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
검찰이 지난 17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건희 여사를 결국 불기소처분했다. 고발을 당한 지 4년 6개월 만이다. 주식매매 패턴의 변화, 통정매매, 증권사 등의 이상거래 경고, 내부정보 취득 정황 등이 있었는데도 김 여사가 '주가조작 과정에 가담하지 않았고, 주가조작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고 결론 낸 것이다.
심지어 김 여사와 비슷한 처지였던 전주 손아무개씨가 2심에서 주가조작 방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도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해 철통 방어막을 쳤다. 압수수색이나 검찰청 소환조사 등을 완전 배제하고 진행한 검찰의 특혜 수사, 봐주기 수사였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
기자는 '김건희 불기소'를 보면서 3년 전 윤석열 대통령 가족을 검증 취재했을 때 참고했던 <주간조선> 기사가 떠올랐다. 거기에는 김건희 여사가 처음으로 '주식'을 언급하는 대목이 나오기 때문이다.
왜 윤석열이 아닌 '부인'과 '장모'를 검증했나
기자는 지난 2021년 1월부터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부인(김건희), 장모(최은순) 등에 대한 검증 취재를 전담하고 있었다. 대선은 2022년 3월이었지만 이미 그때 윤석열 총장의 대선 출마가 확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윤석열 총장 가족 검증취재의 핵심 타깃은 '윤석열'이 아닌 '부인'과 '장모'였다. 윤 총장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적 인물'이 부인과 장모라는 기자의 판단이 깔려 있었다.
먼저 '윤석열의 손톱 밑 가시'라는 장모와 싸우고 있던 이들을 집중적으로 인터뷰해 <그들은 왜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와 싸우고 있나>(2월 22일)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한때 장모와 동업자 관계였던 정대택·노덕봉·안소현씨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어 <'윤석열 장모' 아산신도시 땅투기... LH 132억 보상금, 102억 차익>(3월 24일)이라는 기사를 썼다. 장모의 조흥은행 통장 내역서를 입수해 지난 2004년부터 2005년까지 대한주택공사와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총 132억여 원의 토지보상금(아산신도시 땅)을 받아 약 3년 만에 102억여 원의 부동산 차익을 얻었다는 내용이다.
기자가 당시 큰 관심을 두고 취재한 것 중 하나는 '장모는 어떤 인물인가?'였다. 그 결과물이 <윤석열 장모는 유독 '부동산'에 집착했다>라는 기사였다(3월 26일). 국내 언론 가운데 처음으로 장모의 전모를 취재한 인물탐구 기사였다. 이 기사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하지만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윤 전 총장에게는 '치명적인 변수'가 있다. 장모와 부인이다. 윤 전 총장의 '손톱 밑 가시'로 불리는 장모 최은순(76)씨가 현재 은행잔고 증명서 위조 사건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도 있지만, 최(은순)씨와 부인 김건희(50)씨가 부동산과 주식 등으로 쌓아올린 재산의 형성 과정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조짐이다. 최씨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인사들은 최씨의 재산이 수백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보도한 지 사흘 만에 장모의 법률대리인인 손경식 변호사는 장모에 관한 첫 인물탐구 기사를 반박하는 입장문을 내놨다(3월 29일). 손 변호사는 입장문에서 "40대 초반에 남편을 여읜 후 의상실 운영, 휴게소 운영, 호텔 운영 등을 20년 넘게 성실히 수행해 온 '가장'이자 '여성사업가'"라고 장모를 소개하면서 "(그런데 그를) 근거없이 마치 '불로소득을 노리는 부동산 투기꾼'으로 묘사하는 등 언론의 최소한의 금도를 넘었다"라고 주장했다.
장모 측은 반박 입장문을 내는 데 그치지 않고 기자와 <오마이뉴스>를 상대로 3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4월 21일). 하지만 장모는 재판이 진행되던 중에 소를 취하했다. 나중에 일부 언론의 추적보도로 장모가 부동산 등으로 상당한 재산을 축적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드러났다. <오마이뉴스>는 김 여사 일가의 부동산 재산만 최소 253억여 원에 이른다고 보도한 바 있다.
김건희 여사, 20대 후반부터 주식투자
이후 기자의 취재 대상은 장모에서 부인으로 옮아갔다. 김건희 여사의 학력(경기대 미대)과 논문(숙명여대 석사, 국민대 박사)을 검증하고, 김 여사가 운영하던 전시기획사 코바나콘텐츠와 전시 협찬사를 집중 해부한 기사 등을 내보냈다.
경기대 미대(예술대) 출신인 김 여사가 사주, 궁합, 관상 등 '운세 콘텐츠'와 관련된 주제로 박사 논문을 썼다는 점을 처음으로 공개했고, 박사 논문 지도교수(전승규)를 단독으로 인터뷰해 "독창적인 논문이라고 생각했다"라는 정말 '독창적인' 발언을 보도하기도 했다.
또한 코바나컨텐츠의 전시회에 가장 자주 협찬했던 기업이 '도이치모터스'(8번)였다는 점을 밝혔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법무부로부터 총 117억 원 규모의 용역을 따낸 '희림'도 3번이나 협찬한 기업으로 기사에 등장했다. 희림은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설계·감리용역도 맡았던 업체이며, 관저 공사에도 얽혀 있는 회사다.
이 기사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언론 자료들을 수집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중용된 지난 2017년 이전까지는 김 여사와 관련된 기사들이 많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국정원 댓글공작 사건을 수사하고 좌천을 당한 상황이 반영된 결과일 수도 있다. 2018년 이전에 나온 김 여사 관련기사들은 대부분 코바나컨텐츠나 전시에 관한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 2018년 4월 8일 자 <주간조선>에 <[단독] 윤석열 지검장의 재력가 부인은 누구?>라는 기사가 실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던 때였다. 김건희 여사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부인으로 만나 처음 인터뷰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기사였다. "인터뷰 아닌 듯 인터뷰 같은 대화"가 한 시간 정도 이어졌는데 당시 기자의 관심을 끈 대화 내용은 '재산'과 관련된 대목이었다.
김씨에 따르면 자신의 재산은 1990년대 후반 IT 붐이 일었을 때 주식으로 번 돈이 밑천이 됐고, 그 후 사업체를 운영하며 재산을 불렸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할 때 신고한 재산은 64억 7195만 원이었다(2017년 8월). 그런데 윤 대통령의 재산은 예금 2억 7621만 5000원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김건희 여사의 재산(약 62억 원)이었다. 김 여사의 예금 재산만 50억여 원에 이르렀다. 당시 언론들은 김여사를 "수십억 대 자산가"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수십억대 자산"의 밑천이 '주식 투자'였고, 그 주식 투자를 20대 후반(1990년대 후반)부터 했다는 것이 김 여사의 얘기다. 김 여사가 지난 1996년 경기대 미대 회화과를 졸업했고, 1999년 숙명여대 교육대학원에서 미술교육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는 점을 헤아리면 '공부'와 '주식투자'를 병행한 셈이다. 주식 투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되기 전인 2017년까지 이어졌다. 그런 점에서 20년 가까이 주식투자를 해왔다고 볼 수 있다.
<중앙일보>는 김 여사가 <주간조선>과 인터뷰하기 직전인 2018년 4월 2일 자에 <윤석열 부인, 비상장주식 미래에셋보다 20% 싸게 계약>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김 여사가 비상장기업인 '도이치파이낸셜'(자동차할부금융업체) 주식 20억 원어치를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 직후 계약을 해지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특히 김 여사(주당 800원)가 도이치파이낸셜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미래에셋캐피탈(주당 1000원)보다 싸게 주식 매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김 여사는 <주간조선> 기자에게 "완전히 잘못된 기사"라며 이렇게 반박했다.
계산 방식이 잘못된 겁니다. 미래에셋캐피탈은 매년 7% 이자가 보장되고 의결권이 있는 우선주를 산 거고, 저는 원금도 이자도 보장 안 된 보통주를 산 겁니다. 우선주와 보통주를 액면가 그대로 비교하는 것은 주식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10원도 시세차익을 거둔 것이 없습니다. 남편이 지검장이 된 직후 원금만 돌려 받고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김 여사는 "아무 문제없는 거래"라며 "손톱만큼이라도 의혹이 있었다면 진즉 문제가 됐지 어떻게 묻혔겠느냐"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에서 "내부자 거래 아니냐?"라는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도 "말도 안되는 소리다, 도이치파이낸셜 대표의 권유를 받고 본인에게 직접 산 것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라고 일축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주식 관련 전문성이 부족한 일반투자자"
2018년 <주간조선>의 단독 인터뷰 기사는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보여준다. 하나는 경기대 미대 졸업 직후인 20대 후반부터 약 20년 동안 주식투자를 해 수십억 원대의 자산을 형성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선주"와 "보통주"을 구분할 정도로 주식 투자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선주와 보통주를 액면가 그대로 비교하는 것은 주식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입니다"라고 반박하는 대목에서는 '주식전문가의 포스'가 느껴질 정도다. 이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과는 상당히 상반된다.
고발자인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전달한 불기소 처분서에서 검찰은 김건희 여사를 "주식 관련 전문성이 부족한 일반투자자"라고 표현했다. 수사 결과를 담은 보도자료에는 2심에서 주가조작 방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손씨는 "대량의 자금을 동원하여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는 전문투자자"이고, 김 여사는 "주식거래나 주식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일반투자자"라고 대비시켰다. 이와 함께 증권사 직원 등이 "피의자가 주식을 잘 모르고 관련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라는 점도 불기소 사유에 추가했다.
이렇게 주식 관련 지식과 전문성, 경험이 부족한 김 여사가 "권오수 전 회장이 주포와 선수들을 모아 시세조종을 한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기 어렵다"라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하지만 김 여사는 20대 후반부터 약 20년 동안 주식투자를 해왔고, 그동안 최소 2개의 시세조종 항목을 거래했으며, 대형 호재를 앞둔 비상장 주식을 매매한 적도 있다. 이런데도 주식 관련 경험이나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을까?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한국거래소 자료를 보면, 김 여사와 모친이 도이치모터스 한 종목으로 얻은 수익은 23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김 여사의 수익은 13억 9000만 원이다. 김 여사는 주가 조작이라는 범행에 자신의 계좌를 활용당했는데 거액을 벌고 사법처리는 피하게 됐다. 이것은 봐주기 조사에 이은 검찰의 불기소 덕분이다. 그러니 "검찰이 정권의 해바라기 노릇을 하며 김 여사의 보호에 앞장섰다"(참여연대)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편 기자는 지난 대선 때부터 윤석열 대통령 일가 관련 의혹의 핵심은 '장모의 재산 형성 과정'이라고 생각해 왔다. 장모의 재산 형성 과정을 추적하는 일은 60억여 원에 이르는 김 여사 재산의 출처를 파악하는 출발점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은 그 재산 형성의 한줄기에 불과할 뿐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을 계기로 윤 대통령 장모의 재산 형성 과정에도 관심이 모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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