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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바가지를 쓴 제주의 온갖 군상이 모여 벌이는 탈춤과 굿판의 어울림 한마당. 새해 새 철 드는 입춘날에 탐라국 왕이 백성들 앞에 몸소 밭을 갈아 시범을 보이는 세시풍속이던 탐라국 입춘굿놀이.

'한국방문과 지역문화의 해' 출범을 겸해 벌어지는 새천년 탐라국 굿판 속에 축제의 신바람이 3일과 4일 제주의 광장 관덕정에 불어온다.
이번 탐라국 입춘굿놀이는 제주칠머리당굿보존회와 진주오광대를 비롯 시내 14개동 풍물패, 놀이패 한라산, 전국 민족극운동을 벌이는 8도 연희패, 국립국악관현악단 등이 참여한 신명나는 한마당.

음력 섣달 그믐날에 묵은 해의 마귀와 사신을 쫓아내려는 액막이, 문굿으로 이뤄진 나례와 탐라왕이 몸소 친경적전(親耕 田)하던 유습의 탐라국제가 원조이다.

조선시대엔 마을 원로가 왕의 대리역으로 손수 쟁기를 잡고 낭쉐(木牛)를 끌어가면 제주 사방의 무속인과 걸궁패가 풍악과 가무로서 따르고, 또 그 뒤를 제주목관아의 관리와 기녀, 백성들이 따라 화려한 거리굿을 벌였던 축제였다.

제주전통문화연구소(소장 문무병)가 주도해 80여년만인 99년 복원된 입춘굿놀이는 3일 시청 어울림마당에서의 전야굿과 4일 관덕정에서 벌어지는 입춘굿 행사로 이어진다.

입춘 전날 목우를 만들어 낭쉐코사를 올리기 전에 걸궁패가 하는 '거리굿'은 풍물굿패 신나락과 제주시 14개동 풍물패가 벌이는 문굿과 잡색놀이, 풍물판굿으로 이뤄진다. 실제 크기의 목우를 만들어 고사를 지낼 '낭쉐코사'는 농촌지도자 제주시연합회의 몫. 또 전야굿 축하공연으로 제주도무형문화제 제2호 '영감놀이(기능보유자 이중춘)'와 부산의 꾼 허경미 씨가 '눈물' 춤공연을 펼쳐질 예정이다.

입춘굿날엔 제주목관아지 포정문 앞에서 성주굿과 군웅덕담, 지역문화의 해 선포식, 세경놀이와 입춘탈굿놀이 등이 펼쳐진다. 입춘날 목우를 끌고 관덕정으로 가는 거리굿에서는 전야 축제에 참여했던 제주시 14개동 풍물패와 전국민족극운동협의회 소속 8도 연희패, 놀이패 한라산 등과 새탈, 사농바치, 동녕바치, 죄인과 포졸의 각종 탈을 쓴 걸궁패가 탈춤길을 연다.

축제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입춘탈굿놀이. 첫째마당 '춘경'에서는 제주읍성을 지키는 수호신 돌하르방이 악귀를 물리치고 풍농을 관장하는 오방신장이라 해서 '돌하르방춤'으로 탈놀이의 서장을 열고 여인의 춤으로 의인화된 밭갈이 춤인 '오방각시춤'을 통해 땅을 기름지게 하는 세경놀이를 보여준다.

둘째마당 '파종'에선 어울려 소탈을 쓴 이가 어색할 정도의 위세를 부리고 농부탈이 소를 다루지 못해 안달하는 장면을 통해 소와 농부의 조화가 풍농의 길임을 보여준다.

셋째마당 '벽사(酸邪)'에선 포수의 탈을 쓴 사농바치가 참새로 표현되는 재앙을 물리치는 '사농바치춤'이 벌어진다. 넷째마당 '풍농'에선 많은 여인들의 봄나들이, 남자를 희롱하는 '거부춘심'이라는 기생춤, 영감탈과의 농(?)짓거리 등 풍자된 춤판이 자지러진다.

다섯째마당 '씨앗싸움'에선 꼭두각시놀음과 비슷한, 젊은 각시에게 하르방을 빼앗기고 신세타령하고 발악하는 할망의 춤과 거짓부렁하는 하르방의 부추김에 홀딱 넘어가는 두 아낙의 모양새를 해학적으로 풀이된다.

그외 진주오광대와 국립국악관현악단, 가수 한영애 등이 지역문화의 해 출범을 축하하는 무대가 펼쳐지고 입춘을 맞은 점(占)과 부적, 춘첩써주기 행사, 만화가 박재동의 만화그리기, 이석금 창작탈 전시회 등이 마련된다.

한편, 2001년을 지역문화의 해로 정한 정부는 4일 오후2시 탐라국 입춘굿놀이 행사가 벌어지는 관덕정에서 '지역문화의 해' 출범식을 갖는다.

출범식은 지역간 문화격차를 해소하고 문화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취지에서 문화축제로 처음 열리는 이곳 제주의 축제현장에서 열리게 된 것이다. 따라서 지역문화축제의 시발점인 제주도의 생명력 넘치는 문화의 바람이 사람과 삶터, 어울림의 이념속에 전국적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제주타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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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학신문기자, 전 제주언론기자, 전 공무원, 현 공공기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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