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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대중문화의 3차개방을 둘러싸고 문화계의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3년째 소리없이 한일문화교류를 벌이고 있는 단체가 있어 문화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민예총 산하 음악인들의 모임인 한국민족음악인협회(이하 민음협)이 그것. 민음협은 김철호· 이건용·노동은·이영미·김창남 등 민족음악계의 중진·소장연구자뿐만 아니라 노찾사·안치환·윤도현·꽃다지·프리다칼로·노래마을 등 민중가요·인디 락·포크 음악계열의 음악인들은 물론 전통음악과 고전음악 분야의 음악인들이 총 결집한 순수민간비영리음악집단으로 80년대 민족음악 논쟁과 90년대 민중가요 논쟁 및 실천활동을 주도해 왔던 집단.

이들은 지난 98년 일본의 노동자합창운동집단인 우타고에 전국협의회가 50주년 기념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진보적 음악인들을 찾는 우타고에측의 노력으로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일본 우타고에 합창단은 우리말로 '노래소리'라는 뜻으로 『합창을 주체로 한 서클 활동을 기조로 하는 대중적·민주적인 음악운동이며, 이외에 뛰어난 음악유산을 계승하고 전문가 및 대중적 창작활동과 관련, 협력하여 평화라는 취지 하에 건강한 노래를 전국민에게 보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규약 제 2조)의 성격과 목적을 가지고 '우타고에는 평화의 힘', '노래는 투쟁과 함께', '우타고에를 삶의 힘으로'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활동을 계속해 온 일본의 진보적 음악집단.

민음협과 우타고에의 만남은 말 그대로 한일양국 진보적 음악인들의 만남이었던 셈이다. 98년 이들이 처음 만났을 때는 한일간의 아픈 역사의 상처로 인한 어색함도 있었지만 노동자의 권리와 평화를 옹호하고 참다운 노래를 고민하는 한마음으로 금세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이들은 지난 3년동안 번갈아 서로를 방문하여 공연을 펼치며 진지한 문화교류를 벌여왔다. 민음협측에서는 98년 일본 우타고에 50주년 기념 초청공연과 99년 겨울 일본 9개도시 순회공연을 진행했고 일본의 우타고에측에서는 99년 4.3항쟁 전야제 행사와 99-2000년 5.18 기념 국제평화음악제에 참가하는 등 활발한 음악교류를 진행해 왔다.

3년째 우타고에와의 교류를 진행해온 조현주 씨(민음협 기획실장)에 따르면 "우리 민음협 공연단 '삶뜻소리'가 일본을 찾아 공연을 하면 대부분의 다른 공연에서 차분하게 공연을 보던 30-40대 일본인관객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환호하며 열광했다"며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일본의 우타고에 합창단이 우리나라를 찾아 공연을 할 때면 불행했던 역사를 진심으로 사죄하고 민주주의와 평화를 노래하는 그들에게 우리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는 것. 특히 우타고에는 민음협쪽과의 교류를 벌이며 김지하 시인의 '타는 목마름으로'에 새롭게 곡을 붙여 노래하고 그 곡의 말미인 '만세 만세 민주주의 만세' 부분을 우리말로 열창하여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들의 교류는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지난 3년동안의 교류를 쭉 함께 해온 민음협 소속 가수 김가영 씨는 "그동안의 교류를 통해 단조로운 리듬의 일본 민중가요에 비해 락, 민요, 재즈, 발라드 등의 다양한 양식을 차용하고 힘있는 리듬과 멜로디를 구사하는 우리의 민중가요는 일본의 진보음악인들에게 대단한 충격을 주었고, 반면 합창단 방식으로 활동하는 우타고에의 활동방식은 우리 진보음악진영이 나아가야 할 바에 대해 많은 고민을 던져주었다"고 지적한다.

또한 "과거의 아픈 역사로 인한 막연한 반일감정을 역시 일본의 진보적 예술가들을 만나면서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던 것"도 빠트릴 수 없다고.

한편 이들은 오는 9월 10일(일) 관서전력회사 노동자쟁의위원회측의 초청으로 오오사카 부립청소년회관에서 오후 2시와 6시 30분, 두 번의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통산 세 번째 일본초청공연이 되는 이번 공연은 조영신 씨(민음협 사무차장)를 단장으로 손병휘, 김명식, 박성환, 손현숙, 김가영, 윤정희, 엄기현, 조현주, 정은주 등 노찾사·노래마을·천지인 출신 민음협 소속 음악인들이 다시 '삶뜻소리' 팀을 꾸려 공연한다.

'삶뜻소리' 팀은 새야새야, 님을 위한 행진곡, 사계, 철망앞에서, 사람이꽃보다아름다워 등 예술성이 뛰어난 한국의 민중가요들을 선별해 노래할 계획이란다. "단 하루 공연이지만 계속 진행해온 문화교류의 연속으로 모두가 최선을 다할 것이며 두 나라의 경험을 건강하게 수용하여 보다 발전적인 형태로 승화시킬 것"이라는 것이 단장 조영신 씨의 다짐.

상업성을 목적으로 하는 일본문화유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민주주의와 평화를 노래하는 이들의 교류가 한일간 알찬 문화교류의 한 전범이 되기를 바라는 문화계의 기대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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