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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 들머리에서는 지금, '국가보안법 관련 정치수배 전면해제를 위한 명동성당 농성단'이 국가보안법 폐지와 양심수 석방, 그리고 정치수배 완전해제를 외치며 31일째(2월 18일) 무기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농성단은 2월 17일, 국가보안법폐지를 위한 세번째 문화제를 열었다. 최규엽 민주노동당 자주통일위원장의 구수한 목소리로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문화제는 시작되었다.

명동성당 입구까지 꽉 들어찬 학생들과 시민들은 계단에 앉아서 각 단위의 깃발을 날리고 있었다. 첫 번째로 나온 노래 손님은 경기남부총련 노래단 '천리마'였다. 천리마는 <통일무지개>로 신나게 무대를 열었고, <승리로 말하자>를 힘있게 불렀다. 그리고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사건의 가족대책위 한용진 씨의 연설이 이어졌다. 그는 민혁당 사건이 명백한 조작 사건이라고 했다.

이어서 나온 강연희(경기동부민족민주청년단체연합 회원) 씨는 <저 창살에 햇살이>를 너무나 구슬프게 플룻으로 연주했다. 관객들은 환호했고, <내일이 오면>이 계속됐다. 명동성당을 지나던 사람들은 애절한 플룻소리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다음으로 나온 문예패는 중앙대 율동패 '새날지기'였다. <반갑습니다>, <벽을 허물고 만나요>와 <통일로 타고>의 노래에 맞춰 재기 발랄한 율동을 선보였다. 모두들 흥겨웠지만, 하얀 한복을 입고 통일을 춤추는 그들의 모습에 필자는 찡해졌다. 우리민족에게 통일이란......

아주대 부촉학생회장 최석진 씨가 학자공동연대투쟁에 관해서 연설을 했다. 집회도중 1학년 학생이 눈에 심한 중상을 입어서 수술을 해도 원상태로 돌아오기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사의 진단이 있었다고 한다. 이어 나온 서울지역총학생회연합 노래단 '조국과청춘'은 <우리는 청춘>과 <어기여차 통일의 바다로>를 불렀다. 입구에서 선전활동을 벌이던 학생들은 노랫소리에 신나는 춤을 췄다. 계단에 앉아있던 학생들도 함께 했다. 역시 젊음이란 좋은 것이다. 필자도 예전에는 저랬는데....

이번 문화제에는 특별손님이 오셨다. 바로 백기완 선생님이시다. 백기완 선생님은 국가보안법이란 국가 허무주의요, 민족 허무주의이고, 문화 허무주의라면서 즉각 폐지할 것을 주장했고, 우리 민족이 살길은 오로지 통일이라고 주장하셨다. 이어진 무대는 민족 춤패 '출'의 웅장한 한풀이였다. <조선은 하나다> 노래와 함께 파란 깃발 4개와 빨간 깃발이 어우러졌다.

류금신 씨가 나와서 <들불의 노래>와 <깃발가>로 힘을 실어 주었고, 농성단장인 진재영(94년 전남대 총학생회장) 씨가 시민들에게 호소하는 연설이 있었다. 진재영 씨는 30일째 격려해준 기자분들과 무보수로 출연해주는 문예패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무기한 감옥농성을 온 국민의 지지를 받는, 온 국민의 농성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프로야구 선수들이 동계훈련을 하듯이 우리도 뜨거운 여름의 힘찬 투쟁을 위해 6,7,8월 조국통일촉진기간을 위해 힘을 모읍시다'라고 했다.

또한 진재영 씨는 단호하게 '이 푸른 수의와 새 모형 감옥에서 투쟁하며, 반통일세력들을 가둘 때까지 멈추지 않겠습니다'라고 했다. 저녁을 거른 배고픔과 쌀쌀한 날씨에 마땅히 앉을 곳이 없어 줄곧 서있던 아파진 다리만을 생각하고 있던 필자는 부끄러워졌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투쟁하는 사람 앞에서 말이다.

마지막으로 멀리 부산에서 올라온 '희망새'가 나왔다. 고무신을 신고 '희망새' 특유의 멋진 의상을 차려입은 네 명의 가수는 <오솔길>을 불렀다. 순식간에 명동성당은 다시 한번 열기로 가득했고, 영남위원회사건에 연루된 어머니에게 바치는 노래 <백일>과 <국가보안법철폐가2>, <세상을 바라보라>가 이어졌다.

맨 앞에 앉아있던 백기완 선생님도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희망새'의 인기는 대단했다. 명동성당에 모인 사람들은 '한 곡 더'를 외쳤고, '희망새'는 민중가요의 명곡 <아침은 빛나라>를 선물했다. 오랜만에 불러보는 이 노래는 필자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모든 출연진들이 모여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불렀다. 며칠 전은 이 노래를 작시한 故김남주 시인이 별세한 날이었다. 시인이 바라던 세상에 우리는 얼마큼 와있는지, 이 땅의 민주화는 얼마큼 진전되었는지 반성해보지 않을 수 없다. 국가보안법폐지를 위해 온 국민이 함께 가야 할 것이다. 손에 작은 촛불을 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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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문화, 과학 및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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