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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종이는 최고의 장난감

종이 딱지가 남아에게, 종이 인형이 여아에게 구별되어 선택되는 것이라면.

종이배와 종이비행기는 누구든지 유토피아로 떠날 수 있게 하는 작은 희망.

재불작가 조택호는 종이로 접은 작은 배들을 캔버스 위에 촘촘히 붙이고, 그 위에 다시 아크릴 물감을 칠한 작품 25점을 4월 25일부터 5월 7일까지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전시한다.

전시회에는 설치와 조각작품이 제외된 평면작들만 전시되고 있다. 그의 전시작품에 쓰인 종이배는 모두 몇 개일까? 어떤 작품은 겨우 종이배 몇 개에 그치고 있지만, 2500여 개에 이르는 종이배가 소요된 작품도 있다.

어린 시절의 조택호는 바닷가에 살면서 눈 안에, 마음 안에 바다를 품곤 했다. 둑에 쭈그리고 앉아서 바다를 가르는 수평선과 그 곳을 지나는 배들을 바라보며 그는 고독한 마도라스를 꿈꾸기도 했던 것이다.

동네의 작은 개울에 종이배를 몇 번씩 띄워보면서 바다로 나가고 싶은, 배를 타고 싶은 욕망에 못 견뎌 하던 중학교 3학년의 조택호는 결국 일(?)을 저지른다. 그는 어디선가 형편없는 고물 배를 줍게(?) 되고, 친구들과 함께 배를 수리하여 '노심도'라는 섬(島)으로 떠밀려 왔다.

'노심도'에는 말로만 듣던 '전설의 노인'도 없었고, 일용할 양식도 없었다. 마치 로빈슨 크루소처럼, 혹은 영화<캐스트 어웨이>의 탐 행크스처럼 그는 친구들과 함께 도라지를 캐먹고 갈매기 알을 훔쳤다. 그리고 그의 귓가에 맴도는 갈매기의 울음소리.

섬에서 사흘을 보낸 후, 근처를 지나던 작은 어선을 타고 집에 돌아온 그는 어머니로부터 심한 꾸중을 듣고 그 날 이후로는 배를 타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언젠가 그 섬으로 돌아가 조그만 집을 짓고 동물을 방목하면서 살고 싶은 꿈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혹시 노년(老年)의 그가 '노심도'에 살고 있다는 '전설의 노인'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의 전시회에는 그의 꿈이 고스란히 묻어 나온다. 동심과 노스탤지어, 그리고 유토피아로 돌아가고 싶은 그의 꿈은 종이 배 한 척, 한 척에 담겨져 있다. 종이배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추억 속의 '노심도'로? 혹은 존재하지 않는 또 다른 섬, 유토피아?

조택호에게 꿈이 있는 한, 그의 종이배는 항해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 전시회 안내
- 기간 : 4월 25일 ~ 5월 7일
- 장소 :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인사동 길 검정색 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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