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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산업연수생들이 한국에 들어오기 직전에 배우는 한국어 기본 회화의 대부분이 "때리지 마세요" 등의 주로 인간적인 대접을 호소하는 내용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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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6일 한국노동자에게 맞아 숨진 베트남 산업연수생 니야씨(23.여)의 베트남 동료들로부터 대전의 한 시민단체가 건네 받은 "한국말 기본 회화 교재'(70여쪽)에는 한국인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여과없이 담겨 있다.

" 월급명세서를 보여주세요" "적금통장을 보여주세요" "이번 달 월급이 안 맞아요"
얼핏보면 회사생활에 필요한 기본회화를 모아 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단순히 이런 이유 때문만은 아닌 것을 곧 확인 할 수 있다.

" 다시 계산해 주세요" " 계약대로 월급을 계산해 주세요" "저는 월급을 한푼도 못받았어요" " 왜 지금까지 월급 안 줘요?" "월급 안주면 일 안할 꺼예요" "꼭 월급날 지급해 주세요".....

한국 기업체들이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떼먹기, 제 때 안주기, 눈속임 임금계산 등으로 얼마나 악명을 떨치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욕을 하지 말 것을 호소하는 내용도 주로 등장하는 문장이다.
"왜 그렇게 많이 욕하세요?" " 그만 욕하세요" "도와주지는 않고 왜 욕만해요?"....

교재는 곧바로 구타를 하지 말 것을 호소하는 내용으로 이어지는데 옮기기 어려울만큼 여러 쪽에 걸쳐 빈번하게 등장한다.

" 우리도 사람이에요. 함부로 때리면 안되요" " 왜 나를 때려요?"
" 어제 그사람이 술에 취해 저를 때렸어요" " 제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말을해 보세요"
" 잘못했더라도 때리지 마세요" "옆에 관리자가 있었는데 왜 안말려요?"
"여기는 다른 회사와는 달리 외국인을 학대하는 것이 없어요"
" 당신은 남자인데 왜 여자를 때려요?"......

"사람이 도덕적으로 살아야 되요" "우리에게 한국의 나쁜 이미지를 주지 마세요"라는 문구에 이르면 누구든 얼굴이 화끈해지지 않을 수 없다.

베트남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배우는 말들은 무엇일까?

"이번엔 참지만 다음에는 참지 않겠어요?" "이런 행동은 용서할 수 없어요" "다시 때리면 다른 회사로 갈꺼예요" "회사의 관심이 없으면 만기까지 일할 수 없어요"... 등이다.

물론 이런 부정적인 문구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어요" " 한국인의 좋은 점을 많이 배웠어요" "여기서 일하는 것이 만족해요" 등 긍정적인 회화체도 드물게 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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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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