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열린 미국 47대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 도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를 부각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평화로운 남북 관계를 바라는 사람은 트럼프 후보가 뽑히길 바라기도 했다.
트럼프 정부 2기의 대북 정책을 전망해 보고자 지난 1월부터 트럼프 당선을 예측했던 김홍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나 대북 정책과 함께 윤석열 정부 대미 외교에 대해 들어보았다. 다음은 김 전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생명력이 정말 끈질긴 정치인
- 미국의 47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했어요. 한국의 많은 외교 전문가는 카멀라 해리스가 될 거란 전망이 많았는데 의원님은 올 초부터 트럼프가 될 것으로 전망하셨다던데 왜 그렇게 전망하셨어요?
"미국 유권자들 사이의 분위기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피로감, 싫증을 느끼는 분위기가 많이 감지됐고요. 바이든 대통령은 토론회에서 기억력 떨어지고 기력도 쇠퇴한 부분 드러나서 결국 낙마하긴 했지만 이미 연초에 그런 부분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이 빨리 사퇴하고 젊고 참신한 후보들이 나와 경선 치르고 거기서 분위기를 띄워 나이 많은 트럼프 후보와 대비되는 사람이 후보로 나서지 않는 이상은 힘들 것이라고 봤던 거죠.
그리고 미국 경제가 지표상으로는 상당히 좋아 보였지만 물가 상승이나 고금리, 양극화 문제로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불만이 굉장히 많은 상태였어요. 경제 문제를 제일 중요시하는 미국 유권자들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아무래도 트럼프 대통령이 시대 정신을 잘 간파하고 불만에 가득찬 유권자들을 선동하는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이길 가능성 크다고 봤던 것이죠."
- 그러나 미국 언론은 대부분 카멀라 해리스가 이긴다고 봤잖아요.
"미국 언론의 80~90%는 반 트럼프로, 트럼프라는 사람을 아예 인정 안 하는 분위기인데 저학력, 저소득층의 유권자들은 기존 언론이나 정치권 등 한마디로 엘리트 세력에 불만이 많기 때문에 언론이 트럼프 대통령 공격하는 걸 받아들이질 않았어요. 오히려 그것에 대한 반감이 많았기 때문에 언론 기사나 여론조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나와도 트럼프 지지자들에게는 별로 영향을 안 준 거죠. 그리고 트럼프를 싫어하는 언론들이 생산한 여론조사를 보면 길이나 질문 항목 등 여러 가지로 트럼프에게 불리하게 만들어진 내용이 많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았던 트럼프 지지자가 상당수 있다 보니 부정확한 여론조사 수치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거죠."
- 미국인에게 트럼프는 한번 버린 카드죠. 트럼프 성향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왜 미국인은 트럼프를 다시 선택했을까요?
"트럼프를 완전히 버렸다고 볼 수는 없죠. 지난번 선거 때도 만약 코로나 팬데믹이 없었다면 트럼프가 재선했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거든요. 물론 선거 후에 부정선거 시위하고 1월 6일 의사당 난입 사태 같은 걸 겪으면서 많은 사람이 트럼프의 정치 생명은 끝났다고 봤죠. 저도 그 당시에는 그랬는데 그러고 나서 1~2년 지난 후에도 트럼프가 정치적으로 건재한 것을 보고 트럼프란 정치인의 생명력이 정말 끈질기다는 걸 깨달았어요. 어떻게 보면 바이든 정부가 미국 국민을 실망시켰던 탓이 크다고 봐야죠."
대통령 취임 후 머지않아 러-우 전쟁 끝날 수밖에 없을 것
- 트럼프에게 우선 당장 놓인 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죠. 후보 시절 트럼프는 자기가 당선하면 러-우 전쟁을 24시간 이내에 끝내겠다고 했는데 지금 일주일 지났는데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어요.
"트럼프가 워낙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표현하는 버릇이 있어서 '내가 되면 하루아침에 끝낼 수 있다'란 표현을 쓰긴 했지만, 아직 대통령 자리에 오른 것도 아닌데 전쟁을 쉽게 끝낼 방법이 있을 수 없죠.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푸틴과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고 또 2년 반 이상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 미국이 지원하니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아니냐, 우리도 살기 힘든데 언제까지 외국을 지원해 줄 것이냐'라며 불만 품은 미국인이 많아요. 이 때문에 러시아가 미국이 어느 정도 체면만 살리고 손을 뗄 수 있게 해준다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한 후에 머지않아 전쟁이 끝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죠."
- 끝나는 건가요, 휴전하는 건가요?
"한국전쟁도 53년에 휴전 협정 맺을 때는 일시적인 휴전으로 봤지만,70년이 넘었는데 다시 전쟁 일어나지 않았잖아요. 즉 형식적으로는 휴전이지만 사실상 종전이 되겠죠."
- 젤렌스키 대통령으로선 지금 전쟁이 끝나면 소득이 없을 것 같거든요.
"근데 우크라이나도 내부적으로 이제는 많은 국민이 전쟁에 지쳐 있고 작년부터 나온 얘기가 젊은이들이 전쟁터에 나가서 죽고 부상하고 또 일부는 해외로 떠나버려서 생산 가능 연령 인구가 대폭 줄었다고 하거든요. 어려운 일이지만 만약에 잃어버린 땅을 회복한다고 하더라도 경제를 일으켜 세우려면 젊은이들이 일해줘야 하잖아요. 그 사람들이 점점 사라져 가는데 땅만 회복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제가 보기에 우크라이나도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쟁을 끝낼 수밖에 없을 거예요."
- 트럼프 2기에서 국제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1기에서는 아메리카 퍼스트였는데 '오직 아메리카'로 갈 수도 있다던데.
"1기 트럼프 정권 때는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직 수행할 준비도 안 돼 있었고 또 자기가 믿고 쓸 사람들을 미리 모아놓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전통적인 공화당 인맥에서 찾아 여러 요직을 채웠는데 그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기도 하고 또 그만둔 후 언론 인터뷰나 책 쓰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위험한 일 하려고 해서 자기가 말렸다는 식으로 얘기했어요.
그러나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이나 경력 같은 건 부족할 수 있어도 자신의 지시를 충실히 따를 사람 위주로 진용을 꾸리고 있어요. 지금 내각의 요직 맡을 사람을 발표하고 있는데 그것만 봐도 지난번과는 다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적대적인 국가는 물론이고 우방국조차도 배려해 준다거나 혜택 주는 게 없이 나라 하나하나를 각개 격파하는 식으로 미국의 이익을 최대한 챙기는 정책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거죠."
미국, '친미 외교' 윤 대통령으로부터 더 많이 얻어내려 할 것
- 트럼프 2기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가 관심인데 윤석열 정부 어떻게 보세요? 윤석열 정부가 너무 해리스 쪽에 치우쳤다는 의견도 있던데.
"윤석열 정부는 미국에서 크게 얻어낸 것도 없으면서 바이든 정부가 화려한 의전으로 자신의 체면 세워주니 바이든 정부에 완전히 밀착돼서 트럼프 대통령이 돌아왔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 전혀 준비 안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 외교를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않나요?
"그렇죠. 예를 들어 일본은 지난 5월에 기시다 총리가 미국 방문해서 바이든 대통령 만나자마자 며칠 후에 자민당의 거물인 아소 부총재가 뉴욕으로 가서 트럼프 대통령 만났거든요. 일본도 바이든 정부가 다음 정권까지 유지되는 걸 바랐지만 만약 트럼프가 될 가능성에도 대비는 해왔다는 뜻이에요. 근데 우리 쪽은 속수무책으로 어떻게 되겠지라고 막연한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해요. 작년 엑스포 (유치) 때 보면 그렇게 참패했는데 결정 나기 직전까지도 윤 대통령은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는 거 아닙니까? 그런 식으로 참모들이 윤석열 대통령 비위를 맞추기 위해 '바이든 민주당 정권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할 것이다. 걱정 없다'라는 식으로 계속 대통령에게 보고해 왔던 것이 아닌가 해요."
- 윤 대통령이 트럼프 만나려고 골프 연습한다던데 그건 어떻게 보세요?
"글쎄요.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대로 방위비 분담금을 10배 가까이 올려주는 엄청난 선물을 하지 않는 이상 트럼프 대통령이 윤 대통령과 골프할 정도로 시간을 많이 내주는 일은 안 생길 것 같은데요."
- 아베 일본 전 총리가 골프 치며 문제를 해결했다고 하니 자기도 그렇게 하겠다는 거 같거든요.
"글쎄요. 우리 국민이 착각하지 말아야 할 건 미국이 봤을 때 일본과 한국은 같은 등급의 동맹국이 아니라는 거죠. 즉, 일본은 미국의 노선에 가장 잘 따라주는 나라이기 때문에 한국보다 우선순위에서 훨씬 위에 있다고 볼 수 있죠."
- 한미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있잖아요. 10월 4일 타결했지만 트럼프가 재협상 요구할 가능성 있을까요?
"바이든 정부에서 일단 협상을 타결했다고 하지만 잘 아시다시피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인 관례 같은 걸 존중해 주는 사람이 아니죠. 또 바이든 정부에서 했다고 그러면 무조건 잘못한 것이라고 말할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재협상 요구할 수 있죠. 또 이것은 정부와 정부 간의 합의일 뿐이지 조약은 아니거든요. 이 때문에 재협상 요구할 여지는 충분히 있는 거죠,"
- 국회 비준 받아도 소용없나요?
"정부 간의 합의 수준이지 조약은 아니거든요. 그리고 또 하나 한미 FTA조차도 트럼프 1기 정권에서 한 번 수정했었지만 이번에 또 내용 고치자고 트럼프가 요구할 수 있는데 그것도 사실 우리가 미국을 상대로 상당한 액수의 무역 흑자를 챙기는 나라이기 때문에 거절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 그럼 방위비 분담금 올려줄 수밖에 없는 건가요?
"저는 그걸 꼭 무서워할 필요 없다고 봐요. 방위비 분담금을 한꺼번에 10배씩 늘려 받을 수 없다는 걸 트럼프도 알면서 엄포를 놓은 거고요. 트럼프가 항상 협상하는 방식이 일단 엄청난 걸 가져갈 것처럼 엄포 놓고 그다음에 협상해서 많은 것을 얻어내려고 하는 사람인데 제가 보기에 방위비를 몇 조 원 더 올려준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뭔가 우리에게 유리한 것을 얻어낼 수도 있다면 오히려 손익 계산 했을 때 우리가 이익 보는 상황이 올 수도 있죠."
- 문제는 지금이 윤석열 정부라는 거 아닌가요? 윤석열 정부는 다 줄 거 같거든요.
"그게 문제죠. 우리가 인도나 튀르키예처럼 자주적인 외교를 할 수 있는 나라라면 트럼프와 협상해서 트럼프 체면 살려주고 겉으로 보이는 부분에 있어서는 트럼프가 이긴 것처럼 만들어준 다음에 뒤에서 다른 부분의 양보 받아서 사실 우리가 더 이익을 보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는데 윤석열 정부가 과연 그런 배짱과 협상력이 있을지에서는 굉장히 걱정스럽죠. 게다가 윤석열 정부가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의 관계를 망쳐놨다. 자기는 철저히 한미 동맹을 복원하는 데 치중하겠다'고 했죠, 한마디로 100% 친미를 하겠다고 선언을 해놓은 사람이기 때문에 더더욱 미국과 협상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이고 또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인 출신이잖아요. 기업인들은 만만한 상대를 만나면 가차 없이 갑질하는 경향이 있어요. 윤 대통령이 일본을 상대로도 주기만 하고 제대로 받은 게 없다는 것을 이미 다 알고 있을 것이고 그러면 일본보다 더 강한 미국은 더 많은 것을 한국에 얻어낼 수 있겠다고 하는 계산을 이미 했을 것이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가 과연 트럼프의 무리한 요구를 어떻게 감당해 낼지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죠."
북, 미국과 협상 시작하기 전에 우선 러시아와 협력
- 트럼프는 선거 기간 내내 김정은 위원장과 사이가 좋고 다시 만날 것처럼 얘기했죠. 근데 김정은 위원장이 만날까요? 한번 뒤통수 맞았잖아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하고 북미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북한도 5년 전 하노이에서 협상이 결렬됐을 때 충격을 많이 받은 것은 사실인데 트럼프 대통령과 담판하면 뭔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미련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어요. 러시아와 요즘 협력 잘하고 있다지만 러시아가 북한에 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죠. 현재 형편이 너무 어려우니까 미국과 협상을 시작하기까지 버티기 위해 단기적인 해결책으로 러시아와 협력하는 것이지 러시아가 장기적으로 북한의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믿지는 않거든요. 즉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 수 있는 계기만 만들어 준다면 북미 협상이 의외로 빠르게 시작될 수도 있죠."
- 트럼프가 김정은과 직거래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가능성이 있는 정도가 아니고 한국을 중간에 끼지 않고 북미가 일방적으로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이 99%라고 봐야죠.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에 대해 배려하지 않는 사람이고 만만한 상대인 윤석열 대통령 배려해 줄 이유도 없고 또 북측에서는 윤석열 정권을 아예 상대하고 싶어 하지 않죠. 이 때문에 양측이 한국을 무시한 상태에서 협상 진행할 가능성이 매우 큰 거죠.
트럼프가 통 크게 평양을 방문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김정은 위원장도 판을 깨지 못하게 될 겁니다. 일단 북한 주민들에게 미 제국주의자들의 우두머리가 북한 죽이기를 포기하고 직접 찾아왔다고 선전하는 순간 북한 주민들이 만세를 부르게 될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 협상이 결렬됐으니 다시 옛날로 돌아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력갱생하자고 하게 되면 그때는 정말 정권이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에 미국과의 협상을 포기할 수 없게 된다는 말이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