이 부정적인 답변만을 들었다 했다. 그럼에도 <화성시민신문>을 창간하고 광고와 후원, 사업을 통해 버텨온 지난 시간엔 어떠한 의미가 자리하고 있을까.
이를테면 이런 것. 2020년, 서철모 화성시장 시절이다. 여느 때처럼 시에서 보도자료가 하나 나왔다 했다. '전국 최고 수준 수혜 대상 확대, 형평성 제고'란 부제를 달고 장애인 복지 정책 변경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자료였다. 과거 복지전문지에서 일한 경험으로 돌아보니 어딘지 냄새가 나는 내용이 적잖았다고.
그 길로 장애계 인사들을 만나다 보니 말 그대로 뒤집어져 있었다는 이야기. 기존 화성시가 중증장애인을 지원하던 것을 크게 줄이고 발달장애인에게 지원을 늘리는 식으로 정책변경을 꾀했다는 것이다. 아랫돌 빼다 윗돌에 괴는 정책이나 다름없는 꼴인데, 변경하는 과정에서 간담회며 공모가 없었단 걸 확인했다.
지역매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윤 국장은 "지역 이슈지만 저희가 계속 하다보면 중앙에서 그걸 받아서 같이 갈 때가 있다"며 "기사를 보고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았고, 기사를 계속 써가면서 시장과 싸워나가는 과정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윤 국장은 이어 "당시 시장님이 말을 되게 좀 세게 하는 분이었는데 자기는 부끄러울 게 없다며 간담회를 유튜브 라이브로 방송하면서 제가 막 눈물이 날 정도로 분노가 치미는 말들을 장애인 부모님들에게 했다"며 "기사랑 칼럼까지 나가게 됐는데 칼럼 하나가 지역사회에서 반향이 크게 왔었다"고 전했다.
윤 국장은 이어 "아무래도 기사를 쓰면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이 댓글을 단다거나 그 기사를 공유를 할 때가 있다"며 "평소 조명 받지 못하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기사로 들어줬기 때문에 댓글을 단다는 얘기가 나오고 하는데, 그런 목소리를 공론화시켜 이슈파이팅을 하는 과정에서 밥값을 좀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화성시민신문>은 지역사회 활동에 관심이 시민들이 모여 창간한 매체다.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등록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언론으로 기능하고 있다. 취재해 활자로 기사를 싣는 뉴스사이트를 비롯, 화성시 각종 회의와 간담회, 의회 등을 돌아다니며 라이브 방송을 제작해 유튜브 영상 아카이브로 만든 것이 어느덧 1000회가 훌쩍 넘어섰다.
화성시의 공공행사 일체가 이 언론사 유튜브 채널에 수록됐다 봐도 좋겠다. 감시와 소통, 제언까지를 수행하는 매체로 <화성시민신문>은 조금씩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고 있다. 지난 총선 기간 동안 유튜브 조회수 및 구독자수가 뚜렷하게 증가한 것도 고무적이다. 남은 건 100만 명에 달하는 지역민에게 뚜렷한 존재감을 심는 것이다.
버거운 현실에도 정도를 걷는다
인력적 한계와 불안정한 제도는 작은 매체가 처한 고질적 어려움이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 평가를 받아 포털사이트에 검색제휴, 나아가 콘텐츠 공급 파트너로 선정되기까지 필요한 기사의 양은 지역 독립매체로선 이루기 불가능에 가까울 만큼 벅차다.
온라인 기사 일변도의 콘텐츠 제작을 포기하고 유튜브로 창구를 다각화한 것도, 유튜브를 통해 매주 나간 기사를 조명하는 코너를 다루는 것도 그 때문이다. 양질의 상근 인력을 더 충원하는 작업 또한 소중하지만 지역매체의 상황에선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자본은 물론 사람까지 빨아들이는 서울의 흡인력으로부터 화성과 같은 부유한 도시조차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사회적기업에 인건비를 지원해주던 제도 또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며 폐지됐다. 본래 권 피디의 임금을 정부지원으로 조달했으나 지원이 사라지며 직접 충당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그럼에도 이들은 <화성시민신문>에 자부심을 내비친다.
권 피디는 "지역언론이라는 게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하단 걸 매순간 느낀다"며 "사람들이 관심이 없는 것 같고 당장 먹고 살기가 힘든 게 사실이지만 포기해선 안 될 만큼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공론을 형성하고 권력을 견제하며 제도 변화를 이끄는 것. 이것이야말로 언론의 정도다. 망가진 언론이 그나마의 신뢰조차 허무는 세상에서 다시 그를 세워보겠다 분투하는 이들이 있다. 여기 <화성시민신문> 또한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