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박정훈 해병대 전 수사단장 측이 신청한 'VIP 격노설'에 대한 사실조회에 "답변할 수 없다"고 회신한 사실이 확인됐다.
25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박정훈 대령 항명 혐의 8차 공판에서 박 대령 변호인단은 재판부가 윤 대통령 측에게 'VIP 격노설'에 대해 사실조회를 신청했지만, 전날(24일) '답변할 수 없다'라는 취지로 회신했다고 밝혔다.
앞서 박 대령 측은 재판부에 윤 대통령을 상대로 총 6항목의 사실조회를 신청, 재판부는 지난 3일 열린 7차 공판에서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는 취지의 발언과 "수사권이 없는 해병대 수사단에서 인과관계가 불분명한 임성근 해병1사단장 등을 형사입건한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대통령이 했는지에 대한 사실조회 신청을 인용한 바 있다.
채 상병 동기들의 전역일(26일)을 하루 앞두고 열린 이날 공판에는 전 해병대수사단 중앙수사대장 박아무개 중령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 중령은 박정훈 대령이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혐의자와 혐의 내용 등을 빼라는 전화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박 중령은 "(유 전 관리관은) 사건인계서에서 혐의자와 죄명을 다 빼고 이첩하는 방법도 있다는 형태로 얘기했던 것 같다"면서 "처음엔 (임성근 사단장 등) 2명만 (혐의자에서) 빼라고 했다가, 그게 안 되니 사건인계서에서 죄명, 혐의자를 다 빼라고 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 중령은 "(박 대령은 유 전 관리관에게) 위험한 발언이라는 말과 더불어 법과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덧붙였다.
또 박 중령은 녹취파일을 자신이 박 대령에게 전달했다고도 말했다. 그는 "(박 대령과 유 전 관리관이 나눈 통화 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제가 박 대령에게) 녹음이 필요하다고 했으나, (박 대령은) '아이폰이라 안 된다'고 해 녹음 방법까지 알려드렸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2일 사건 기록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하는 과정에서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박정훈 대령에게 전화를 해 "지금이라도 혹시 (사건 이첩을) 멈추라고 하면 멈출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고, 박 대령은 "죄송하다. 그렇게 하시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고 박 중령은 밝혔다.
박 중령은 또 지난해 박정훈 대령을 군 형법상 항명 혐의로 수사한 국방부 검찰단이 수사단 관계자로부터 '브이아이피(VIP) 격노설'을 듣고도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수사기록에 남기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박 중령은 지난해 7월 31일로 예정되어 있던 언론브리핑이 갑자기 취소되고 사건기록의 경찰 이첩을 보류시킨 이유에 대해 박정훈 대령으로부터 "VIP가 격노했기 때문"이라고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중령은 지난해 군 검찰에 2차례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재판장이 박 중령에게 군검찰 1회 조사 당시 이른바 'VIP 격노설'에 대해 말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1회 조사 때도 (VIP 격노설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군 검사가 자기들한테 필요한 내용이 아니라고 일부를 (조서에서) 제외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중령은 당시 군 검찰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박정훈 대령에게 사건기록 이첩보류 지시를 했는데 왜 박 대령이 따르지 않았는지 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진술을 들으려고 하는 입장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자신이 피곤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서 별다른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다면서 "지금 와서는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당초 이날 공판에 증인으로 채택됐던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현재 국방대 총장, 육군 중장)과 오아무개 전 해병대사령부 법무과장은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