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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5일 범의감식연구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지방경찰청 회의실에서는 두시간 동안 전직 노수사관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지켜보는 회원들의 숨소리마저 멈추게 하였다.

현장감식에만 30여년의 청춘을 받쳐온 이삼재 수사연구관은 사건파일을 하나씩 열어 보이며 회원인 현장감식 전문 경찰관들과 법의학자에게 독설을 퍼부었다.

"어떻게 이런 사항이 체크되지 않고 수사가 진행될 수 있는가?"
"오늘 이 분석자료를 보고 이 극악무도한 살인마를 후배들이 꼭 검거해달라!"

1998년 6월 18일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사바이'노래방에서는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있었다. 세사람의 남녀가 노래방안에서 수없이 난타 당하고 예리한 흉기에 찔려 살해되고 한사람만이 목과 옆구리를 찔린 채 탈출하여 경찰에 신고한 사건이다.

범인들은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새벽이 되자 강도로 돌변하여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단지 '돈이 없으니 살려달라'는 소리를 한다고 여자의 입에 손을 넣어 13cm나 찢고는 죽일 만큼 잔인한 자들이었다.

이삼재 수사연구관은 이 범인들이 아직도 활개를 치고 다니고 있다고 개탄하고, 그 범인들이 쓴 범행도구인 '케이블타이(전선줄을 정리하거나 묶기 위해 쓰는 플라스틱)'와 철사줄, 그리고 여름임에도 면장갑을 가지고 다니는 용의자의 몽타쥬를 공개하였다.

이 몽타쥬는 범인을 접대하다가 퇴근한 피해자의 언니와 유일한 생존자의 증언을 토대로 제작되어 그 정확도가 높은 것이다.

이 몽탸쥬와 함께 범인을 알아 볼 수 있는 단서로 '우리도 퇴직당하여 같은 처지이다'란 말과 노래방에서 부른 '흔적'이란 노래가 있다. 그리고 장난감 병정, 문밖의 그대, 준비없는 이별, 하나의 사랑이다.

이삼재 수사연구관은 전직 총경이다. 지금은 퇴직하여 후배들에게 수사기법과 현장감식을 전수하고 있지만, 현재 일어나고 있는 강력 사건에 대한 집념과 의지는 대단하다. 강력사건이 미궁에 빠지면 언제고 달려와서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범의감식연구회는 지난해 법의학 전문지식과 이론에 대한 강의를 마무리하고 올해부터는 이러한 현장실무 경험자들을 초청해 강의를 듣고 토론을 벌이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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