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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셀 산재 피해 가족협의회와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는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박순관 아리셀 대표이사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해줄 것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아리셀 산재 피해 가족협의회와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는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박순관 아리셀 대표이사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해줄 것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 아리셀 산재 피해가족협의회

"스물다섯 살 딸을 잃었다고요. 아리셀 대표이사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꼭 만들어 주세요. 정말 이렇게 빌어요." (10월 11일 아리셀 참사 희생자 고 엄정정씨 어머니 이순희씨 발언 일부)

국정감사 이튿날인 8일 국회 안에서 대통령 부부의 비리 의혹이 부각되는 동안 이야기되지 않은 죽음들이 국회 바깥에 모여 있었다. 2시간 동안 "진상을 밝혀달라"고 외쳐도 목소리를 빼앗긴 것처럼 들리지 않던 아리셀 참사 유족의 목소리가 국회 정문 앞에서 외쳐지고 있었다.

국회 안에선 '김건희 국감'이,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김건희 의혹을 파헤치는 데 집중하겠습니다. (...) 윤석열 정권이 얼마나 망가지고 썩었는지 똑똑히 보여드리겠습니다." (10월 8일 민주당 국정감사대책회의 발언 일부)

국회 밖에선 '아리셀 국감'이 울려 퍼졌다.

"정부는 사회적 참사의 원인을 규명할 의지조차 없는 겁니까. 박순관 아리셀 대표이사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십시오." (10월 8일 아리셀 산재 피해가족협의회 피켓 시위 발언 일부)

지난달 3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가 확정한 국정감사 증인·참고인 명단 35명에는 지난 6월 경기도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로 23명이 숨진 참사 관련 책임자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순관 아리셀 대표도 없었다.

참사 발생 110일째인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아리셀 산재 피해가족협의회 공동대표 김태윤·이순희씨는 "23명의 죽음에도 정치적 계산만 하는 국회를 규탄하며 박 대표이사 증인 추가 채택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여당이 민주당 소속 화성시장을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해 아리셀 참사 관련 증인 채택이 불발됐다고 한다"며 "이번 산업재해 참사마저 국회가 외면한다면 국회는 기업의 배 째라식 경영을 방치했다는 지탄을 받고 진상규명과 정부 대책은 한 치의 진전도 없는 상태로 제2의 아리셀 참사가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리셀 유족 "참사를 정쟁으로... 비통하고 억울해"

아리셀 참사 유족에게 이번 국정감사는 '기회'였다. 불법파견과 위장도급이라는 '위험의 외주화'와 이주노동자에게 위험을 떠넘기는 '위험의 이주화' 문제를 정치권이 따질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환노위는 참사 책임자들을 증인·참고인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박순관 아리셀 대표이사는 유가족들과 대화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제대로 된 공식 사과조차 한 바 없다. 이런 부분들을 엄중하게 따져 묻기 위해 박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오늘 안건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태윤씨는 "아리셀 참사는 고용노동부와 국방부와 환경부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총체적으로 빚어낸 결과였다. 이런 상황을 엄중히 조사해야 하는 국회가 증인 채택을 하지 않은 것은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기 위한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각종 특검법을 거부하는 상황만 조명되는 국회에서 아리셀 참사가 지금처럼 여야 정쟁의 수단이 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순희씨는 "안전교육 하나 없는 위험한 사업장에서 발생한 대형 참사로 한두 명도 아니고 23명이 죽었는데 국회에서 이렇게 이주노동자를 차별하고 무시해도 되느냐"며 "스물다섯 살 딸이 인간 취급을 못 받으면서 일했다는 게 부모로서 너무 비통하고 국회가 이런 문제들을 하나하나 따지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 억울하다"고 울먹였다.

두 사람은 지금도 거리에서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싸우고 있다. 사흘 전인 8일에는 국회 정문 앞에서 다른 유족들과 피켓 시위를 벌였다. 박순관 대표 증인 채택을 환노위에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두 사람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아리셀 산재 피해가족협의회는 어제(10일)부터 경기도 광주시 에스코넥 앞에서 무기한 농성을 시작했다. 에스코넥은 화재 참사가 난 아리셀의 모회사다.

김씨는 "참사 발생 110일이 되도록 박순관 대표는 유족과 만난 적이 없다"며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최대 인명 피해를 낸 참사다. 국정감사 증인 채택으로 국회에서 진상이 규명돼야 정부 정책이 마련될 수 있다. 국회는 또 다른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자를 가려내고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씨도 "제2의, 제3의 아리셀 참사가 없다고 장담할 수 없다. 국회가 하루라도 빨리 박순관을 증인 채택해 그의 사죄를 받고 싶다"고 호소했다.

정혜경 의원 "박순관 증인 채택에 환노위 결단을"

아리셀참사 유족, 박순관 국정감사 증인 채택 요구 아리셀산재피해가족협의회와 아리셀중대재해참사대책위원회,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순관 대표이사를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리셀참사 유족, 박순관 국정감사 증인 채택 요구아리셀산재피해가족협의회와 아리셀중대재해참사대책위원회,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순관 대표이사를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 남소연


아리셀 산재 피해 가족협의회와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박 대표 증인 채택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민주노총과 정혜경 진보당 의원도 목소리를 보탰다. 이들은 오는 25일 종합감사 전까지 환노위가 전체회의를 열어서 아리셀 참사 관련 증인·참고인을 추가로 의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 법률지원단 소속 신하나 변호사는 "이주민을 포함해 23명이 목숨을 잃은 유례 없는 산재 참사다. 박순관 대표가 구속됐지만 문제가 해결된 건 하나도 없다"며 "이번 환노위 국정감사에 박순관 증인 채택은 꼭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어디부터 잘못돼 있길래 불법파견을 실시하면서 이주민 안전보건교육을 하지 않아도 되는지 그 문제를 파악하고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혜경 의원은 "아리셀 유족들이 사과와 교섭과 진실규명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지만 이들을 대하는 사측 태도는 진척이 없다"며 "국회가 국정감사에서 참사의 책임자를 부르지 않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비정규직 하청노동자와 이주노동자에게 위험이 떠맡겨지는 현실을 살펴보고 이들을 보호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환노위 의원들의 결단을 촉구드린다"고 했다.

#아리셀#환노위#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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