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1일 아침, 아내의 올케가 떨리는 목소리로 " 아버님이 이상하세요" 했을 때 내게도 충격이 왔다.
드디어, 일이 나는구나.

아내와 함께 20분 거리의 처가에 가니 이미 장인 어른은 주무시듯 가셨다. 머리에 손을 대니 따뜻하고, 가슴에 손을 넣으니 체온이 있거늘 당신의 영혼은 <혼불>이 되셨구나.

가족과 함께 아침을 잡숫고 가슴 답답하다시며 창문도 당신 손으로 여시고 잠시 눕더니 주무시다가 우시는 듯 하다가 그냥 가셨으니, 박자 덕자 용자가 어른의 함자시며 세월의 나이테는 아흔 둘에 1남 4녀를 두시고 여든 일곱 나이의 아내를 남기고 가셨다.

우리가 말할 때 자는 듯이 죽었으면 원이 없겠다 하는 말을 하는데 복 받으신 장인 어른께서는 밤새 안녕히 주무셨다가 아침 진지까지 한 술 뜨시고 주무시듯 가셨으니, 당신의 복이시며 자손들의 복이었다.

긴병에 산소 호흡기 끼고 이제나 저제나 기운 차리실까 하지만 돈 까먹고 자손들 손들어 버릴 때 쯤 돌아가는 사람들이 지천인 세상에 장인 어른은 당신 소원대로 가시고 자손들은 허무하지만 허무한대로 어른 고생 없이 가셨으니.

집안 식구 모이고 비몽 사몽간에 S의료원의 영안실에서 장례를 잘 모시고, 벽제에 가서 한 줌 뼈로 어른을 수습하고 용미리에 가서 납골당의 한 뻠 크기의 콘크리트 칸에 어른의 유골까지 모시니 3일장이 끝났다. 23일이었다.

저마다 호상이라 하고 자손들도 감히 그런 말을 했으나 내게는 각별하신 정을 주신 어른.
어른의 7순에 막내 사위인 나를 보시고, 막내 딸이 교통 사고로 불구가 된 뒤에 해마다 딸과 사위의 결혼 기념일에 장미꽃 바구니를 챙겨서 들고 오시던 어른.
금년에도 오셨다가 이사를 간 딸네를 못찾아 경찰 백차까지 타고 오셨던 여름이 이제는 꿈인양 하고.

가시다니요.
가시는 길 먼길이랍니다.
어른 영정을 20대 젊은 사진으로 모셨듯 어른께서는 멋드러지게 저 세상에서 사시옵소서.
우리 서로 떠날 날을 약속하고 세상에 나온 이들이니 .
아버님. 인생의 한 발 차이가 무어 그리 길겠습니까.
앞서 가시고 뒤에 갈 우리, 서로 만나시지요.
그리움을 담고 살다가 그 때 만나시자고요.

당신 생전에 제가 쓰는 화장실 더럽혔다고 짜증 냈다가 이번에 제일 슬퍼했던 아버님의 친손주 딸도 용서하시고요. 그 아이는 아버님 모시는 유골함이 너무 싼 것이라며 통곡 통곡했지만 이천 도요터에서 좋은 자기 만들자 하니 마음 갈아 앉히는 것 다 보셨지요.

당신의 막내 딸이며 제 아내는 근래 아버님 못 뵈 한이라지만 자식들이 늘 하는 그런 말이지요.

가시고요. 서울 길 지난 주도 요즘도 혼자 다니셨듯 저승 길도 혼자 가시겠지요. 때로는 세상에서 도움이 있듯 그 곳도 도웁는 이가 있다네요. 가시다가 머무는 곳이 다시 이 세상이라고도 합니다. 그러하다면 다시 인연의 줄을 따라 만나뵙기도 하시자고요.

길에 가다 장미를 보면 아버님 생각이 날 터이니 아버님은 장미가 되시어 우리 마음에 늘 계시니 늘 만나뵙는군요.

덧붙이는 글 | 오늘이 삼우제. 눈오는 자유로를 가다가 나는 사고를 당했다.
1차선을 가던 산타페 서울71너 xxxx이 2차선의 내 차의 좌측 승객석을 쳤다. 내 차 서울2 로xxxx는  1차선으로 튕겨지면서 산타모 서울71모 xxxx의 우측을 받았다.
우리 일행은 세 대의 차로 가고 있었다. 내 차에 타고 있던 세째 처형이 차창에 부딪혀서 머리가 부어오른 것 빼고는 다친 사람은 없었다.
화전 파출소 박모 경찰관이 피해자와 가해자의 인적사항을 적으면서 산타페 서울71너xxxx이 피해차량 2대의 보상을 하라고 현장 판단을 했다.
내가 그러고 있는 순간에도 앞 뒤에는 사고가 계속 발생되고 있었다.
차체의 상처는 시간이 걸릴 정도이나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차는 움직였고 다시 나는 일행과 합쳐서 용미리까지 가서 삼우제를 했으니 이 또한 장인 어른의 돌보심이 아닌가.
나는 들고 다니던 비디오 카메라로 현장을 찍으니 기자정신인가.
눈 온 날 바닥에 흰페인트칠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생산성본부 iso 심사원으로 오마이뉴스 창간 시 부터 글을 써왔다. 모아진 글로 "어머니,제가 당신을 죽였습니다."라는 수필집을 냈고, 혼불 최명희 찾기로 시간 여행을 떠난 글을 썼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