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도대체 어떤 순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규 교육과정이라고 불리는 초,중,고 때 글쓰기에 대해서 단 한번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는 걸 최근 깨달았다. 심지어 대학교와 대학원에서도 '글쓰기'자체에 대해서 배워본 적은 없었던 기억이다.
하지만 이상했다. 적어도 내가 자라온 구조 속에서 글쓰기는 단 한번도 배워본적이 없는데, 늘 왜인지 당연스럽게 잘 해야 하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때는 일기와 독후감을 잘 써야 했고, 중 고등학교 때는 논술, 대학교와 대학원때는 레포트와 논문, 더 나아가 직장 생활을 할 때는 보고서 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한번도 제대로 배운 적 없는 걸 당연히 잘 해내야 한다고 밀어붙이는 구조 덕분에, 많은 이들이 '글쓰기'라는 말만 들어도 '그건 너무 어려운 일이야!'라며 숨이 턱 막히게 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나는 이런 오해를 받고 있는 글쓰기를 힘껏 변호하고 싶다.
글쓰기는 사실 재미있는 일이라고. 우리가 이 세계에서 할 수 있는 일들 중 가장 행복에 도달하게 해주는 일이라고 말이다.
나는 글쓰기를 만난 건 내 최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그러니, 누구든지 배우기만 하면 글쓰기를 잘 할 수 있다고, 우리가 글쓰기를 못하고 어려워 하는 것은 오직 글쓰기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는 이런 믿음 위에 약 5년 전에 함께 쓰는, 공동체 글쓰기 모임 <쓰고뱉다>를 세웠다.
처음에 작은 사무실을 대여해서 7명으로 시작한 1기를 필두로 3기까지는 오프라인 모임으로 진행했고, 코로나시절을 맞이한 4기부터는 줌을 통한 온라인 강의로 발을 넓혀서, 현재는 27기까지 이르렀다.
약 300명 가까운 사람들, 대부분 쓰는 것이 거의 처음인 성인들을 '쓸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믿음은 충분히 보상을 받았다. 한발 더 나아가고 싶었다. 기회만 생긴다면, 아이들도 글을 쓰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반드시 그 일을 해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성인들도 이제야 글쓰기를 제대로 배우고, 쓸 수 있게 되니 글을 쓰는 것이 이토록 행복하다고 고백하는데, 어릴 때부터 이 맛을 알게 된다면, 이 아이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아름다운 글을 쓸 수 있을지가 설레고 기대되었다.
아이들이 써낸 글, 상상 이상의 결과물
꿈은 이루어졌다. 올해 나는 동네에 글쓰기 교습소를 열어서 초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게 되었다.
수업을 듣는 아이들에게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때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가르쳐봤다. 편차가 없지는 않았지만, 몇가지 코칭을 해줬을 뿐인데 아이들은 상상 이상의 결과물을 냈다.
뭉클함이 마음을 말랑거리게 했다. 아이들에게 물었다. 얘들아, 글쓰기 해보니까 어때? 아이들은 답했다.
'재미있어요.'
'내가 행복했던 그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해주고, 그걸 쓰니까 또 행복해졌어요. 그래서 재미있어요.'
최근 나와 가장 오랜 시간을 1:1로 함께 시간을 보낸, 초등학교 4학년 예린이는 <식량이 문제야>라는 책을 읽고 함께 2주에 걸쳐서 토론을 하고 독서감상문을 써냈다.
마지막으로 정리해서 써내는 작업에는 총 3시간이 걸렸는데, 예린이는 침착하고 차분하게 해냈다(본래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으로 써왔으나, 이번에는 기사 링크에 본명이 공개 되었으므로 본명으로 쓴다).
아이는 너무나 공들여 수고했고, 떨리는 마음으로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전송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기사로 나왔을 때, 나는 최근 들어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관련 기사:
옥수수가 사라지는 건 상상하기도 싫다 https://omn.kr/2aloi ).
거봐, 아이들 글쓰기 배우기만 하면 이렇게 잘 쓸 수 있다니까? 라는 말을 속으로 거듭 외치면서 말이다.
딱 1년만, 조금만 더 욕심을 낸다면 2년만 이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칠 수 있는 시간이 허락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꾸었던 그 꿈이 결코 허황된 것이 아니었음을 목격하고 싶다.
우리 아이들을 쓰는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싶다. 쓰는 행복을 아는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싶다. 꼭 그 꿈을 이룰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