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심혈을 기울여 제작된 자연 다큐멘터리 한 편이 2일과 3일에 걸쳐 방송되었다. 10월 2일 오후 4시(3일 새벽3시,4일 자정 재방) 다큐멘터리 전문 케이블 TV Q채널은 독립 제작사 ‘에코 21’이 제작한 ‘두꺼비, 그들만의 사랑’이라는 자연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작품을 본 소감은 한 마디로 ‘경이로움’이다. 자연 다큐멘터리라는 것이 시간과 기다림의 연속인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설령 그런 정성을 쏟더라도 제작진에게 수많은 행운이 따라주어야 그 세상의 깊숙하고도 리얼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하는데 이 작품의 제작진들은 엄청난 정성에 운까지 따라 주었던 것 같다.

올 2월부터 촬영을 시작, 강원도, 전라도 등 전국을 배경으로 촬영된 이 작품은 주로 양서류인 두꺼비, 개구리 등의 짝짓기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 중에 주인공은 제목에서처럼 두꺼비다. 두꺼비는 그 기괴한 생김새와 달리 우리네 사람들과 너무나 친숙한 동물이다.

구전되는 설화에도 자주 등장하고 심지어 한 소주회사는 상표로 두꺼비를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들은 정작 두꺼비의 생태에 대해 잘 모른다. 아마 초등학교 다닐 때 개구리의 생태에 대해 관찰학습을 해 본 사람들은 있을 테지만 아마 두꺼비에 대한 관찰학습을 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작품이 경이로움 그 자체인 것은 두꺼비의 생태가 거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한층 더 그렇다.

두꺼비의 산란은 겨울이 끝나고 봄이 되는 3월에 시작된다. 겨우내 땅속에서 잠자던 두꺼비수컷은 이때 땅 속에서 나와 암컷을 찾기 시작한다. 일단 암컷을 찾아 암컷의 등위에 올라타야 한다. 하지만 모든 암컷들이 ‘그래, 당신이면 좋아’라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수컷은 칠전팔기로 암컷에게 구애를 한다. 그래서 성사가 되면 수컷은 암컷의 등에 올라 고난을 시작한다. 왜 고난이냐 하면 체외수정을 하는 두꺼비는 암컷이 알을 낳는데 수컷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방법이 아주 희안하다. 알을 배고 있는 암컷의 등위에 올라 알들을 눌러 암컷의 몸 밖으로 쥐어 짜내는 방법이다. 이 과정이 2,3일간 계속된다.전문적인 용어로 이 행위는 ‘포접’이라고 한다.

포접시에 암컷의 뒤로 뿜어져 나오는 알에 수컷이 정자를 뿌리면 수정이 되는 것이다. 얼마전 두꺼비가 포접을 하기 위해 올라탄 황소개구리가 죽은 사실을 보고 학계에서는 황소개구리의 천적으로 두꺼비를 지목한 적이 있다. 하지만 한국 교원대 박시룡 교수(생물교육과)에 의하면 이는 두꺼비가 암컷을 잘못 구분하고 저지른 실수라고 한다. 이 경우 두꺼비가 황소개구리의 폐부분을 장시간 동안 압박해서 질식한 것이지 천적의 행위는 아니라는 것이다. 포접시 수컷이 암컷을 너무 꽉 껴안아 암컷의 등에 흰상처가 나는 것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산고의 고통을 통해 탄생한 두꺼비의 알은 살아 남기 위한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다. 두줄로 된 긴 젤라틴이 암컷의 몸에서 나오는데 각 줄에 두꺼비 알이 일렬로 들어 있다. 암컷은 알을 놓으며 계속 이동을 한다. 즉 이 젤라틴 줄을 길게 늘어 놓는다. 영상에서 보면 그냥 늘어 놓는 게 아니라 물속의 조그만 구조물들에 걸쳐 놓으며 돌아다닌다. 이렇게 해 놓으면 흐르는 물에 알이 유실 되는 것을 방지 할 수 있다. 아주 신기하죠.

한번에 1만개에서 2만개 길이로 보면 10미터 가량 알을 놓는데 알은 산란한지 20일 정도가 되면 부화한다. 여기서 자연의 오묘함이 한번 더 발휘된다. 갓 깨어난 두꺼비 올챙이들은 자신들을 감싸 주었던 젤라틴을 먹어치우면서 초기 성장을 한다. 꿩 먹고 알 먹고인 셈이죠.

두꺼비의 산란 과정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하나의 경고를 하고 있다. 얼마 전 KBS ‘환경 스페셜’에서도 다룬 적이 있지만 두꺼비는 산란을 하기 위해 아주 깨끗한 물인 1급수 이상인 지역을 찾는다. 그런데 최근에 두꺼비의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 든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수질오염에 대한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두꺼비의 산란에서 성장까지를 생생하게 기록한 이 작품은 덤으로 산개구리, 청개구리, 무당 개구리 등 다른 양서류들의 구애과정도 재미있게 담아 내고 있다. 이 중에는 여간해서 카메라에 포착되지 않은 모습들도 있다고 제작진들은 전한다.

총 8개월동안 엄청난 제작비를 투여해 제작된 이 작품은 Q채널의 최대 히트 자연 다큐멘터리였던 ‘곤충의 집’을 만든 최경열 프로듀서가 만든 작품이다. 최경열 프로듀서(32세)와 몇몇 자연 다큐멘터리에 뜻을 둔 사람들이 ‘에코21’이라는 프로덕션을 만들었는데 이 작품이 바로 에코21의 작품인 것이다. 이들은 현재 ‘WILDNET’이라는 자연생태를 보여주는 인터넷 방송국도 운영중이다.

큰 돈이 될 수 없다는 주위의 생각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자신들의 꿈과 미래를 위해 꾸준히 매진하고 있다. 현재도 ‘와일드넷’은 네티즌들의 엄청나 호응과 더불어 재미있게 운영 중이고 최경열 프로듀서는 겨울 작품을 찍기 위해 기획을 진행 중이다.

현재 이 작품은 Q채널에 방영권과 비디오 판권을 넘겨준 상태인데 작품료는 제작비에 훨씬 밑도는 수준이라고 한다. 하루 대여료만도 엄청난 근접촬영 장비인 ‘이노비젼(근접촬영을 위한 특수렌즈 이용)’사용에, 촬영기간만 해도 만만치 않으니 사실 방송 한 군데 배급하는 걸로는 당연히 수지가 맞을 수가 없다. 한 마디로 적자 장사인 셈이다. 하지만 ‘에코21’의 정태상 대표(33세)는 본 작품을 해외에 판매하기 위해 해외 채널들과 접촉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다각도의 배급개척이 열악한 국내 독립 제작사들이 지향해야 할 바라고 말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유료방송 채널에서 교양다큐멘터리를 주로 연출했, 1998년부터 다큐멘터리 웹진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운영. 자연다큐멘터리 도시 매미에 대한 9년간의 관찰일기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16년 공개, 동명의 논픽션 생태동화(2004,사계절출판사)도 출간. 현재 모 방송사에 근무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