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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향 장기수 송환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27일,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등 25개의 인권·종교·사회단체들은 '비전향 장기수 송환 추진위원회(이하 송환 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이는 그동안 전쟁포로였던 이인모 씨와 김인서, 함세환, 김영태씨의 송환 추진 운동이 일어났던 것에서 한 발짝 나아가 송환 의사를 갖고 있는 모든 비전향 장기수 송환 운동을 하고 있다는 의의를 지닌다.

비전향 장기수 송환문제는 전쟁포로 송환 문제와 비전향 장기수의 구속되기 전 소속지역 거주지 송환 문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전쟁포로의 경우 논의대상이 될 수 없는 문제라고 불릴 정도로 송환의 당위성이 부각된다. 제네바 협약에 '전쟁포로는 어떠한 경우에도 포로송환을 지연시키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비전향 장기수들은 냉전시대의 이데올로기로 인해 감옥에 가야했던 사람들이다. 즉, 북의 체제를 수호하거나 좌익 통일운동을 벌였던 사람들로 국가보안법에 의해 장기형을 받고 끊임없는 사상 전향 요구에도 끝까지 전향하지 않고 자신의 가치관을 지켜온 사람들인 것이다.

송환 추진위원회 권오헌 상임대표는 "이들은 분단대치 속에서 자신들이 속한 그 사회가 지향했던 세계관과 국가관을 세우려는 과정에서 붙잡힌 또 다른 의미의 전쟁포로"라며, 이들에게 가치관의 포기를 강요하고 고문행위까지 했던 것만으로도 가혹한데, 더 이상 분단의 아픔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지금 비전향 장기수들 중 송환을 희망하는 52명의 80%는 70세 이상으로 건강 상태가 심각한 상황이다. 그러나 가족이나 친지가 없는 사람들이 대다수로, 병 수발 들어줄 사람조차 없는 상황이다. 병원비도 대지 못해 불편한 몸을 광주 통일의 집에 의탁하고 있는 김인서 씨는 "가족도 없는 남에서는 내 한 몸 추스리고 살 수도 없다"고 하소연한다. 이것이 우리 사회에서 장기수들이 겪는 현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상당수의 사람들이 장기수 송환 문제에 대해 "국군포로나 납북자와 교환해야 할 것"이라고 답한다. 이것은 정부의 상호주의 정책에서 비롯된다.

민주화실천변호사모임의 동북아위원회 위원장 이기욱 변호사는 지난달 23일 열린 비전향 장기수 송환을 위한 토론회에서 "국민들은 '상호주의'란 단어가 가지는 함축적인 의미로 정부의 방침이 객관적이고 타당하다고 여기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현재로선 불가능한 전쟁포로나 납북자의 문제를 제기할 것이 아니라 장기수를 송환하고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에 있는 국군 포로의 경우 본인들의 의사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송환 요구는 무리한 주장이고, 남과 북 양 정부가 분단상황에서 간첩파견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이상 정치적인 협상 없이 납북자의 송환을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권오헌 상임대표는 "장기수는 조건 없이 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제법상의 권리도 있을뿐더러, 인도주의적인 측면에서나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함에서도 더 이상 기다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얼마 전 17일(금), 북의 '남조선의 비전향 장기수 구원 대책 조선위원회'에서는 비전향 장기수 송환을 위한 합동 회의를 다음달에 열자고 제의했다. 송환추진위원회에서는 이를 검토하고 있으며 오늘 27일(월), 그 제안의 수락 여부를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이 제안이 남에서도 받아들여진다면 앞으로 장기수 송환이 획기적 국면을 맞을 것이라 예상된다.

"감옥에서 풀려난 것만으로 '자유인'이 될 수는 없다. 보다 완전한 '자유인'이 되기 위해서는 구속되기 전 소속 지역, 지향했던 세계, 함께 했던 가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권오헌 상임대표의 말이 더욱 강조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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