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만평은 사회의 여러 현상과 사건에 대해 날카로운 풍자와 해학으로 독자들의 의식을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박재동 화백, 박시백 화백 등 쟁쟁한 화백들이 그간 한겨레그림판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의 모순과 사건, 현상에 대해서 풍자를 보여줬다.

20일자 장봉군 화백의 만평은 의약분업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현 사태를 더욱 골깊은 갈등으로 이끌고 가는데 조력을 했다고 여겨진다.

먼저 그림을 보자.

유명 탤런트 오연수 씨 가족이 미국 관광길에서 라스베이거스에서 게임을 즐기다 104억원 대박을 만났다는 보도기사가 게재된 신문을 의사들이 읽고 있다. 창문 밖으로는 폐업이란 안내판이 걸려있고, 그 너머엔 붕대를 칭칭 감은 환자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다. 의사들은 환자들의 아우성에 아랑곳하지 않고, "라스베이거스나 갈까?"라는 말을 천연덕스럽게 내뱉고 있다.

두 가지 측면에서 이 만평을 비판하고자 한다.

첫째는 현 의약분업을 둘러싼 의사들의 집단행동의 해결의 실마리를 도출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그림이 그려졌다. 장봉군 화백은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비판하고자 하는 측면에서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하지만 언론의 기능이 비판에도 있지만, 여론형성과 선도라는 기능도 있음을 비춰볼 때, 이 그림은 '의약분업 분쟁해결'이라는 방향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막판협상을 통해 타협의 실마리를 푸는 방향으로 그림을 그렸다면 오히려 현 사태를 해결하는 데 유익한 시사점을 던져줄 수 있었을 것이다.

둘째 이 그림은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 의약분업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가십거리인 오연수 일가의 대박사건을 가지고 덮어버리고 있다. 마치 우리 사회의 모습이 '한건 대박'을 해서 벼락성공을 꿈꾸는 집단들이 득세하는 것이 본질인 양 표현하고 있다.

또한 의사들이 비장한 각오로 폐업을 결의하는 마당에 '폐업을 하고서 라스베이거스나 가서 대박을 잡자'는 상상을 했을까도 의문이다. 의사들이 그렇게 할 일이 없었을까? 아니면 장봉군 화백은 그런 한탕이나 노리는 기득권집단으로 의사들을 그리고 싶었던 것일까?

신문의 만평이나 만화가 사회를 풍자하고, 시사적으로 그리는 것은 신문의 읽을거리를 풍부하게 해 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사건과 현상을 왜곡하고, 잘못된 관점에서 해학과 풍자를 시도한다면 그 만화를 보는 독자들에게 잘못된 생각을 심어줄 수 있다. 20일자 한겨레 장봉군 화백의 만화는 그러한 사례다.

"한겨레가 갈수록 비판정신이 무디어지고 있습니다. 창간 때의 초심과 현실감각, 미래에 대한 혜안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싶습니다." 동대문구 이문동에 사는 한겨레 독자인 김00씨의 말이다.

비단 만평뿐만 아니라 기사 전반에 대해 최근 한겨레를 비판하는 독자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한겨레는 이를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