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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청에 따라 김대중 대통령이 금년 2000년6월12일부터 14일까지 평양을 방문한다."

4월10일 오전 정부종합청사 417호 통일부 회의실. 남북정상회담 관련 기자회견이 열린 이곳은 100여명의 기자들로 북적거렸고 연신 카메라 후레쉬가 터졌다. 기자회견을 하는 박재규 통일부 장관,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과 맞은편에 앉아있는 취재기자들은 방송 ENG카메라와 스틸 카메라기자의 벽에 막혀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기자들의 질문은 몇가지로 모아졌다. 첫째는 어떤 과정을 거쳐 합의하게 되었나. 둘째는 정상회담의 의제는 무엇인가. 셋째는 총선을 3일 앞둔 시점에서 발표하는 것은 총선용이 아닌가. 답변은 주로 김대중 대통령의 특사로 남북 합의서를 작성했던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이 했다.

그는 지난 3월15일경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특사로 가라는 말을 들었고, 통일부 장관이 아닌 문화관광부 장관이 특사로 가게 된 것에 대해 통일부 장관이 가면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노출될 것을 우려해서 김 대통령이 자신을 보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합의과정에 대해 지난 3월17일 상해에서 첫 만남을 가졌고, 그 후 북경에서 수차례 비공개 접촉이 있던 중 4월7일 북측으로부터 남측의 제안을 수용할테니 만나자는 연락이 왔으며, 다음날인 4월8일 북경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4월10일 오전10시에 남북이 동시에 발표하기로 북측과 합의했고, 특히 북측은 전세계가 주목할 것이므로 외신에 충분히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측은 10시 중앙방송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개최합의 사실을 발표했다.

정상회담의 의제에 대해서는 비공개 접촉때 논의된 바 없으며 3명으로 구성하기로 한 남북 양측 실무자 회담에서 의제와 절차를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7.4 남북공동합의정신을 기초로 했으므로 양 정상이 만나면 이산가족, 경제협력문제 등 폭넓은 의사교환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지원 장관은 답변에서 두가지를 강조했다. 한가지는 이번 비공개 합의시 북측의 태도가 적극적이고 건설적이었으며 이는 정부의 꾸준한 햇볕정책 추진의 결과라는 점이다. 또 한가지는 이번 발표는 공교롭게도 총선 3일전이기는 하지만 남북문제에 있어서 획기적인 일로서 국제 정치적 고려는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박 장관은 왜 하필 총선 3일전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보안관계와 세계평화를 위해서는 빨리 발표하는 것이 좋다는 판단을 했고, 북측에서도 같은 시간에 발표하겠다는 언약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장관은 오히려 북측에서 빨리 진전시키려는 느낌을 받았고, 정부는 남북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뜻을 지난 3월22일 북경 접촉때 북측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하나의 북풍'이 아닌가 하는 의문에 대해 "(정치적인 고려에 대해서는)어떠한 내용도 없음을 확인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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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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