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78)이 5일(현지시간) 치러진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가장 불안한 나라 중 한 곳이 우리나라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거기(백악관)에 있으면 그들(한국)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연간 100억 달러를 지출할 것"이라며 "그들은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한국은 머니 머신(Money Machine, 현금 인출기)"라고 말하는 등 한국의 방위비를 대폭 인상하겠다고 호언장담했습니다.
그가 주장하고 있는 연간 100억 달러는 현재 한국이 지불하고 있는 한미 방위비분담금의 9배에 가깝습니다. 만약 트럼프 당선인이 말한 것처럼 방위비를 인상한다면 한국 정부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2026년부터 부담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합의했지만...
그나마 다행일까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기 이틀 전인 4일(한국 시간)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필립 골든버그 주한 미국 대사가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정(SMA)에 서명을 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시작한 협상 끝에 2026년 분담금을 전년도 대비 8.3% 오른 1조 5192억 원으로 정했습니다. 분담금 인상도 2030년까지는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대략 2%대)을 반영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번 협정은 2026년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2년이라는 시간이 남았지만 이례적으로 조기에 협상을 시작해 서명까지 끝냈습니다. 트럼프 당선을 우려해 방위비 분담 문제를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주한 미국 대사가 서명한 협정은 자동으로 발효됩니다.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선 국회 비준이 필요 없는 행정 협정이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당선으로 다시 방위비 분담금 협상할 수도
한국과 미국 정부가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정에 서명은 했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체결된 협정을 뒤엎고 다시 방위비 협상을 지시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가장 먼저 주한미군 감축 압박입니다. 실제로 그는 2020년 "독일이 방위비 분담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면서 "돈을 충분히 낼 때까지 줄이겠다"라며 독일 주둔 미군 3분의 1을 철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주한미군 감축 외에도 한미 연합훈련에 드는 비용이나 미 공군 전략 폭격기나 핵추진 항모 전단 등 전략 자산 운용 비용을 한국에 떠넘기는 방식으로 방위비를 전가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미국 대선 결과가 어떻든 우리가 충분히 만든 결과로 기준점 제시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고위 관계자는 "내년 2월 이후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지금 만든 한·미 방위비 분담 협정 결과에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면서도 "방위비 분담금 규모 자체 외에도 한·미 동맹에서 (한국이) 여러 기여를 확대해 왔고 미국 양 캠프 진영도 그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한국 전문가들의 따끔한 충고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가 너무 안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한국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에 취임하면 주한미군 주둔 비용 인상을 요구하거나 한국을 배제하고 북한과 직접 협상하는 등 한미관계에 긴장이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또한, 한국이 방위비 인상으로 예산이 부족해 미국산 무기 구매를 포기할 경우 주요 미국 방산기업들이 트럼프 당선인에 압력을 가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한국이 그런 위험을 최소화하는 최선의 방법은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고위당국자들이 취임하는 과정에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의회 지도부와 가까운 관계를 구축하는 것도 필수적"이라고 당부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영향력이 큰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더 세지고 독해졌다는 평가를 받는 그가 한미관계에서도 거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그간 행보를 보면 트럼프 당선인과 잘 조율해 나간다는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