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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간의 집중연재 네째주 네째날---오마이뉴스는 11월 21일부터 4주간 삼성의 편법 세습의 진상과 그 책임을 묻는 기사 '이재용은 왜 우리와 출발선이 다른가'를 집중연재합니다. 이 기사는 윤종훈 회계사(참여연대 조세개혁팀장)가 12월 4일부터 쓰고 있는 '삼성의 변칙증여 실상'에 관한 연재기사 중 여덟번째로 올린 글입니다---편집자 주>


"삼성SDS에서 발행한 BW의 당시 행사가격은 7150원으로 비상장 회사의 경우 BW 발행시 아무런 제한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삼일회계법인이 평가한 주식가치 6490원(99년 1월 1일 현재) 대비 10% 할증하여 발행하였다. 따라서 이재용씨가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BW를 획득하였다는 참여연대의 주장은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
이는 삼성측 관계자의 항변입니다.

"삼성SDS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은 삼성이 삼일회계법인에 의뢰하여 책정한 것이다. 삼일회계법인은 만만한 데가 아니다. 그러니, 우리가 신중해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는 국세청 관계자의 변명입니다.

"위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무렵의 제3채무자 회사(삼성SDS)의 주식의 장외거래가격이 주당 5만5천원 내지 5만7천원 정도였음을 알 수 있는데, 제3채무자 회사가 당시 피신청인들에 대하여 신주인수권을 1주당 7150원에 321만6783주나 인수할 수 있도록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매각하였고…(중략)…그러나 위 주식가액평가는 당시 신청외 삼일회계법인에 의뢰하여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의한 비상장주식의 평가방법'에 기하여 나름대로 산정된 것이므로 그 평가액이 장외거래시가에 미달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선뜻 잘못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이 있고…"
이는 참여연대가 제기한 삼성SDS 신주인수권행사가처분신청에서 삼성의 손을 들어준 서울지방법원의 판결문의 일부입니다.

삼성의 항변, 국세청의 변명, 서울지방법원의 잘못된 판결의 중심에는 '삼일회계법인이 평가한 가격이기 때문에'라는 화두가 있습니다. 즉, 삼일회계법인이라는 어마어마하고 신뢰성 있는 기관이 평가했는데 감히 어떻게 이를 부정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삼성 국세청 서울지법의 논리의 중심, 삼일회계법인

삼일회계법인이 삼성에 제출한 삼성SDS 주식평가용역보고서중 [조세문제검토] 항목을 보면 "삼성SDS 주식회사의 주식의 경우 불특정 다수인과의 거래에서 형성된 가격이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상속세및 증여세법에 의한 평가를 통하여 주식을 양수도하거나 발행하여야…(중략)…조세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적정한 양수도 및 발행가격이 됩니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즉 불특정 다수인과의 거래에서 형성된 가격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들이 평가한 가격에 따라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1999년 2월 22일자 매일경제신문을 보면 '비상장주 거래늘며 값 급등'이란 제목의 기사가 있는데 '삼성SDS 등 상장 가능성에 매매 활기'를 소제목을 달고 있습니다. 이 기사에는 "삼성SDS는 연초 3만2500원 수준이던 주가가 19일 현재 5만8500원 까지 상승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삼일회계법인측의 주장대로 불특정 다수인과의 거래에서 형성된 가격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주요일간지에 어떻게 이러한 기사가 보도되었을까요? 결국 불특정 다수인과의 거래에서 형성된 가격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삼일회계법인 측의 주장은 완전히 허위였던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허위 주장을 전제로 하여 작성된 삼일회계법인의 주식평가용역보고서는 하등의 가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삼성과 국세청은 삼일회계법인이 평가한 가격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를 정당하다거나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법원도 삼일회계법인의 보고서에 속았지만

또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의한 평가를 통하여 주식을 양수도하거나 발행하여야'라는 문구도 문제가 됩니다. 이 문구를 보면 삼일회계법인이 평가한 방법이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유일한 평가방법인 것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그러나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재산평가는 시가에 의한 평가를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시가가 존재하지 않거나 시가를 알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삼일회계법인이 평가한 방법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즉 삼일회계법인이 평가한 방법은 보충적 평가방법에 불과한 것입니다.

이와 같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문구로 인하여 서울지방법원은 5만5000원 내지 5만7000원 정도로 시가가 형성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7150원이라는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이 "삼일회계법인에 의뢰하여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의한 비상장주식의 평가방법'에 기하여 나름대로 산정된 것이므로" 잘못된 가격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해괴한 판결을 내리게 됩니다.

이는 양립할 수 없는 두 개의 사실을 동시에 인정한 판결로서 마치 '너는 여자도 되고 남자도 된다, 지금은 겨울도 되고 여름도 된다, 이곳은 양지도 되고 음지도 된다'라고 하는 궤변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런데, 삼일회계법인은 왜 이러한 엉터리 주식평가용역보고서를 작성했을까요? 삼성이 삼일회계법인의 가장 큰 고객이라는 사실이 그 배경을 짐작케 해주고 있습니다.

가장 중립적이어야 할 법원조차 삼일회계법인의 엉터리 보고서에 속았지만 우리는 속지 않습니다. 그리고, 삼성, 국세청, 법원도 삼일회계법인의 엉터리 보고서에서 자유로와야 진실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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