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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간의 집중연재 넷째날---오마이뉴스는 11월 21일부터 30일간 삼성의 편법 세습의 진상과 그 책임을 묻는 기사 <이재용은 왜 우리와 출발선이 다른가>를 집중연재합니다. 이 기획은 참여연대와 함께 합니다. 뉴스게릴라와 독자 여러분의 많은 제보와 동참 바랍니다.

참여연대 조세개혁팀장 윤종훈 회계사는 11월22일부터 2주간에 걸쳐 매일 국세청장에게 '결단'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냅니다. 아래 편지는 그 세번째입니다. ---편집자)



안녕하십니까? 국세청장님.

청장님께서는 지난 삼십년간을 한결같이 국세청이라는 조직내에서만 사회생활을 하셨습니다. 삼십년을 오로지 한길만 걸어오신 점은 분명 존경할만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청장님의 국세청에 대한 애착심이 지나치게 강한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조직에 대한 애착심이 지나칠 경우, 조직 내부의 목소리가 마치 진리인 양 느껴지고, 밖에서 외치는 국민의 소리는 들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황재성 이사(삼성전자) -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신석정 이사(삼성물산) - 전 국세청 조사국장, 중부지방국세청장
박래훈 이사(삼성중공업) - 전 국세청 직세국장
박병일 이사(삼성정밀화학) - 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장

위의 분들은 현재 삼성의 사외이사로 재직중인 전직 국세청 고위관료들입니다. 쟁쟁한 경력의 소유자들인지라 청장님께서도 잘 아실 것입니다.


내부의 목소리와 밖에서의 외침, 무엇이 진실입니까

저는 삼성이 왜 국세청 출신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나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분들이 사외이사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일까요? 수십년동안 국세공무원으로만 근무를 한 분들이 회사경영에 대하여 해박한 지식을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마이뉴스 집중연재
<첫째날>"더이상 국세청을 놔두지 않겠으니 그리 아시기 바랍니다"
<둘째날>"국세청장님, 150만명 허기 해결할 930억원을 버려둘 겁니까?"
<세째날>국세청앞의 변칙증여 규탄 "개미투자자의 절규 안들립니까?"

그 분들의 주특기는 역시 세금문제입니다. 그런데, 사외이사가 세금의 실무를 담당하는 자리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현재 그들의 위치에서 가장 자신있게 할 수 있는 일이란 국세청과의 다리역할이 아닐까요?

저는 위의 분들의 경력과 관련하여 한가지 주목할만한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위의 분들중 황재성 이사와 박래훈 이사가 공교롭게도 청장님과 같은 대학출신이더군요. 게다가, 이 분들은 청장님과 비슷한 연배(1 - 3세 차이임)로서 비슷한 시기에 일선 세무서장을 지내는등 경력과 그 시기에 유사점이 매우 많았습니다.

우리나라는 학연을 매우 중요시하는 풍토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조직에서나 같은 학교 출신들은 끈끈한 유대감을 갖고 있죠. 누가 보아도, 이분들이 국세공무원으로 재직할 동안 청장님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을 것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또한, 청장님께서 99년 5월에 취임하셨고, 그로 부터 한달 후인 99년 6월에 황재성 이사와 박래훈 이사가 동시에 퇴직하였습니다. 그리고, 2000년 3월에 이 두분이 동시에 삼성의 사외이사로 취임하였습니다.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기가막힌 타이밍입니다. 이 때문에 삼성측이 청장님과 긴밀한 두분을 의도적으로 영입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너무도 기막힌 우연

한편, 대통령께서 지난 7월 8일에 이건희 회장을 비공식적으로 독대한 사실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부에서 삼성의 변칙증여 문제를 눈감아 주는 대가로 삼성의 대북투자 약속을 받아내는 빅딜이 이루어지지 않았느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세청 출신인 삼성의 사외이사가 실제로 뭔가 청탁을 했는지, 대통령님과 이건희 회장 사이에 실제로 그러한 빅딜이 이루어졌는지는 확인된 사실이 아니며, 확인할 수도 없는 사안입니다. 문제는 왜 이러한 의혹과 추측이 난무하느냐 하는 점입니다. 너무도 뻔한 사건에 대하여 과세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탈세제보한 사건이 법리적으로 볼 때 당연히 과세되어야 함은 국세청 조차도 부인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차 두대가 동시에 교통신호를 위반했습니다. 그런데, 교통경찰이 한 대만 잡고 다른 한 대는 그냥 보냈습니다. 이 경우, 사람들은 그냥 보낸 자동차의 운전자와 교통경찰사이에 뭔가 특별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재용씨의 탈세사건과 이러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국세청장님, 진리는 하나입니다

사람은 가끔 자기 자리에서 벗어나 혼자임을 느낄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혼자임에 느끼는 외로움과 고립감, 이것이 자기가 있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하기 때문입니다. 청장님, 잠시나마 국세청장의 입장을 떠나, 그냥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이 사안에 대한 진실이 뭔지 고민해보지 않으시렵니까?

진리는 하나입니다. 그러나, 진리를 가로막는 논리는 수백가지가 있습니다. 국세청안에 계신 동안에는 '과세하는게 원칙은 옳다. 그러나 제반 현실여건을 고려하면 이러저러 해서 과세하기 곤란하다.'는 수백가지의 논리가 청장님을 괴롭힐 것입니다. 진리를 덮은 수백가지의 궤변을 떨쳐버리고 진리를 보려면 초심으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국세청장이 아닌 그냥 국민의 한사람으로서의 초심 말입니다.


그럼, 월요일에 다시 뵙겠습니다.

2000년 11월 24일
참여연대 조세개혁팀장 윤 종 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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