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스타성과 천재성을 지닌 사람은 항상 이목을 끌게 마련이다. '죽은 공교육과 번창하는 사교육' '수준 차를 무시하는 막무가내식 평등교육' 조변석개 식의 비관적 교육제도라는 말이 난무하는 가운데 낭중지추처럼 쏟아지는 영재들. 어학신동, 스포츠 신동 등 종류도 가지가지인데 영재교육을 받은 아이들도 '수능'에 시달리고 '서울대병'에서 자유롭지도 못하다.

그 와중에 여론조사에서 학부모(88.3%)와 교육전문가(92.9%)의 절대 다수가 교육현실을 걱정한다. 심지어 자식과 아내는 교육을 위해 외국으로 가고 학비를 대기 위해 국내에 머무는 외기러기 남편도 늘고 있다.

불에 데인 듯 펄쩍펄쩍 뛰는 교육현실에 대한 우려 속에 몇 년전 어학신동이란 소리를 들으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남원읍 위미리 오신석(만18) 군이 떠올랐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13살 나이로 고졸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나이가 너무 어려 아버지와 함께 한국방송대 법학과에 진학할 수밖에 없었던 오군.

아이큐 112의 평범한 아이가 영어, 일어, 중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모습에 그의 아버지 오승기(41) 씨가 자녀를 위해 고안해냈다는 『신돌이학습법』도 덩달아 관심을 모았다. 당시는 분명 신석 군의 '평범한' 천재성에 놀랍고 기대감도 높았는데 5년전 그 아이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자라났을까.

97년. 당시 방송, 언론에서 "14살 법대생 오신석 군. 인터넷정보검색사 자격증은 물론 처음 본 어학 실력이 토익 740점 JPT 805점 중국어 초등A급 능력을 겸비한 어학신동이 나타났다"고 떠들썩했던 적이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전국적으로 영어 등 외국어에 목을 매는 시대라서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뉴스거리였다.

그럼 지금은? 중등교육과정을 1년만에 독학으로 마치고 애초 목표대로 오군은 방송대 법학과 3학년 과정에서 중단한 뒤 올해 고려대 동양어문 1학년 신입생이 됐다. 신석 군은 "신입생이라 설레이기도 하고 남들처럼 선배들과 술자리도 갖고 그래요. 여러 분과나 학회에서는 내가 빠질라치면 교수님이나 선배님, 동기들이 찾아 전화도 주시고 인기도 좋은 거 같다"고 환한 웃음을 짓는 그의 목소리에서 구김살이라곤 찾을 수 없다. 오히려 '프로'다운 기색마저 역력했다.

취재하면서 제도권 교육을 받지 않은데 따른 일말의 불안을 가졌던 것은 기우였다.
"수능 준비할 때 머리가 어깨까지 내리도록 길러보기도 하고 빡빡 밀기도 했고 지금은 유행을 따라 머리를 염색했어요. 수능준비는 아버지의 교육 방향과 교육방송에서 도움을 얻었고 그 외로 외국어를 활용하는 영어로 된 과학책, 일어로 된 수학책 등을 활용했구요."
갓들어간 대학교에서는 중국어, 영어, 일본어외에 한국근현대사, 철학, 연극 학회 활동으로도 분주하다고 한다.

'보통'의 경우라면 이런 신석 군 정도면 그래도 잘했구나 하겠지만 보다 놀라온 성취를 얻었을 거라 기대하고 있었을 세간의 이목이라면 다소 아쉬움이 남을텐데. 그런 마음을 읽은 듯 오승기 씨는 뜻밖의 말을 꺼냈다.

"신석이가 좋은 점수는 아니지만 수능 390점을 받고 서울대 교육학과에 응시를 했고 논술은 일어, 영어로 준비하다가 시간이 모자라 모국어로 제출하여 고려대 동양어문학과 1차로 합격할 정도였지만 서울대 교육학과에서는 면접에서 아깝게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오승기 씨에 따르면 검정고시 출신이 교육학과에 입학한 예가 없을 뿐더러 초등학교 졸업후 방송대에 입학해 독특한 학습법에 따라 공부한 오 군을 외국에나 다녀온 것쯤으로 인식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그는 일명 뽑기 면접은 잘 치렀다고 보는데, 중고등학교 학생의 입장에서의 학급관을 묻는 질문에서 "검정고시로 중고등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현재로선 잘 모르겠다"고 정직하게 답변한 게 원인인 것 같다고 해석을 내렸다. 또 면접과정에서 신석 군이 외국에 나가지 않고 배운, 자신의 영어 실력을 보이고자 영어로 응답할 의사를 표했으나 그럴 필요없다며 엉뚱한 질문을 해 우리나라 최고의 교육기관이라는 곳에서 학생의 수학능력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신돌이회원 후배들을 위해, 그리고 경험을 쌓기 위해 서울대 정시모집에 신석 군의 재도전 의사를 밝힌 오승기 씨. 공교육을 망치는 '서울대병' 때문이 아니라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모와 학생이 주체가 된 자신의 일명 '신돌이학습법'이 체계적인 교육과정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호랑이굴'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지난 한해동안 교보문고에서 348권(570만원상당)의 서적을 최다 구입한 고객으로 뽑힐 정도로 학습법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신석 군의 아이큐가 112라는 데서 보듯 평범한 다른 아이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밝힌다. 신석 군의 빠른 어학의 성취가 문자 중심적인 우리 나라의 외국어 교육에서 탈피한 오씨의 독특한 교육법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승기 씨는 자녀교육을 바탕으로 연구에 몰두하여 『신돌이학습법』이라는 경험적 학습교재를 펴냈다. 체계적인 외국어 학습프로그램 외에 현재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수학내용을 '신돌이 수학'으로 정리하여 외국어 학습법 못지 않게 그 이상의 효과를 주는 획기적인 수학학습법도 회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어학신동을 탄생시킨 『신돌이학습법』을 여러 과목에 접목시키는 것이다. 그의 학습법은 "일단 모국어를 착실히 배운 상태에서 어린이가 모국어 익히듯 듣고 말하는 과정을 통해 귀가 트이고 입이 열리도록 하는데 신돌이 학습법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방법을 쓰고 있다"고 강조한다.

3단계로 나눠진 '신돌이학습법'을 통해 97년이래 전국적으로 600명 정도의 회원이 신돌이학습법에 따라 교육과정에 돌입했다. 오씨는 "개인적인 사정이나 신돌이학습법에 대한인지도 부족으로 중도 포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중도에 포기했더라도 그 결과는 엄청났다. 현재 전국 77명의 회원은 영어나 일어중 적어도 하나는 모국어처럼 성공하여 또 다른 외국어를 겸해서 하는 학습법으로 톡톡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석 군이 아버지와 같이 입학한 한국방송대 법학과 재학시절 총장이던 한완상 교육부장관은 당시 『신돌이학습법』을 두고 "귀를 열어서 모국어를 깨우치듯이 외국어를 몸에 와 닿게 하는 게 뛰어난 장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오 씨가 밝힌 신돌이학습법의 회원은 적어도 일년 이상된 회원으로 △서울<영어, 일어> 김현수(중3)·전수진(중1)·김민경(초5)학습기간 3년·방선주(중1) 학습기간 2년 △광주 이종호(초4)학습기간 2년·양지(초6)·양영문(초5)·황진석(초4)·송형기(초5) 학습기간 1년 △울산 박근두(초4)·정영록(초2)·이지웅(초4) 학습기간 각각 3년, 2년, 1년 △여수 오로라(초3) 학습기간 3년 △포항 정경헌(초4) 학습기간 3년 등이다.

저학년인 경우 일어에서 영어, 고학년은 영어에서 일어로 진행하는 독특한 프로그램으로 학습을 받고 있으며 신석 군의 학습기간에 비해서는 훨씬 나은 학습 성취도를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오승기 씨는 "딸인 신애(15)양의 경우 10살 때의 일어 실력은 현재 회원중 대표적인 일어 회원의 실력에 못 미치고 저학년 때 영어를 교육을 시켜본 결과 모국어가 체계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5년 동안 공부시킨 결과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의 1년 성취능력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외국어는 모국어가 튼튼하게 자리잡은 후 시작하는데 그 시작도 저학년 때는 일어, 고학년은 영어가 적기"라고 말한다.

요즘 교육에 관심을 갖는 부모들의 최대 관심사는 외국 유학이다. 우리 나라 학교를 돌아다보면 '무슨 희생'을 해서라도 여기서는 가르칠 수 없고 외국으로 물밀 듯이 나가려고 한다. 한국에선 일류 간판은 딸 수 있어도 실력으론 도저히 일류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오승기 씨는 "신돌이학습법으로 자신들의 아이들을 지도했던 것도 경제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분명 다양한 환경과 생각을 '무시하는' 우리 나라의 교육현실에 아이들을 보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교육의 주최인 아버지의 학습법을 믿고 중학교를 휴학한 신애 양. 멀티미디어 키즈 세대라서 EBS 방송과 인터넷을 통한 다양한 학습을 즐기고 방안엔 영어로 된 세계적인 인기소설 '해리포터'시리즈를 비롯 영어, 일어 만화책, 소설책이 책대여점처럼 가득했다.

외국에 유학 가서 1억원을 쏟아 붓느니 국내에서 자녀를 위해 700만원을 투자할 수 있는 분이라면 같이 학습해보자며 자신이 개발한 신돌이학습법을 '은근히' 홍보하는 오 씨. 지금 그는 남원읍 위미리에 50여 평 규모의 '신돌이교육원'을 짓고 있다. 그것은 전국의 전체 회원과 정기적인 만남을 갖기 위해서이다. 남제주군 소재 출판사 등록 1호인 '도서출판 신돌이'도 등록했다. '신동' 신석 군과 그 아버지의 이색 교육이 우리나라 교육의 신선한 청량제가 될 것인지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 취재후기> 97년 '신돌이학습법'이 발간된 이후 전국에서 자녀의 어학교육을 걱정하는 이들이 오승기 씨에게 문의가 많았다. 하지만 그의 의견은 단호하다. 자신은 만원 이만원이 하루하루 아쉬웠던 때도 있지만 자녀의 교육에 우선할 건 없었다고. 경제적으로 여유있으면 그만큼 자녀에게 투자할 여력은 기본적으로 갖추었다고 할 수 있지만 굳이 경제적으로 넉넉해야만 자신의 신돌이학습법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실제 그는 십년전 목수, 미장 등 막일을 통해 최소한의 생활비만 빼고는 자녀의 학습을 위해 위성안테나 컴퓨터 등 구입하는데 썼다) 
또 자신의 학습법에 대한 신념도 확고했다. 외국에 나가 5천만원 1억원을 쏟아부을 바엔 700만원 투자로 자신의 학습법을 통해 일어, 영어 등을 현지에서 공부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언론매체들에서 인터뷰 요청이 종종 들어오기는 했는데 신석 군을 떠나 자신의 학습법에 의해 '적은' 기간에 신석 군의 어학능력에 버금가는 성취를 얻고 있는 학생들을 좀더 주목해달라는 말로 대신했다고 한다. 효율적인 어학교육에 목마른 우리와 자녀들에게 좋은 촉매제로 '신돌이학습법'이 역할을 할까.
신돌이 학습법에서 천재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밝혔듯이 신돌이의 영재교육법을 학문적으로 체계화시키고 싶어 서울대 교육학과에 도전했다 낙방한 자칭 '고대재수생' 신석 군. 이 한마디로 우리 나라의 공교육의 앞날에 걱정을 품게 된다. 
최근 자녀교육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희생할 수 있겠느냐는 조사에서 미국이 우리나라 부모보다 "당연하다"는 응답이 훨씬 많았다고 한다. 자녀교육에 부모의 인생 어느만큼 쏟아부어야 하는지 단언할 수는 없지만, 외기러기 남편처럼 해결하기 힘든 일임엔 틀림없다.
아무튼 '천재는 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주장이 사실로 거듭 전파되길 기대한다. 신돌이교육원 ☎064)764-4403

제주타임스 제공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 대학신문기자, 전 제주언론기자, 전 공무원, 현 공공기관 근무

이 기자의 최신기사무등록 카센터 판친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