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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한국 방문의 해, 세계태권도대회 그리고 월드컵준비까지 제주도가 눈코 뜰 새 없게 됐다. 거기다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의 제주방문까지 이어진다면 세계의 눈이 제주도로 모아질 것이다.

그 가운데 제주도민의 관심사 중 하나가 2002년 6월 세계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월드컵이다. 열광의 한축에 서귀포월드컵경기장이 있다는 건 더욱 흥분되는 일이다. 서귀포시의 월드컵준비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기도 하다. 스포츠마케팅이 성공하면 금상첨화겠지만 자칫하다간 고스란히 도민이 부담을 지게 되기 때문이다.

일년전 도의회 예결특위는 도비로 지원되는 2000년분 월드컵 사업비 150억 가운데 30억원을 삭감했다. 삭감이유는 월드컵경기장 공사에만 관심을 가질 뿐 유치 이후 마스터플랜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사후관리방안도 뚜렷한 비젼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30억원이 나중에 다시 계상되기는 했지만 2002월드컵을 향한 서귀포시의 발걸음이 매끄럽지만은 않다.

그리고 일년이 지났다. 지금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와 사후 활용방안이 최대 쟁점이다. 물론 서귀포시는 월드컵추진기획단을 구성해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다. 내년 12월까지 경기장 준공을 목표하고 연계도로 건설, 교통 및 숙박시설 확충을 비롯 문화행사 등 월드컵 분위기조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FIFA실사단도 제주도의 경기장 환경을 극찬하고 전국 월드컵경기장 가운데서도 환경평가에서 단연 1위를 하는 등 전세계인의 이목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기대를 가질만 하다. 또 월드컵 특수를 탈 경우 제주는 동아시아의 관광밸리는 물론 국제도시로서 진일보하게 된다. 과연 2002월드컵이 제주의 청사진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경기장 건설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는 예선리그 2경기와 16강 1경기가 열린다. 더구나 한국팀이 16강에 진출할 경우 서귀포에서 경기를 치를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현재 4만572평의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4층으로 4만2256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월드컵경기장은 99년 5월24일 착공해 62%정도의 공사진척을 보이고 있다.

경기장건설 사업비는 연계도로 개설비 277억원을 국비로 충당함에 따라 1125억원이 소요된다. 이 가운데 국비 285억원의 지원을 뺀 840억원(도비 345.5억원, 서귀포시비 494.5억원)이 제주도의 부담이다. 국비와 도·시비를 합해 지금까지 887억원이 집행되거나 예정됐고 2001년중 238억원을 투입, 10월까지 주요 공사를 마무리짓게 된다.

주경기장 못지 않게 보조구장도 중요한데 총 36억원을 투입해 강창학공원(2면) 및 중문관광단지(1면)에 천연잔디 구장을 조성하고 있다. 또 제주종합경기장과 남군종합경기장의 그라운드도 국제규격에 맞게 개·보수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강창학공원내 연습경기장의 천연잔디와 본부석 설치를 완료했다. 구서귀여중부지가 예정대로 매각되면 사업비 운용에 숨통이 트이게 된다.

도로 숙박 항공문제

경기장진입로인 신시가지∼색달간(국도 16호선) 8km 구간확장은 국비 277억원이 투입돼 건설되고 있다. 토평에서 상효까지 2km구간에도 모두 190억원의 사업비로 공사가 진행중이다. 또 국도 12호선인 중문∼도순, 스모루∼1호광장사이 등 서귀포가 추진중인 도로확포장 사업은 모두 21건에 달한다.

그에 따른 공사비도 국도 11, 12호선 공사에만 434억원이 투입되는 등 1310억6800만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가 월드컵과 관련하여 쏟아부어지고 있다. 하지만 5.16구간 공사의 경우 추가사업비 확보에 난항이 예상되고 도시우회도로 사업도 20%도 공정되지 않은 실정에서 지지부진하는 등 월드컵 관람객의 수송로가 제 때에 뚫릴지 걱정된다.

숙박시설인 경우 현재 도내 객실수는 관광호텔 6247실 여관 1만2244실, 민박 2964실이다. 서귀포시는 월드컵과 관련 내외국인이 1일평균 약 5만명 가까이 방문이 예상되고 이에따라 1만8048개의 객실이 소요돼 객실수급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항공편의 경우 현재 예측되는 자료를 통해 월드컵 기간동안 제주를 찾는 항공편 좌석이 왕복 2만7500여석 가량 부족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260명이 동시에 탈 수 있는 비행기가 약 106편 필요한 것인데 제주공항이 과연 짧은 기간 안에 이렇게 많은 항공기를 투입할 수 있을 지도 불투명한 상태이다.

이미 92년에 공항 활주로가 한계에 부딪힌 바 있고 수명연장사업을 통해 항공기운항횟수를 늘리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제주공항은 시간당 24회의 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한데 하루평균 140회에 해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월드컵을 맞았다간 항공기대란이 생겨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안전문제

다른 지역에 비해 길게는 4년 적게는 3개월이상 늦게 착공된 서귀포경기장은 공기를 맞추기 위해 하루도 쉴새없이 공사를 하고 주말엔 감리도 없이 공사가 진행됐다는 것은 심각한 안전불감증이 아닐 수 없다. 그 결과가 10월 3일 경기장 서남쪽 거푸집이 제대로 고정 안 됐던 일부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였다.

이에 대수롭지 않게 반응하는 시공업체와 서귀포시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다. 시에서 사실을 알고도 한달동안 쉬쉬했기 때문이다. 또 지난 7월에도 서귀포경찰서가 시설물 안전점검결과 경기장 상부스탠드와 하부 통로를 연결하는 연결부위가 역학구조상 약해 위험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경기장관련 문제에 있어서는 이의가 있을 경우 서귀포시는 그 이유를 꼼꼼히 분석해볼 필요가 있는데 반박에만 치중한다는 인상이 짙다.

월드컵경기장은 하루 쓰고 버릴 물건이 아니다. 우리의 뇌리 속에는 삼풍백화점에서 성산대교에 이르기까지 악몽같은 기억들이 있다. 그곳도 공기에 맞추려고 밤낮 공사가 이뤄졌을 것이다. 서귀포경기장은 늦게 시공을 했으니 공사기간이 촉박하긴 하지만 안전보다 우선일 수는 없다.

한가족이 들어설 공간이 아니라 4,5만명이 들어설 공간에 철저한 감리없이 날림으로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안전사고의 발생은 좋은 이미지에 먹칠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경기장 지붕구조를 설계하면서 건축물 구조기준 등에 대한 규칙에 명시된 초속 45m까지 버틸 수 있는 구조여야 하나 기상 관측자료만을 근거로 초속 34m로 낮게 적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거기다 주변압기의 차단기 제어회로가 부적정하고 지락차단장치와 적정 용량의 변류기를 설계에 반영하지 않았고 경기장내 다리와 통로의 수도 불충분해 경기장에서의 유사시 대피방안이 미흡하다고 지적됐다.

이제 500여일 남은 상황에서 지적되는 모든 사항을 귀담고 점검할 필요가 있다. 세계최대의 축제인 월드컵을 관람하는데 단 하나의 불편이나 위험요소가 없이 가장 쾌적하고 안전하게 즐겨야하지 않겠는가.

월드컵 왜 하는가

2002월드컵 경기가 열리면 월드컵 특수를 기대한다.
월드컵 성공개최를 위해 서귀포시가 월드컵추진기획단을 축으로 모든 부서가 전방위 지원에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5만에 달하는 관광객이 몰려올 것이다. 그리고 위성을 통해 생생한 제주의 모습이 타전된다면 관광중심지로서 홍보효과가 어떨지도 짐작이 간다. 월드컵은 세계 속에 제주의 진면목을 들킬 무대가 될 것이다. 하지만 제주를 알릴 도드라진 문화행사사 없는 게 아쉽다.

경기장 건설비 30%와 연계도로망 등 국비로 지원되는 게 많다고는 하지만 월드컵 관련 총 공사비를 추정했을 때는 2500억 이상을 쏟아부은 셈이 된다. 그중 제주도와 서귀포가 갚아나갈 빚도 많은데 서귀포시만해도 이미 350억원 이상의 기채를 발행했다. 그래서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월드컵경기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살펴보자. 경기장 건설에 따른 1일 400명정도의 고용창출과 건축자재의 조달, 토지비용 등 250여억원과 수치상으로 1조8000억에 달한다는 도로 확포장 사업이 효과로 대두된다. 경기에 따른 수익금은 FIFA에서 조직위로 지원되는 1억달러에서 남은 금액과 입장권판매, 기념주화, 복권사업, 광고 등 수익사업 판매금을 합쳐 개최도시별로 배분된다.

결국 경기장 건설만으로도 1000억이상을 투입하고 무형의 홍보효과 외에 엄청난 부의 축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또 월드컵이 끝나면 기채를 발행하며 얻은 빚의 상환이자만도 수십억이 되고 관리비용도 연간 15억이상 추산됨에 따라 월드컵경기장의 사후관리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서귀포시는 그래서 경기장에 사우나, 풀장, 물놀이 공원을 갖춘 워터파크를 유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 9월 서귀포시는 미국의 G-TEC 및 아이맥스사와 월드컵경기장 주변에 아이맥스극장을 포함한 오락센터를 짓기로 합의했다.

이들 회사는 우선 1500만달러를 투자해 국제회의시설로도 사용가능한 IMAX영화관을 2001년 12월까지 건립한다. 부지제공형식으로 참여하는 서귀포시는 운영수익의 일부를 받게 된다.

하지만 아이맥스 오락센터의 경우도 사실 수천억을 부어넣은 월드컵경기장을 제대로 활용한다고는 할 수 없다. 궁극적으로 제주에 프로축구팀이 생긴다든가 해서 꾸준히 경기장이 활용되고 겨울철 이벤트 대회를 유치하는 방안이 좀더 구체적으로 모색돼야 월드컵 특수를 이어가는 길이 될 것이다.

분명 월드컵은 무리하게 시작되긴 했지만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새해로 510여일 남은 그날까지 긴장해서 제주도의 축제로 승화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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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학신문기자, 전 제주언론기자, 전 공무원, 현 공공기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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