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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내의 친구, 향렬 씨가 전화를 걸어왔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오마이뉴스>에 향렬씨의 이름을 올리는 것은 아내의 친구 중에서 유일하게 인터넷을 통해 내 글을 보아주기 때문이다. 내 친구들 누구보다도, 내 친척 누구보다도 내 일을 손금 보듯 하는 미모의 여인이다. 누구 한 사람 나를 지켜보아 준다는 것은 얼마나 소중하고 기쁜 일인가.

향렬 씨의 전화 한 통화만으로도 나는 아내의 친구 이야기를 써야겠다.

요즘 초등학교 동창생들을 찾아 모이고 있다. 반갑고 기쁘겠지. 첫사랑의 이야기와 선생님들의 이야기가 물 흐르듯 할 것이니. 세월은 빨라 하면서 가버린 세월이 아쉽고 지나간 세월이 그리워지며 웃다가 우는 시간들이 여기 저기 있다.

아내의 여고 동창들 몇몇이 30여년 가까이 모이고 있다.
처음에 함께 였던 친구 중 몇은 빠지고 다시 몇이 자리를 보탤 만큼 사람이 사는 모임에 어디 사연이 한 둘일까.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니 대화가 궁할 리 없어라. 시절 따라 오고가는 이야기는 이제 아이들 과외 이야기는 다 밀리고 아들들의 군대 이야기도 고개 숙이고 아들 딸 결혼 이야기가 자리 매김을 하면서 아낙들은 서른의 좋은 시절에서 중년을 넘어 노년으로 넘어 가고 말았으니, 마치 내게는 내 동창생들이 늙어 가는 양 섭섭하다.

한창 좋은 시절에 함께 일본을 가서 현지에서 남편이 은행 지점장을 하는 친구는 자기 관사에 친구들 한 무리를 재우고 밥 해먹이고 안내하고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의 친구들에게 한 턱을 내는 그야말로 끈끈하기 이를 데 없는 모임이니 내게는 정다운 이름, ' 목련 '이다.

손 발 제대로 못쓰는 내 아내 때문에 가는 걸음이 멈추기도 하고 지나치기도 했으련만 손잡아주고 부축해주고 그 애쓰는 마음이 형제와 무엇이 다를까.

너무 고마워 그네들이 오는 공항에 친구 하나 하나에게 장미 한 송이씩을 내가 건네니 고운 심성의 그네들은 그 장미를 지금까지 이야기를 하니 장미 한 송이가 일만 송이가 되었으니 쑥스럽다. 아내들이 만나니 남편들도 만나서 어느 해에는 저녁 한 때를 그네들의 회비로 호사를 하기도 하니 여인 천하가 따로 있나.

아내의 걸음을 내가 맡아 아내를 차에 태워 모임이 있는 장소를 내가 갈양이면 그네들은 "점심 함께 하고 가요" 하고 합창하면 때로는 함께 점심 먹고 차 마시고 청일점 노릇도 어디 한 두 번이었던가.
그러길래 아내는 "내 친구야, 자기 친구야" 할 만했다.

만나서 점심 먹고 차 한 잔 하는 한 달에 한 번의 모임이 있는 날이면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아내에게 "누구는 어떻고. 누구는 어떻고. 미국에 간 누구에게는 요즘 연락이나 온대?" 하면 과묵한 아내는
"자기는 참" 하며 " 한 달 동안에 무슨 변화가 있대. 수다 떨고 왔지"
했다.

그러나 내 이야기는 <오마이뉴스>를 통해서 유리처럼 투명하게 공개가 되어 향렬 씨는 우리 집 이야기를 모임의 친구들에게 이야기 해준다. 인터넷을 하는 여인의 재치가 아니고 무엇인가.

향렬 씨는 내가 아내에게 하는 일은 그냥 함께 걸을 때 팔장 끼고 장보러 함께 가며 부엌일 조금 거들고, 집안 청소 좀 한다는 것만으로도 나를 대단하게 보아주어 친구들에게 하는 말이 " 누구 아빠는 업어 주어야 해" 하기까지 내게 점수를 후하게 준다.

아내는 아내대로 " 자기 한 번 업힐 수 있어 좋겠다" 하니 아내의 여고 동창생에게 업힐만한 남자가 이 세상에 어디 몇 있을까.
세상에서 산다는 맛이 무엇일까. 나를 지켜보아 주는 따뜻한 시선이 있으니 얼마나 기쁜가.

향렬씨, 이번에 만나면 진짜로 한 번 업어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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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본부 iso 심사원으로 오마이뉴스 창간 시 부터 글을 써왔다. 모아진 글로 "어머니,제가 당신을 죽였습니다."라는 수필집을 냈고, 혼불 최명희 찾기로 시간 여행을 떠난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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