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게 참 별것이 없다.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갈수록 믿는 구석 하나가 생길 뿐인 듯하다. 공부보다 중요한 것은 관계라는 사실이 그것이다.

어떤 책에 나온 것 같은 말이지만, 실제로 책에서 본 이야기는 아니다. 본능이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아이들은 관계에서 배운다.

이렇게까지 말해도 괜찮을 것이다. '아이들은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만 배운다.' 즉, 가르치는 사람이 자신이 배우고 싶지 않은 사람일 경우, 어떤 것도 배우지 못한다.

참 새삼스러운 말이지만, 이보다 맑고 깊은 진리도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교습소를 연지 몇 주 되지도 않았건만 어떤 방법을 통해서 잘 가르치려고 고민하는 것을 일단은 시원하게 포기해버렸다. 그보다 아이들과 먼저 좋은 관계를 맺는 것에 힘을 쏟기로 했다.

당연스러운 질문이 따라왔다. 그렇다면,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여러 정류장을 거쳐 도달한 고민의 종점에는 이 말이 쓰여있었다. 내 고민은 이렇게 정리가 됐다.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아이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진심으로 믿어야 한다.'

글쓰기 교습소 쓰고뱉다 아이들은 관계에서 배운다.
글쓰기 교습소 쓰고뱉다아이들은 관계에서 배운다. ⓒ 김정주(본인)

이게 무슨 말 같은 말이냐 할 수 있겠지만, 내 경우에 있어 이것은 옳은 것이었다. 앞서 말한, 공부보다 중요한 것은 관계이고, 아이들은 관계에서 배운다는 것.

이것을 믿고 지금 시기에 새로 만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것을 무리해서 가르치기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존재 자체로 대하려는 존중이 서려 있는 태도, 이 아이들이 이 학습의 과정을 통해서 행복한 인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아름답고 건강하게 자라났으면 하는 시선을 담았다. 한마디로 결국 사랑이다.

이들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발산되는 아우라의 편차를 가져오기 충분했다. 신비한 일들이 생겼다.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칠까를 고민하던 지난 주에는 기대만큼 잘 가르치지 못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은 관계를 맺을까를 고민했던 이번 주에는 기대 이상으로 잘 가르쳐냈다. 아이들의 달라진 태도가 이걸 보여준다.

내향성이 강하고 낯을 가리던 3학년 수민이는, 이번 주 수업을 하는 내내 피식 거리며 자주 웃었다. 말에도 이전보다 활력이 생겼다. 집에 가서 엄마에게 무려 '재미있었다'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고 한다(*글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다 가명임).

교습소 학부모님들의 피드백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아이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진심으로 믿어야 합니다.’
교습소 학부모님들의 피드백‘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아이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진심으로 믿어야 합니다.’ ⓒ 김정주(본인)

두 명이 추가 되어서 4명에서 했던 6학년 수업은 1시간 반이 쉬는 시간의 필요조차 상실된 채로 마구마구 흘러갔다. 주짓수와 글쓰기 수업을 놓고 저울질을 하며 첫 수업을 들은 보라(가명)의 고민을 종식시켜주었고, 사춘기에 접어든 라온이(가명)의 입꼬리를 씰룩거리게 만들 수 있었다. 아이들이 사랑을 모를 리 없다.

내 수업에 뭐 특별한 건 없었다, 정말로. 이 아이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 그 소중한 존재들과의 관계가 우선이라는 마음, 그 후에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마음, 그저 그 마음들뿐이었다. 하지만 그 마음이야말로 어떤 교수법보다 위력 있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이렇게 훌륭한 세계인 아이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 있음이 벅차다. 아주 혹시라도 내가 이 아이들이 자라는 데 있어서 단 1cm라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지는 않을까 싶음이 신이 난다. 우리 아이들에게 나라는 존재가 부디 좋은 계절이었으면 한다.

초4 아이가 쓴 수업 한달 후기 아이는 수업을 '티라미수 케이크 같다'고 썼다. 아이들이 사랑을 모를 리 없다.
초4 아이가 쓴 수업 한달 후기아이는 수업을 '티라미수 케이크 같다'고 썼다. 아이들이 사랑을 모를 리 없다. ⓒ 김정주(본인)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글쓰기교습소#쓰고뱉다#어린이라는세계#교육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부분 당연스럽게 '내'가 주체가 되어 글을 쓰지만, 어떤 순간에는 글이 '나'를 쓰는 것 같을 때가 있다. 마치 나도 '생명체'이지만, 글 역시 동족인 것 같아서, 꿈틀 거리며 살아있어 나를 통해서 이 세상에 나가고 싶다는 느낌적 느낌이 든다. 그렇게 쓰여지는 나를, 그렇게 써지는 글을 사랑한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