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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7월부터 1999년 3월까지 이스라엘을 여행하고 키부츠에서 생활한 이야기들을 <샬롬! 이스라엘>을 통해 연재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호텔 웨이츄리스, 프레스, 그리고 세번째 일은?
다이닝룸의 발룬티어 게시판에는 각자의 내일 일이 이미 정해져 있었고, 나의 이름 뒤에는 단지 두글자가 쓰여져 있었다. 1998년 7월 10일 : P.P
P.P가 뭘까?
Pots and Pans란다.
이곳에서는 공동생활을 하다보니 음식을 하려면 왠만한 Pot과 Pan으로는 턱도 없다. 물론 개인이 먹은 조그만 그릇과 포크, 나이프등은 디시-워셔 기계가 해주지만, 트롤리에 들어가는 큰 팬과 음식을 했던 커다란 그릇들은 두 명의 사람이 커다란 싱크대앞에서 팟과 팬이 쌓일때마다 씻어주어야 한다.
웬만큼 하다보면 도저히 들 수 없을 정도의 팟도 나온다. 그럴때는 팟을 굴리고 호스를 끌고 와서 씻어냈다. Pots and pans의 가장 좋은 점은 휴식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레스에서 일할때는 중간 15분의 커피 브레이크를 제외하고는 6시 30분부터 1시까지 계속 서서 일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이 일은 1시간 씻어 놓고 20분 쉬고, 씻어 놓고 20분 쉬고 조절이 가능하다보니, 그나마 이 일을 즐겼던 것 같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Pots and Pans를 한다고 하면 얼굴을 찡그리며, "Oh, that's too bad!(안됐다!)"라며 위로를 한다. 서양애들은 일을 하는 속도가 느리다. 거기에 비하면 일을 빨리, 그것도 꼼꼼하게 하는 한국인들에게있어 Pots and Pans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알아서 조절만 잘 하면 그렇게 끔찍한 일도 아니건만...
나와 일을 하게 된 한국인 Y는 영어를 배우려고 이스라엘에 왔다.
'돈 안들이고 영어를 배우며, 여행하고 친구도 사귀는 매력적인 이스라엘 키부츠 생활 '을 기대하고..
하지만 실제로 이 곳 생활은 그렇게 쉬운 곳이 아니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배운 영어를 더 부드럽게 가다듬고 말할 수 있는 곳이지, 영어를 배우러 오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Y에겐 처음 생활이 참 힘들었다고 한다. 비자문제나 기타의 일이 돌아갈 때 발룬티어리더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지각을 하거나,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해 불이익을 당하기도 했으니까.
만약 앞으로 발룬티어생활을 결심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느정도는 영어공부를 하고 가는 것이 유리할 것 같다. 그리고 세상에 공짜는 없다. 공짜로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곳이 키부츠가 아니라는 것을 꼭 알고 가길.
어쨌든 이곳 사람들은 영어를 무지 잘한다. 왠만한 사람들(고등학생 포함, 고등학교 졸업의 학력)은 자막이 없어도 미국영화를 보며 이해하고 웃는다. 길을 물어보면 아무렇지 않게 유창한 영어로 알려준다. 그렇다고 히브리어를 못하는 것도 아니다. 배우기 어려운 옛 언어 히브리어를 하면서도 어쩜 저렇게 모국어처럼 영어를 구사할까?
물론, 중동지역 중에서 가장 서구화되고 미국문화가 들어온 곳이기도 하지만, 또 많은 이스라엘인들이 미국과, 러시아에, 유럽과, 남미에 흩어져 있다보니 국제언어인 영어에 많이 노출되어도 있지만, 확실히 다른 점은, 극장 영화뿐이 아닌, 텔레비전 영화도 성우가 더빙을 하지 않고 자막으로 나오며, 케이블 T.V의 MT.V는 아예 영어만 나온다.
눈으로는 히브리어를 읽는다 해도, 귀는 영어를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니, 아무래도 우리보다는 좀더 친숙하게 영어를 배우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그런가? 말하고 듣는 것은 무지 잘하는 이 나라 사람들도 뭐 좀 적으라면 스펠링은 다 틀린다. 우리네 영어하고는 완전히 반대다.
자신들이 Middle East에 살고 있지만, 아시아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그들.
하긴 어딜 봐서 아시아 사람같나? 보통은 하얀 피부에 검은 머리를 가진 이스라엘 사람들이 많지만, 파란눈에 금발머리, 서양인 체구를 가진 그네들이 우리가 지나가면 소리를 지른다.
"아시안? 제패니즈? 꼬레앙?(코리안이라고는 절대 안함, 항상 꼬레앙!)"하고 묻는 그들.
하지만, 인정이 많은 것은 정말 한국사람하고 닮았다. 이스라엘에서는 히치가 자유롭다.
물론 예루살렘같은 도시에서는 쉽지 않지만, 보통의 시골에서는 히치를 하면 10에 6대는 선다. 히치를 할때는 미국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엄지손가락을 삐죽이 내밀고 하면 아마 큰 일 날것 같다. 이곳에서는 그게 큰 욕이란다. 그래서 히치를 할때는 집게 손가락만 펴고, 나머지는 주먹을 쥐어서, 꼭 무엇인가를 가르키는 것처럼 팔을 아래로 쭉 향하고 있으면 차가 선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운전석은 왼쪽에 있고, 한국차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현대의 아반테가 "란트라(Lantra)"라는 이름으로 제일 흔하게 달리고, 기아차도 꽤 있다. '기아'라면 못 알아듣는다. '가이아'라고 발음해야 알아듣는다. 물론 '현대'는 '현다이'고..
히치한 차가 한국차일 때, 내가 한국사람이라며 말을 걸어보면 한국차가 "Good"이란다. 이럴 때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생기는 것일까?
차를 얻어타고 가는 주제에 어깨에 힘이 실린다.
차를 타고 가는데 몇 명의 정통 유대인들이 키파에 탈릿, 찌찌트를 입고 지나간다.
맨 처음 보았을 때는 종교적인 사람들이라는 느낌보다 저승사자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그들은 3살, 4살의 어린애들부터 왜 저렇게 검정색 옷을 입고 다니는 걸까?
(다음번에는 유대인들의 의상, 키파, 탈릿, 찌찌트에 관한 내용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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