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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종로구 곳곳에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고 있다. 작가가 산다는 종로구 누하동도 활기를 띠었고 곳곳에 한뜻 부푼 얼굴의 사람들이 몰려 어디론가 간다. 그들을 따라가면 왠지 작가의 자택이 나올 것 같다.

모두에게서 잔잔한 미소와 설렘이 느껴졌다. 평일 낮에도 작은 서점부터 시작해서 교보문고가 활기를 띠고 있다. 한강의 소설이 조만간 최단기간 100만 부 판매 고지를 찍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강 작가의 소설을 읽는 날이 오게 될 줄 몰랐다.

 작가의 자택이 있는 종로구 곳곳에 한강작가의 노벨 문학상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작가의 자택이 있는 종로구 곳곳에 한강작가의 노벨 문학상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 전사랑

젊은 세대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가 한강 소설을 접하고 있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읽기를 주저했던 '힘든 소설'을 집어 들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채식주의자>를,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을 시대가 기대된다. 좋은 책은 우리를 언어적으로도 자극해, 그것에 대해 대화하고, 글을 쓰고 싶게 만든다. 한강의 매 작품이 그렇듯, 누구나 소설을 읽고 나면 분명히 그 책을 쉽게 놓아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설의 의미에 대해서, 이미지에 대해 누군가와 이야기 하거나, 그것이 여의치 않는 다면 관련 영상이나 자료를 찾을 수도 있겠다. 수상의 기쁨보다 작가가 책을 통해 묻는 질문들 속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든 각자의 대답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작가가 던지는 무거운 질문의 무게와 함께 살아갈 앞으로의 미래가 기대된다고 한다면 너무 낙관적인 걸까.

한강의 소설은 어렵고 힘든 소설이다. 난해하다기보다는 유려한 묘사와 가슴을 꿰뚫는 이미지로 책을 여는 순간 흡입력 있게 독자를 빨아들여, 우리가 마주하고 싶지 않거나 피하고 싶은 그곳에 우리를 데려다 놓는다.

19금 영화에 등장하는 칼놀림과 잘려나가는 사지는 우리를 폭력적으로 오히려 무디게 만들지만, 한강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인간의 야만적인 폭력은 우리의 감각을 더 예민하게 만들어 피부 속으로, 감정으로 타고 들어와 마침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 ⓒ 소중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책 <소년이 온다>를 한강 작가의 문체로 본다고 생각하니 두려워서 계속 미뤄뒀었다. 중도에 포기한 많은 사람들도 이제야 다시 꺼내 들었을 거라고 짐작한다. 작가는 문학동네에서 진행한 강연 중 '문제에 직면하지 못한 채 피한다고 그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 문제와 직면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에게 오지 못한 소년을 온전히 만나기 위해, 하루를 일부러 비워두고 <소년이 온다>를 읽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써진 소설을 안온하게 읽으면서 고통스러웠다고 하기에는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

작가가 사실보다 "축소해서" 쓴 인간의 야만과 폭력의 서사를 힘겹게 지나, 숭고하고 아름다운 결정체 같은 소년이 나에게도 왔다. 마지막 장면에서 소년이 어머니를 캄캄한 데서 밝은 곳으로 이끌듯이, 그 소년은 우리를 밝은 곳으로 이끌고 갈 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창비(2014)


#한강#노벨문학상#소년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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