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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운전을 할 때 저는 오후 5시면 꼭 전조등을 켜곤 했습니다. 제 차는 하얀색 소나타였기에 다른 운전자들 눈에 비교적 잘 띄는 편이었지만 그래도 꼭 전조등을 켜야 맘이 놓였으니까요.

한 번은 여의도를 지나가는데 친절을 베푼다며 제 차를 일부러 따라와 전조등이 켜졌다고 일러 주신 모범택시 기사 분도 계셨습니다. 저는 사고 방지를 위해 되도록이면 낮에도 전조등을 켜는 것이 좋다고 열심히 설명을 했지만 그 기사 분은 얼른 수긍을 하지 못하시더군요.

제가 낮에 전조등을 켜기 시작한 것은 몇 년 전 스웨덴에 다녀온 뒤부터입니다. 스웨덴은 북극에 가까운 탓에 겨울에는 오후 2시면 해가 지고 거꾸로 여름에는 밤 10시가 되도록 대낮같이 밝은 독특한 기후를 가진 나라입니다.

따라서 안전을 위해 대낮에도 대부분의 차들이 전조등을 켜고 다니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스웨덴에서 팔리는 차는 아예 시동을 걸면 자동으로 전조등이 켜지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렌터카를 빌려 시동을 건 뒤 왜 전조등이 제 멋대로 혼자 켜지나 어리둥절해 하다 한참 만에야 사연을 알고 고개를 끄덕이게 됐습니다.

미국에서 살기 시작한 지 1년이 되는 지금, 저는 이런 인연 탓인지 우연하게도 스웨덴에서 만든 중고 <사브>를 운전하고 있습니다. 제 <사브>는 암록색이어서 서울에서 몰던 흰색 소나타보다 눈에 더 띄지 않기 때문에 해가 중천에 뜬 한낮이 아니면 꼭 아침 저녁으로 전조등을 켜곤 하지요.

이 곳 샌프란시스코의 운전자들도 스웨덴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만 어두워지거나 안개만 깔려도 대번에 전조등을 켜곤 합니다. 특히 차체가 작은 모터사이클을 운전하는 사람은 거의 예외 없이 대낮에도 전조등을 켜고 다니지요. 대낮에 모터사이클의 전조등을 켜게 한 결과 사고위험이 약 30%까지 감소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하는군요.

한국에서 운전을 하시는 분들도 오후 5시면 꼭 전조등을 켜실 것을 권합니다. 특히 검은색이나 회색같이 어두운 색조의 차를 운전하는 분들은 눈.비가 오거나 안개가 낄 때 전조등을 켜지 않으면 다른 운전자들에게 큰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한편 밝은 낮에도 꼭 전조등을 켜야 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차의 뒤에서 강한 역광이 비치는 아침이나 석양입니다. 빛이 밝기 때문에 뒤의 차들을 알아보기 쉬울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당신 앞 차의 운전자는 강한 역광 때문에 뒤에서 따라오는 당신 차를 못 알아 볼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이럴 때 전조등을 켜면 앞 차량의 운전자에게 당신의 존재를 알려 갑작스런 차선 변경에 따른 사고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레이스 트랙에서 홀로 운전하는 것이 직업이 아니라면 자신의 위치를 다른 운전자에게 확실히 알려 사고의 가능성을 미리 미리 방지하는 것이 방어운전의 기본 중 기본일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제가 만난 대부분의 운전자가 백미러 사용을 잘 못하고 있었습니다. 실내의 룸미러는 뒤따라 오는 차를 알아보는데 사용하지만 사이드 미러는 좌.우에 바짝 따라 붙은 차를 식별하는 용도로 부착된 것입니다. 이런 차는 실내의 룸미러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룸미러만 믿고 차선을 급하게 바꾸다 옆 차선을 달리던 차와 충돌사고를 일으키는 경우를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사이드 미러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차의 뒷문 옆 1미터 거리에 각각 사람을 세워 놓고 운전석에서 그 모습이 완전히 보이도록 거울의 각도를 맞추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대부분의 사고는 예방할 수 있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차선을 바꾸기 전에 꼭 뒤를 돌아 보아 차가 따라 붙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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