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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민주당의 모습을 보노라면 정말 한숨이 나온다. 명색이 집권당의 현실 인식이 어쩌면 이렇게도 안이하고, 민심에는 또한 그렇게 둔감한 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어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 발언들은 집권당의 오만과 독선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발언에 나선 대부분의 의원들은 야당의 강경 투쟁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 비난하였을 뿐, 정작 그같은 강경 투쟁의 원인 제공을 한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오직 김경재 의원 한 사람만이 윤철상 사무부총장의 사표 처리를 촉구하고 한빛은행 불법 대출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제 수용을 거론했을 뿐이다.

야당의 강경 투쟁을 성토하는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어쩌면 저렇게 당당할 수 있을까. 선거비용 실사 개입 의혹 파문을 불러 일으키고 불법대출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 누구인데 정작 그에 대해서는 말이 없고, 야당 성토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일까.

국회를 버려두고 장외로 나가버린 야당의 모습도 보기좋은 것은 아니지만, '방귀 뀐 놈이 성내는' 격인 집권당의 모습은 정말 참고 보기가 쉽지 않다.

불법대출 외압 의혹이 어디 이대로 넘길 사안인가. 전 신용보증기금 지점장 이운영 씨는 박지원 장관으로부터 받았다는 압력 전화의 내용을 기자들에게 소상히 밝혔다. 그리고 이운영 씨를 인사 조치하라는 청와대로부터의 외압이 있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검찰은 외압 의혹에 대한 수사에는 소극적이기만 하다. 박지원 장관과 이운영 씨 가운데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상황이 이 정도가 되었으면 박 장관에 대한 수사도 진행되는 것이 상식 아닌가.

이제 불법대출 사건의 외압 여부는 박지원 장관 개인의 문제를 넘어 현 정권의 도덕성을 가늠하는 뇌관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 정권의 도덕성을 좌우하게 될 의혹 사건을 앞에 두고도 집권당이 이렇게 무책임한 모습으로 일관해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윤철상 사무부총장의 사표는 어째서 수리되지 않고 있는 것인가. 혹시라도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생각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다. 소속 의원들을 구해냈다는 사무부총장과 원내총무의 무용담이 파문을 일으킨 뒤, 정작 민주당은 그 진상에 대해 일언반구 말이 없다.

야당 성토할 때만 목소리가 높아질 뿐, 정작 자신들의 문제를 돌아보아야 할 대목에서는 침묵만이 흐르는 것이 지금 민주당의 모습이다. 얼마 전 전당대회 경선 때는 지도부를 그렇게 비판하며 당선되었던 최고위원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다. 모두가 청와대만 바라보고 있는 것인가.

이제 민주당을 짓누르고 있는 침묵의 카르텔은 깨져야 한다. 외압의혹 여부를 가리기 위해 특별검사제라도 하자는 소리도 더 나와야 하고, 실사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책임질 것은 책임지자는 소리도 나와야 한다. 그것이 국민을 두려워하는 정당이요, 그래도 양식을 지닌 정당의 모습이 아닌가.

잘못을 저질러 놓고도 자신의 잘못에 대해 아무런 말이 없는 집권당에게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분명히 해두자. 이번만큼은 야당의 발목잡기 때문에 정국이 이 모양이 된 것이 아니다. 현재의 정국 파행을 야당의 발목잡기 때문인 것으로 호도하는 것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 모르는 집권당의 오만과 독선일 뿐이다.

대출압력 의혹은 제2의 '옷로비 사건'이 되어가고 있고, 실사 개입 의혹들은 집권당의 도덕성을 뿌리부터 뒤흔들어 놓았다. 그러나 아무도 말이 없다. 민주당을 뒤덮고 있는 저 침묵의 그늘을 걷어낼 사람은 정녕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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