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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0일) 독일의 내무장관인 오토 쉴리(Otto Schilly)는 앞으로 극우테러 단체인 신나치 조직에서 탈퇴하는 사람에게는 국가가 새 거처도 마련해주고 일자리도 제공해 주겠다고 발표하면서 정부는 자발적 탈퇴자 1 인당 약 10만 마르크(한화 약 6000만원)씩 지원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쉴리 장관의 이러한 발표 이면에는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1990년 10월 3일 동서독이 통일된 이후 이들 신나치주의자들에 의해 지금까지 애꿋은 93명의 목숨이 무참히 희생된 독일 사회의 심각하고 부끄러운 치부가 자리잡고 있다.

이 숫자도 정부의 공식 발표로는 26명이었는데 타게스 슈피겔(Tages Spiegel)지와 프랑크푸르트 룬트샤우(Frankfurt Rundschau)지가 93명이라고 이의를 제기하여 밝혀진 것이다. 목숨을 잃은 자만 93명이니 부상당하거나 모욕을 당한 사람들의 숫자는 수천 수만을 넘어설 것이다.

무슨 이유로? 단지 그들이 순수 독일종인 아리안 족이 아니거나 이 사회의 거추장스러운 존재라고 여겨지는 장애자나 노숙자라는 이유때문에 잔인하게 10년 이상이나 지구상에서 가장 선진화되었다고 자부하는 독일에서 무참하게 희생되어 왔다는 이 믿을 수 없는 사실이 위와같은 궁여지책을 태동시킨 것이다.

만일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에서 자국민족에 속하지 않는 이방인이라는 이유로 독일인이나 미국인이 90병, 아니 9명만 희생되더라도 아마 그 나라는 구미 선진국들의 불같은 분노로 온전치 못할 것이다. 헌데 독일에서 10년 이상 자행된 이 살인적 폭력에 대하여는 어째서들 침묵하는 것인지.

1945년 나치 패망 이후 동서로 갈린 독일은 연합군의 견제 속에 과거에 대한 참회의 자세를 견지해 왔지만 통일 이후에는 자주 국가로서의 자긍심이 강화되고 그 결과 극우파들에게는 과거 프로이센 제국이나 히틀러의 제 3제국과 같은 위대한 독일 제국 건설의 기폭제가 되고 만 것이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는 역사적 순간을 지켜보던 우리 아브네리(Uri Avnery)라는 한 이스라엘의 저널리스트는 당시 슈피겔지에 기고한 한 칼럼에서 "이제 독일이 진짜 시험대에 올랐다"고 예언한 그 말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단지 차이라면 히틀러시대는 13년동안 600만명의 유태인과 수만의 독일 장애인들이 희생되었다면 현재 통일 독일에서는 10년동안 93명의 외국인들과 장애인들이 희생되었다는 것이 다를 뿐인 것을.

특히 올해는 1701년 당시 브란덴부르그 선제후가 프리드리히 1세로 등극하면서 건국된 프로이센 제국 건국 3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하다.

베를린을 중심으로 한 브란덴부르그지역을 기반으로 출발한 이 군국주의 제국은 이웃 슈레지안과 삭센을 집어삼키고 1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제국으로 인근의 포츠담은 빌헬름 2세가 1차 세계대전의 선전포고를, 히틀러가 2차 세계대전의 선전포고를 한 군국주의의 총본산지로 유명하다. 45년 종전 이후 열렸던 연합국의 포츠담 선언은 이러한 독일 군국주의의 뿌리가 태동한 곳에서 그 뿌리를 제거하겠다는 연합국의 의도가 표출된 것이다.

현재 신나치주의자들의 테러는 구동독지역인 브란덴부르그, 막데부르그와 포머른 삭센지방 즉 이전의 프로이센 지역에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300년 전 건국된 프로이센의 군국주의가 통일 독일에서 다시 부활한단 말이가.

우리나라에 전수된 독일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또한 사실은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눈을 통해서 전달된 이 군국주의 국가 프로이센의 덕목들로 원칙과 겸손, 부지런함, 정확성, 충만한 의무감 등이 그것이다. 하나같이 국가를 위해서 목숨바쳐 싸워야 하는 군인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덕목들인 것이다.

프랑스의 사상가 볼테르는 이러한 프로이센에 대하여 "이 국가는 군대를 거느린 국가가 아니라 국가를 거느린 군대이다"라고 언급하고 있을 정도다.

이러한 프로이센의 군국주의 정신은 일제식민지와 박정희 군부독재를 겪은 우리 민족에게도 엄청난 영향을 끼쳤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효한데 그 예 중의 하나가 일본군국주의 더 근본적으로는 독일 프로이센 군국주의의 한국인 우등생인 박정희에 대한 우상화다. 그리고 박정희와 독일 프로이센 군국주의 제국의 아이러니컬한 공통점은 양국 모두 자유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이 시기에 기술이 발달하고 경제가 부강해졌다는 사실이다.

전 세계를 상대로 두번씩이나 전쟁을 일으켰던 프로이센 군국주의 건국 300 주년이 되는 올해 또 독일에서는 몇 명의 애꿎은 목숨들이 희생되어야 될지. 어느 국가도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못본 체 방관할 것이 뻔 할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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