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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장마철 비가 오면 빗물이 방과 부엌으로 흘러들어 잠을 청할 수가 없어요. 옆집 화장실에서 흘러들어온 물 때문에 냄새까지 나고 있어 도저히 지낼 수가 없어”

여수시 종화동 삼양사 뒷편 가파른 중턱에서 힘겨운 여름나기를 하고 있는 정보엽 할머니(75.여수시 종화동).

2명의 아들을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내고 가슴으로 한 맺힌 세월을 삼키고 있다. 정 할머니가 혼자 기거하고 있는 곳은 삼양사 뒷편. 남편없이 혼자 지내고 있는 세월도 오랜 시간이 지나버렸다.

가파른 중턱을 힘겹게 올라가면 별다른 가재도구도 없이 녹이 잔뜩 낀 선풍기가 그나마 힘겨운 여름나기를 도와주고 있다. 창틀은 오랜 기간 동안 보수를 하지 않아 페인트가 다 벗겨져 있고 한쪽 구석에 녹이 쓴 냉장고도 보인다.물론 연탄아궁이는 불이 커져 있었다.

방안에는 점을 치는 것에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북과 오래돼 색이 바랜 커튼 뒤에 온갖 신들의 이름이 벽에 쓰여져 있어 정 할머니의 그전의 생활을 엿보게 한다.

정할머니의 집에 대나무 깃대가 서 있어 평범한 집은 아니라고 짐작이 간다.

특히 정 할머니는 말이 거칠다. 욕도 서슴없이 잘한다. 하지만 그 욕소리가 그다지 쌍쓰럽게는 들리지 않는다. 최근 가정복지사들과 정 할머니 댁을 방분했을 때도 넘쳐나는 빗물 때문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정할머니는 역시 이날도 온갓 욕설를 쏟아내고 있었다.

누구를 지칭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한풀이에 가까운 소리를 낸다. 정 할머니가 그래도 생활이 가능한 것은 시청에서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해주는 것과 일주일에 화,목,토요일날 문수사회복지관에서 나온 사회복지사들의 정성 때문이다.

최근에는 눈이 보이지 않아 사회복지사들의 도움으로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고 한쪽 눈은 실명에 가깝지만 이번 수술로 인해 그나마 실날 같은 빛을 보고 있다.

문수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 조 민씨는“할머니의 눈이 보이지 않는데다가 방 바로 앞이 곧바로 낭떠리지라서 그동안 걱정이 많았다”며, “눈 수술을 마쳐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동안 눈이 보이지 않아 무수히 넘어져 마음이 아팠다”고 전한다.

최근 비가 많이 내릴 때 부엌에 빗물이 넘쳐날 때 잘보이지 않는 눈을 가지고 저녁 내내 빗 컵라면 용기를 가지고 얼마나 퍼냈는지 컵 라면용기의 밑부분이 닳아져 있었다.

정 할머니는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는 말로 “나는 절대 서울로 안가,여기서 살 거여”라는 말을 되뇌인다. 요양소를 말한 것으로 보인다.
집을 떠나는 복지사 일행을 방 툇마루에 앉아 왠지 서글픈 눈으로 시선을 떼지 않은 정할머니의 힘겨운 여름나기는 오늘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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